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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만남

포도나무의 줄기 같은 교사가 되고 싶어요 (2018.4)

 

포도나무의 줄기 같은

교사가 되고 싶어요

 

 

윤영진(라온초등학교)

 

 

 

인터뷰·사진 한성준

 

 

예수님의 족보 외우기가 가장 좋았어요

어린 시절 하늘빛이 붉은 색인 줄 알았어요. 항상 오후가 되면 학교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동네 골목골목 구석구석을 싸돌아다니는 게 하루 일과였기 때문이죠. 유독 주일이면 주일학교 친구 중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아침에 교회에 나가 저녁에 해가 진 후 집에 들어오는 게 일과였을 정도였으니까요. 하도 늦게까지 싸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어느 날 어머니께서 저에게 집을 나가라고 하셨어요. 너무 화가 나서 하시는 어머님의 말씀이 진심인 줄 알았던 저는 그날 하루 집을 나가기도 했었지요. 뭐 결국 그 날 밤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요.

외갓집이 목사님 집안인지라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신앙생활을 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마태복음 1장의 예수님 족보예요. 주일학교 시절 성경 암송대회가 열렸는데, 가장 맘에 와 닿았던 구절이 예수님 족보였어요. 이 구절이 너무 좋아서 무작정 외웠어요.

그리고 나중에 성경을 통독할 수 있게 된 계기도 이 구절을 완전히 외우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대학 시절 잠시 주일학교 교사를 할 때였어요. 주일학교 학생 중 하나가 성경을 다 읽었다는 거예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엄청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도 명색이 주일학교 교사라는 직분을 가지고 있는 나는 아직 한 번도 성경을 완전히 읽어본 적이 없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 후 성경 통독에 도전했는데, 처음 도전하는 성경 통독을 통해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예수님의 족보를 알고 있다는 것은 성경 이야기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요.

 

예수전도단과 대학생활

고교 시절까지도 신앙생활에 있어선 그다지 발전이 있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늘 신앙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중고등학교 시절 주일학교 반사였던 한 형님이 무심코 교회에 있는 다른 형을 가리키며 그 형이 대학 시절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 형이 대학에서 선교단체 활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이야기를 무심결에 전해들은 후 대학에 들어가면 나도 꼭 선교단체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엉겁결에 했어요.

대학에 합격한 후 꿈에 그리던 선교단체를 찾았고, 그 중에서 예수전도단에 가입했어요. 단체에 가입한 후 한참 만에 선교단체 덕분에 신앙이 좋아졌다던 그 형이 있는 단체가 바로 예수전도단이었고, 더 나아가 그 형은 광주 지역 회장까지 맡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저도 더 이상 원래 교회에 다니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교회를 늦게 옮기는 상황이 되고 보니 새로운 교회에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예수전도단 화요모임만이 유일한 예배 자리가 되고 말았어요.

 

2006 기독교사대회와 하나님의 개입하심

아내인 김경 선생님과 저는 원래 전남 초등 선생님들이 모인 합창단 활동을 함께 시작했어요. 언제나처럼 합창 연습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아내와 같은 파트에 있던 한 선생님께서 기독교사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셨다며 아내가 저와 함께 모임에 나가 보자고 했어요. 사실 원래 합창 모임이나 기독교사 모임 모두 시작할 때는 저보다는 아내가 더 열심히 했어요. 겨울방학 때마다 있던 수련회도 대부분 건성으로 참여하였기에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었지요.

2004년 기독교사대회가 처음 참석한 대회였어요. 하지만 그때도 특별한 감흥을 느끼긴 어려웠어요. 여전히 뜨뜻미지근하기만 했던 어느 날 2006년 대회를 맞이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 순간부터 마음이 달라지는 거예요. 하나님의 적극적인 개입이 시작된 것이죠. 2006년 대회에서는 왠지 무대 앞에서 이뤄지는 행사는 눈에 보이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대 뒤에서 무대 위 행사들이 아름답게 열매 맺을 수 있도록 뛰어다니는 자원봉사자들이 생각나며 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들처럼 무대 뒤에서 뛰어다니며 함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고 짜릿할까? 그것이 어느 순간부터 주요 관심사가 되었어요.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어요. 하나님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시간표 속에서 알고 보니 다음 대회가 우리 단체에서 주관할 차례였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당시 대표를 맡은 서한철 선생님에게 이끌리어 대회를 준비하게 되었어요. 2008년 대회에서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그대로 자원봉사 팀장이 되어 대회 기간 동안 단 한 순간도 실내에 들어가 보지 못하고, 땡볕에서 뛰어다니며 즐겁게 대회를 치를 수 있었어요.

 

선한교육의 각 팀을 연결하는 줄기가 되고 싶어요

사실 이후로도 지금까지 선한교육에서 참여하고 있는 모임은 단 하나 기도 모임뿐이에요. 어쩌면 여기에서 하고 있는 기도 모임을 빼면 다른 기독교사들과 다를 바 없는 보통의 선생님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선한교육은 현재 회복적 생활교육팀, EFG 힐링캠프팀, 대안교육팀, 디딤돌팀, 비전모임팀 등으로 나누어 활동하고 있어요. 우리 단체의 모습은 어쩌면 좋은교사운동의 축소판과 같은 포도송이 조직이에요. 그러다 보니 각 전문단체 안에서 활동하는 선생님들은 매우 친밀하지만, 전체적인 선한교육 테두리 안에서는 연결고리가 매우 약한 조직이에요. 그러기에 포도송이 하나 하나를 연결해 주는 줄기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해요.

2008 기독교사대회 이후 기도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석했기에 어느 순간 제 모습이 바로 그 줄기의 자리에 있는 몇 명 중 하나가 된 것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어쩌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지금 선한교육 대표라는 자리까지도 오게 된 건지도 모르겠어요.

 

선한교육 비전모임

선한교육이 회복적 생활교육, 수업코칭, 학원복음화, 선교, 공동체 등의 다양한 사역을 건강하게 이뤄가려면 성경적 리더십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새롭게 비전모임을 만들어 성경적 원리에 따른 비전을 찾고자 함께 모임을 갖고 있어요. 선한교육 선생님들과 같이 모여서 모임의 비전과 방향, 재정, 새로운 사람을 세우기 등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있어요.

비전을 찾고자 하는 공부들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당분간은 이 활동에 집중할 것 같아요. 원래 좋아하는 공부는 아무리 어려워도 재미있게 열심히 하지만, 싫어하는 것은 아무리 필요한 공부라도 거의 잘하지 못하거든요. 사실 기질상 누군가의 권유에 따라 어떤 모임이나 활동을 하지, 먼저 모임이나 활동을 찾아서 활동하는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일단 자리 잡은 모임에는 끝까지 가는 편이에요.

 

자리 잡기와 연합하기

지금 이 시점에서 선한교육 대표 자리를 맡은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개교 2년차인 지금 학교의 상황도 그다지 만만하지 않아 선한교육 대표로 집중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제 꿈은 일단 저희가 하고 있는 비전모임이 제가 대표로 있는 동안 튼튼하게 자리를 잘 잡는 거예요. 그리고 다시 회복된 청소년 힐링캠프와 제자 훈련이 더 견고하게 자리 잡아 가는 것을 보고 싶어요. 아이들을 통해 선한교육의 스쿨처치 운동이 커 가는 것도 보고 싶고요.

우리 단체의 조직 유형이 포도송이 같은 구조인데 전문모임 및 지역모임별로 연합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를 소망하고 있어요. 지난겨울에 있었던 청소년 힐링캠프의 성공은 여러 단체들의 연합 사역을 통해 가능했는데, 앞으로도 이런 연합을 계속 꿈꾸고 있어요. 선한교육 내 모임들이 연합이 되어 캠프를 잘 치러, 그 덕분에 전체적인 유대감도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각 팀들이 선한교육이라는 전체 공동체 안에서 연대하고 연합하여 함께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어요.

대표로서 각 전문모임을 어떻게 견고하게 자리 잡게 할 것인지, 또 각 모임을 어떻게 연합하게 할 것인지 고민이 많아요. 새로운 젊은 후배 선생님들을 모임에 초대하고 성장하게 하는 것도 과제이고요. 한 번에 다 할 수는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 보려고요. 각 팀들이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서로 깊이 있게 연합해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선한 교육을 이 땅에서 이뤄 가기를 소망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