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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만남

삶으로 가르치는 가르침, 삶으로 가르치는 가르침, (2018.6)

 

 

 

 

 

삶으로 가르치는 가르침,

삶으로 살아내는 영성

 

 

김소은(덕송초등학교병설유치원)

 

 

인터뷰·사진 한성준

   

수줍음 많던 어린 시절

MBTIENFP 스파크형, 에니어그램의 낙천가형, 예술가형, B, 자매 중 첫째. 저를 표현하는 말들이에요. 어렸을 때 엄마는 저에게 별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욕심도 많아서 좋아하는 일에 흠뻑 빠지면 잠도 안 자고 이불 속에서 스탠드를 켜고서라도 하고 싶은 것들을 다해야 잠드는, 잠드는 순간에도 내일 아침에 또 해야지 설레며 잠드는 열정 있고, 개구지고, 개성 있고, 그러면서도 튀는 것은 원치 않는 수줍음이 많았던 아이였어요. 그리고 개성 만점인 저를 너무나 사랑해 주시고 품어 주시는 대가족 속에서 사랑을 많이 받으며 정서적인 풍요로움 속에 따뜻하게 자랐어요.

친할머니도 외할머니도 할머니 때부터 신앙생활을 하신 어른들 덕분에 모태신앙으로 자랐어요. 영아부, 유아부, 초등부, 유년부, 중고등부, 대학부. 가끔 방황도 했지만 항상 주일학교와 함께 자랐어요. 어렸을 때 교회 어린이 합창단을 하며 병원, 양로원, 소년원 등에 가서 언니, 오빠들과 함께 떨리는 마음으로 열심히 찬양했던 일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대전중앙교회 하늘소리합창단으로 초등학교 3, 4학년 때 활동했는데요, 소년원에서 공연할 때는 무서운 생각도 들었는데 저한테는 참 색다른 경험들이었어요.

그 때 열심히 부르던 찬양의 가사들이 어른이 된 지금 더 와닿게 될지는 그 때는 몰랐어요. 어렸을 적부터 삶의 곳곳에 자리 잡고 있던 주일학교의 기억들이 살면서 문득 어려움을 만날 때 떠올라 위로가 되고 어렸을 적 그 마음이 떠올라, 끝내는 제게 진정한 위로가 되시는 분은 주님인 것과 제가 끝내 서야 할 자리가 기도의 자리인 걸 깨닫게 해 줘요.

 

주님만이 내 삶의 우선순위

여느 청소년처럼 사춘기가 왔고 교회가 친구, 학업, 귀찮음에 제일 많이 밀렸던 시기이기도 해요. 제일 친한 친구 두 명과 함께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하지 말라는 것만 다하는 방황의 시기를 보냈어요. 그러다가 한 친구가 40일 새벽기도를 시작했고, 어느 날 책 속지에 편지를 빼곡히 써서 책 한 권을 선물해 줬어요. 그 책은 목적이 이끄는 삶이었어요. 그 친구는 매일 새벽 기도를 하며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싶다는 비전을 발견하고, 그 꿈을 향해서 이제 열심히 공부해 보려 한다며 함께 기도하며 꿈을 찾아 공부해 보자고 했어요. 제일 친한 친구의 마음잡음으로 자연스레 저의 에너지들은 믿음생활과 공부로 집중되기 시작했어요. 공부만 하기에도 조급한 시기였지만 우선순위는 주님으로 하자고 함께 외치며 주바라기 찬무팀과 금요철야, 아침 큐티를 항상 함께하며 믿음 안에서 평안하고 행복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어요. 주바라기 찬무팀은 학교 내 기독학생 동아리였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모였고 옆에 있는 남고와 연합 예배를 드리기도 했어요. 제일 친한 친구들과 금요철야를 하며 서로 함께 손잡고 기도할 때 너무 행복해 우리 어른이 되고 아줌마가 되고 권사님이 되도 항상 이렇게 함께 기도하자고 약속했었어요.

 

느리게만 갔던 나의 20

돌아보니 은혜였지만 저의 20대는 그 당시에는 인생 최대의 방황기이자 암흑기였어요. 대학교에 들어왔는데 고등학생 때와는 너무 다른 생활에 삶의 모든 것들에 지각변동이 일어났어요. 거기에 특수교육이라는 학과가 나에게 잘 맞는 과인지,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이 중요한 젊음의 시기를 임용고사 준비하는 데 다 써 버릴 것인지, 그렇게 투자할 만큼 임용고사라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 덜컥 어른이 되어 버리면 어쩌지, 내가 잘하는 건 세상에 아무것도 없는 거 아닐까 하는 불안감까지. 의미를 찾지 못하니 하루하루를 허비하며 보내는 것 같아 불안했어요. 그 때 저와는 반대로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인생에서 최고 행복한 모습으로 활기를 띄며 반짝거리며 지내는 동생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내가 분명 동생보다 학교생활도 더 모범적으로 하고 부지런히 산 거 같은데 동생은 자기 삶의 방향을 딱 정하고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더 힘들었어요.

내가 평생하며 살 일은 뭘까?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은 뭘까? 내가 평생할 일인데 무엇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까? 여러 가지 이유로 남들보다 학교를 1년 더 다니며 남들보다 훨씬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느라 친구들보다 느리게 가는 20대를 보냈어요.

그러면서 26살이 되던 해 저는 아이들과 있을 때 참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특히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난 가정이 힘을 내어 일어서는 데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희망을 만드는 유아 특수교사가 되고 싶다는 비전을 품게 되었어요.

 

유아 특수교사로 부르신 하나님

3수 끝에 발령 받은 첫 학교는 모든 것이 너무 감사하고 모든 것이 다 은혜로웠어요. 사실 웬만큼 힘든 거는 공부하던 때보다 힘들진 않다고 느껴지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첫 해는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었지만 그 과정 속에 끝내는 ! 너무 감사하다!”는 고백이 나오는 감사의 시간들을 보냈어요. 교회 바로 옆 학교로 발령이 나서 마음이 어려워지는 일들이 있으면 퇴근 후 바로 교회로 달려가 예배를 드리곤 했어요.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유치원, 그리고 특수교사라고 하는 소수에서 오는 서러움 아닌 서러움과 위축됨이었어요. 동학년도, 같은 과목의 선생님도 없이 혼자만의 보직으로 살아내는 게 종종 서럽고 어렵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행복교육실천운동에서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지내며 각 과목 선생님들도 다 어려움이 있구나, 각자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사는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그래서 유아 특수교사만의 장점을 찾아 몸도 마음도 건강한 유아 특수교사로 자라가고 싶다는 마음을 주셨어요. 그리고 하루하루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며 유아 특수교사로서 사는 일이 정말 멋진 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힘든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몰려올 때가 많지만 그래서 함께 동역할 공동체를 주셨고 그 속에서 교사로서 좋은 것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어 아이들과 각 가정에 좋은 것을 다시 전해 주는 그릇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공동체

제가 삶에서 사랑하는 일이 몇 가지 있어요. 첫째는 유아 특수교사로 사는 일이에요. 이제 5년차가 되었는데 유치원에서 특별한 아이들과 더 특별한 아이들이 함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지내다 보니 다름다르지만 소중한 우리라는 말을 참 많이 사용해요. 그리고 어린 연령의 아이들일수록 그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함께 지내는 감동적이고 순수한 모습들을 종종 마주하게 돼요. 그래서 나와는 다른 친구를 이해하고 함께 배려하며 지내는 방법을 아이들 수준에서 풀어낼 수 있도록 장애 이해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학급 공동체를 만들고 있어요. 이 아이들이 자라고 자라서 어른이 될 때쯤이면 다름과 장애에 대해 더 따뜻한 세상이 되길 바라며 함께 연구할 좋은 동역자들을 만나길 기도하며 지내고 있어요.

둘째는 행복교육실천운동이에요. 사실 저는 신규교사 연수 때부터 이 모임과 함께했어요. 고등학교 때 저에게 책 선물을 했던 친구가 초등학교 교사가 먼저 되어 행복교실에 있었거든요. 그 친구의 초대로 신규교사 연수를 받을 때부터 행복교실 모임에 나왔어요.

지난 2월 행복교실 새 학기 수련회를 진행하며 참여한 모든 행복교실 선생님들이 나에게 행복교실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봤어요. 이불, 가족, 고향, 동행, 은하수 등 많은 표현이 나왔어요. 그리고 대부분 선생님들께 행복교실은 교제하고 나누고 새 힘을 얻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올해도 행복교실은 각자의 사역지인 학교에서 열심히 선교사로 살아내신 선생님들이 돌아와 함께 나누고 충전하는 교제와 나눔이 풍성한 공동체가 되길 소망해요. 특히 올해는 말씀과 기도 위에 바로서는 기독교사가 되자는 취지 아래 말씀 묵상과 기도의 시간을 함께 갖고 있어요. 행복교실은 협동학습, 수업코칭, 교육정책, 회복적 생활교육, 학원 복음화, 국제교육개발 인도선교팀 등의 활동으로 이뤄져 있어요. 그동안 너무 일에만 집중한 것 같아서 격주로 모여서 함께 예배를 드리지만 특별히 4주째 모임에는 말씀과 기도에 보다 집중하기로 했어요.

또 좋은 엄마 아빠 되기 실천 운동을 각자의 삶에서 삶으로 실천해 보고 나누는 한 해가 되기로 했어요. 구체적으로 사역을 정하고 실천 운동을 하기보다는 각자의 삶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것을 먼저 살아내고 다시 모여서 실천한 것들을 나누고 있어요. 삶의 기본인 가정을 바로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학급의 아이들을 바로 세우는 것으로 발전해 갔으면 좋겠어요.

셋째는 행복교실 사역 중에 하나인 국제교육개발 인도선교팀 사역이에요. 지금까지 8번의 사역이 있었는데 저는 그 중에 3번을 함께했어요. 인도선교팀은 인도 현지의 교사들과 컨퍼런스를 하며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함께 공유해 주고 있어요. 그리고 선교사 자녀들을 교육하는 일도 하고 있고요. 믿음의 동역자들과 함께하는 사역이라 그런지 그리 긴 시간을 머무는 것도 아닌데 인도에 한 번 갔다 올 때마다 얼마나 많은 힘을 얻고 오는지 모르겠어요. 대전 지역에 계시는 더 많은 기독교사들이 행복교실을 알게 되고 이 인도선교팀에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섬김의 기쁨, 동역의 기쁨

제가 대학생 때부터 익히 들어오고 교사 생활의 1일차부터 함께한, 제가 너무 사랑하고 또 너무 소중한 행복교실의 대표가 되어, 행복교실을 마음껏 사랑하고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은 주님이 제게 올해 주신 최고의 축복이에요. 올해 행복교실을 향해 꿈꾸는 대표로서 저의 소망은 제가 그렇게 위로받고 자라났듯, 더 많은 선생님들이 이곳에서 힘들 땐 쉬어 가고 기쁠 땐 그 기쁨을 나누며 든든히 세워지는 건강한 공동체가 되는 거예요. 사역을 일로서가 아니라 그 과정, 과정들이 기쁨이 되고 은혜가 되는 행복교실이 되길 소망해요. 행복교실도, 교사로서의 삶도, 저의 개인적인 삶도 무엇을 애써 하려는 것보다 삶으로 살아내는 진실한 삶이 되길 소망해요. 하나님 보시기에 심히 좋은 삶이 되길, 항상 하나님을 찬양하며 감사하는 삶이 되길 소망해요.

 

선생님의 교실도, 선생님이 대표로 있는 행복교육실천운동도 김소은 선생님 덕에 참 행복한 공동체가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삶의 어려움과 문제들을 늘 공동체를 통해 해결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공동체, 교회라는 공동체, 행복교육실천운동이라는 공동체. 공동체의 기쁨과 힘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선생님께서는 공동체를 통해 성장해 오셨으니, 그녀가 앞으로 이루어 갈 공동체는 또 얼마나 행복한 공동체가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