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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경제연구소 소장 박주현






박주현 (시민사회경제연구소 소장)

학습 부진아 문제는 문제는 많은데 해결책을 찾기가 싶지 않다. 그녀는 이 문제에 대해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학습 지원 사업이 가장 효과적인 미래 투자라고 힘주어 말한다. 참여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그녀는 현재 시민사회경제연구소를 운영하며 이 시대의 힘겨운 아이들과 함께 걷고 있다.


 





시민사회경제연구소 소장 박주현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학습 지원이
가장 효과적인 미래 투자입니다

인터뷰 : 임종화  / 사진 : 홍인기


 시민 단체 각종 모임에서 늘 똑소리 나게 이야기하던 분이 계셨다. 알고 보니 변호사인데 참여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수석까지 지내신 분이란다. 그런데 이분이 좋은교사운동의 학습 부진아 사역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우리가 발표한 학습 부진아 토론문과 매뉴얼을 꼼꼼히 읽고 높은 평가를 해 주었다. 실은 이분은 사단 법인 ‘함께 걷는 아이들’을 통해 학습 부진 아이들에게 음악 교육도 하시고 학습 지원 사업도 하고 계셨다. 박주현 변호사를 만나 학습 부진아 문제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교육 양극화 문제의 해법과 실천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과 소득 재분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저는 신앙의 가정에서 태어난 모태 신앙인입니다. 초등학교 때 성경을 읽으면서 예수님의 삶을 통해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릴 적 신앙과 경험이 제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저는 어린 나이에 재화의 효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립 초등학교를 다녀 부자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아이들은 맛있는 과자도, 좋은 연필도 별로 귀하게 생각하지 않았죠. 그런데 방학 때면 시골에 내려가 가난한 아이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부자 친구들의 물건을 시골 친구에게 주면 시골 친구들이 얼마나 만족해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소득 재분배에 관심을 가졌는데 성경에서 “네 것을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과 딱 맞아 떨어졌어요. 소득 재분배는 좋은 일이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이 후 제 삶의 전체에서 시종일관 이것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어요. 이 일의 시작으로 제 삶의 영역이 많이 확대되었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변호사가 되셨는데 변호사 일보다는 사회 참여 활동을 많이 하시고, 지금은 연구소를 운영하고 계시네요?

 사실 변호사 활동과 함께 처음부터 사회 활동을 했습니다. 1988년 변호사가 되면서 지역 탁아소연합회 일과 탁아소 활동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재분배 운동을 한 거죠. 당시만 해도 탁아 문제는 운동권의 주요 이슈가 아니었는데, 저는 민변 활동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서 직접 탁아 시설도 운영하면서 이 문제에 뛰어들었죠. 이후에도 어릴 때의 경험과 신앙의 자산으로 사회 복지 문제와 관련된 일을 지속적으로 해 왔습니다. 민변에서도 사회복지위원장 일을 했고, 참여연대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정책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복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예산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이후 예산 문제에 천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소득 재분배로 해결이 안 되는 사회 문제가 있더군요. 복지는 사회 문제의 1/3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문제로 관심이 넓어지게 되었고, 이를 위해 2002년 사회 정책 연구소를 준비했는데, 갑자기 2003년 청와대에 들어가게 되어 잠시 중단되었습니다. 2004년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 사회 문제는 경제를 포함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것을 배웠습니다. 기존의 경제학자들은 경제 문제에 관해 분석은 잘하지만 사회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이 없습니다. 그래서 2005년에 지금의 연구소인 시민경제사회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연구소 연구의 큰 줄기는 소득 재분배지만 이와 관련한 경제와 교육 정책 연구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서 ‘함께 걷는 아이들’이라는 사업을 통해 학습 부진아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계신데 어떤 이유인가요?

 예산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세 가지 기준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산 효율성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소비를 늘리는가, 고용을 늘리는가, 미래 투자 효과가 있는가’입니다. 그런데 세 가지 요소를 가장 완벽하게 충족하는 것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하는 것입니다. 교육 관련 서비스에 예산을 투자하면 토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훨씬 높습니다. 소득 재분배 차원에서도 학습 부진아를 돕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또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으로써 미래 투자가 크고 보다 높은 단계의 소득 재분배 방식이죠. 우리나라는 지금 쓸모없는 곳에 돈을 쓰고 있습니다. 힘 있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논리를 퍼트리고 있습니다. 힘 있는 사람들의 논리에 맞서야 할 지식인 사회와 종교가 죽었기 때문에 올바른 여론이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진지하게 보면 답을 알 수 있는데 외면하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함께 걷는 아이들’은 처음에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관악 협연을 할 수 있도록 음악 교육을 시키는 기획이었지만 음악뿐 아니라 학습 지도 프로그램도 함께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공부방은 선생님이 시간을 내거나 능력 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주로 아이들의 정서적 지원을 통해 적어도 방치되지 않거나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지요. 이것은 현상 유지 차원으로 의미가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력 차이가 심화되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자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서적 부분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직업 기초 능력이 필요합니다. 직업 기초 능력으로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 수학의 논리적 사고 능력 그리고 현실적 필요인 영어 능력입니다. ‘함께 걷는 아이들’ 사업은 이를 위해 독서 논술, 수학, 영어 교육과 관련하여 성적과 관계없이 아이들의 실제적인 성장을 위해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학습 지원이 단순히 학습 지원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원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습으로 상처받은 것은 학습을 통해 풀어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제대로 된 학습 지원을 한 번도 받을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의 경우 제대로 된 학습 지원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정말 공부가 안되는 아이들은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다른 공부를 해야 합니다.

 

교육과 관련된 다른 사업 구상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학습 부진아 문제 해결을 포함한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금의 교실을 절반을 잘라서 운영해 봤으면 합니다. 이기정 선생님도 비슷한 아이디어를 최근 책을 통해 제시하셨는데요, ‘클리닉형 수업 방안’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담임의 역할은 아이들을 챙기는 것인데 한 학급에 40명은 버겁습니다. 20명 정도라면 충분히 한 명씩 관심을 가지고 챙길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숫자는 15명이라고 합니다. 중학교는 18명, 초등학교는 20명 정도입니다. 이에 모든 교사가 담임을 하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줄일 수 있는데 교실 문제를 어떻게 하느냐가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실을 반으로 자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해결되었습니다.

 학급 수가 늘어나면 교사들의 수업 시수가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죠.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설명을 위주로 하는 강의식 수업은 대형 강의실에서 하면 되고, 또한 학생 수가 주니까 아이들의 수업 시간을 줄일 수도 있고, 교사들의 수업 시수도 조금 늘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체제로 가면서 기존의 예산들을 통합해서 특별 학습 지원 교사를 채용하면 학습 부진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힘든 주된 요인은 학습을 못 따라오는 아이들 때문입니다. 특별 교사가 이 문제를 해결해 주고, 행정 전담 교원을 투입하면 교사의 수업 시수는 늘여도 되지 않을까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면 정말 교사들의 질이 담보될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학생 수를 많이 줄여도 결국 그대로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핀란드도 분리 교육과 우열반을 폐지하고 완전 통합 교육을 시작하면서 개인별 맞춤형 수업을 하기 위해 교사들이 엄청난 연수와 노력을 통해 교사의 능력을 끌어 올렸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을 제대로 하려고 해도 대학 입시에서의 과다 경쟁으로 인해 왜곡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정규직 일자리는 대기업과 공무원을 포함해서 신규 인력의 8% 정도입니다. 신규 시장의 체감도는 1%라고 합니다. 여기에 대안적 선택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대안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중위권 대학 중 100~150개 대학을 직업 중심의 대학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대학과 중소기업을 묶어서 대학 지원금과 기업에 대한 R&D 예산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지금 시스템에서 대학 관련 예산을 늘리면 상위 13%의 대학이 예산의 대부분을 가져갑니다. R&D 예산도 15조 중 중소기업은 1조 정도만 가져갑니다. 이 예산의 대부분을 중소기업으로 돌리는 투자를 해야 합니다. 직업 중심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쉽게 하고 그 과정에서 반드시 자격증을 따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을 1년 다니고도 중소기업에 취직할 수 있지만 이후 중소기업의 직무 교육을 모두 그 대학에서 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평생 교육 차원에서 필요할 때 재교육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이렇게 다른 선택지를 확실하게 주어서 대학 입시의 과다 경쟁을 완화하면 공교육 현장에서 입시로 인한 수업 왜곡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육아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신다고 들었습니다.

 2년 육아 휴직은 무조건 보장되어야 합니다. 선진국에서 육아 휴직을 3년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영유아 사업을 해 보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기는 엄마가 키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육아 휴직을 하고 나니 오히려 인내심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인성적 능력은 좋아졌습니다. 전공 분야에서 뒤처지는 것은 이후 따라가면 됩니다. 육아 휴직은 나라와 기업이 작심하고 2년을 보장해야 합니다. 아기 때 스킨십은 아주 중요합니다. 저는 아기를 데리고 일할 때 발가락이라도 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육아 휴직할 때 제 주변에서 육아 휴직하는 여자 변호사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조영래라는 탁월한 변호사가 있어 가능하기도 했지만(변호사가 된 후 조영래 변호사가 이끄는 시민합동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일을 시작했음) 둘째 때는 육아 휴직 때문에 맡았던 소송도 다 그만두게 되어, 고객이 떨어져 나가 피해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육아 휴직을 했습니다. 육아 휴직은 엄마에게도, 국가 차원에서도, 선생님에게도 좋습니다. 아이가 엄마와의 안정된 애착 관계를 형성하면 이후 안정된 생활을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하시는 일을 보면 다양한 영역의 일들을 하시고 그 영역들을 통합하시는 능력이 뛰어나신 것 같아요. 교육 서비스나 복지 서비스 영역에서 안정적인 인력 확보가 늘 문제인데 이것에 대한 대안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 영역을 종합해야 솔루션이 나옵니다. 통합해서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정치적 해답이 됩니다. 교육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수준이나 지속성이 중요한데 결국 교육 서비스 종사자의 일자리가 안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사회 서비스 공단을 만들어 해결해야 합니다. 교육이나 복지에 관련된 종사자가 지금은 여러 부처에 따로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도 매우 열악합니다. 사회 서비스 공단을 만들어 교육과 복지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을 직원으로 채용하여 필요한 곳에 투입하는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노인, 장애인, 아동 청소년, 건강, 교육 분야와 관련된 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모아 공단이 절반 정도는 직접 집행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지원하도록 해야 합니다. 민간인 시설에 공단 직원을 파견하는 것입니다. 공단에서 학습 부진아 관련 특별 교사를 일단 무기 계약직 형태로 고용해서 이 분들을 지역 아동 센터나 학교로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개발연구원(KDI)처럼 사회 정책 개발원을 만들어 관련된 연구를 통해 사회 서비스 공단의 싱크 탱크가 되어야 합니다.


최근 한국 교회가 사회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어 참 안타깝습니다.

 교회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형식적인 교회만이 교회가 아니라 예수를 믿는 사람과 그분을 증거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경직되게 해석하는 것이 기독교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십일조는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 돈과 시간을 다 포함합니다. 곧,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만큼 좋은교사운동과 같은 기독 NGO에 참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선교 활동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 사회 운동에 후원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십일조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기독교 NGO 활동이 활발해지면 사회에서 기독교의 역할도 더 커지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좋은교사 회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교육 문제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초, 중, 고, 대학 및 산업의 문제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일자리 문제도 결국 교육 문제와 연결됩니다. 과다 입시 경쟁으로 학교가 교육의 중심이 아닌 현 상황을 해결해야 합니다. 다양한 교육 정책에 대해 큰 그림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학습 부진아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현장의 우수한 사례가 필요하고 관련하여 교재를 만들고 교사들을 연수하는 역할을 좋은교사운동이 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시는 이야기마다 얼마나 똑소리 나는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분들이 좋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똑소리 나게 해결하면서 늘 새로운 일을 개척해 나가는 분들이 좋다. 아이디어와 실천적 사고력이 넘치는 기독인들이 정말 많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