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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하승수

 




 하승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세상을 바꾸는 일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될까? 그는 동네 커피숍 정보부터 국회 예산 사용처까지 정보 공개가 참여와 소통을 위한 힘의 원천이라 믿는다. 시민들과 정확한 정보로 소통하는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공공 기관의 독점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려 힘쓰고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하승수
세상을 바꾸는 일급 정보를 공개합니다

인터뷰  및 사진 / 홍 인 기


 만날수록 정이 가는 사람이 있다. 하승수 변호사가 그런 사람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 일하는 분들과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금방 친해졌다. 뭔가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동질감이 드는 사람들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여러 사람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다.

이 분들을 만나면서 정보 공개라는 새로운 영역의 시민운동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교육 정책을 고민하면서 결국 정부나 몇몇 사람들이 정보를 독점하는 문제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 문제를 풀어 가야 할지 답을 보여 주시는 분이다. 특히 시민운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한 수 배우려 한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요?

 공공 기관이 가지고 있는 정보 중에 국민이 알아야 하는 정보를 발굴해서 공개하도록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보 공개 청구 제도가 도입되어서 국민들이라면 누구든지 정보를 청구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롭게 열린 시민 활동 영역입니다. 공공 기관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정보 공개 청구 제도를 통해 청구하고 정보가 공개되면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공개한 정보를 언론사 기자들이 보고 기사를 쓰거나 연구자들이 연구 자료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정보는 물처럼 흘러야 하는데 그동안은 정부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정보가 흐르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저희 센터의 설립 목적입니다.


주로 관심이 있는 정보는 어떤 것이 있나요?

 다양한 정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특정한 주제에 대해 파고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사용하는 예산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습니다. 정부 예산이 정말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부분이 많고 정치적으로 남용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것이 가장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 되었다고 하지만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정보 공개가 중요합니다. 정보가 공개되어야 부패나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참여를 위해서도 정보 공개가 중요합니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좋은 정보들을 공개해야 민간에서 정책에 대한 연구도 할 수 있고 새로운 정책 제안도 할 수 있습니다. 국책 연구 기관에 있는 연구원조차도 정부 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올바른 정책 수립을 위한 필수적인 정보도 잘 공개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특정 주제를 파헤치기도 하지만 생활하면서 부딪히는 모든 문제의 정보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하철 안전이나 원자력 관련 정보와 같이 시민으로써 살아가면서 궁금한 모든 정보가 공개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셨나요?

 1998년부터 정보 공개 청구 제도가 생겼는데 참여연대에서 정보 공개 청구와 관련된 일을 했습니다. 새로운 제도가 생겼으니 활용해 봐야겠다고 접근했는데 하다 보니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부에 다양한 정보 공개를 요청했지만 정부 기관에서 정보 공개를 잘 안하려고 했습니다. 감출만한 것도 아닌데 안 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도에 일본을 방문했는데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활동을 하는 전문적인 단체가 두 개 있었습니다. 일본이라는 사회도 관(官)이 민(民) 위에 있던 나라입니다. 그런데 단체에서 일하는 시민 활동가 분들이 정보 공개를 통해 관(官)과 민(民)이 수평적인 관계를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도 느끼고 있던 점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정부가 일하는데 주권자들인 국민들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니 ‘정보 공개야 말로 민주주의 기본이고 실제적인 민주화는 여기서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민과 정부가 대등한 역할을 하는 사회가 가능하게 하는 길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정보 공개를 청구하는 것은 피곤한 활동입니다.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보를 잘 공개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참여연대의 여러 일 가운데 하나의 사업으로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전진한 사무국장이 정보 공개와 관련하여 전문적인 단체를 만들어 보자고 해서 2008년 10월에 정보 공개 센터를 창립했습니다. 센터가 창립하자 언론사도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전에는 언론사 기자들이 정부 공무원 중 취재원(흔히 빨대라고 부른다. - 편집자 주)을 통해 기사를 써 왔는데, 참여 정부 시절 기자실 폐지가 논의되면서 새로운 방식의 취재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자들이 정보 공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시민 운동계에서는 새로운 언론 대응 방식과 시민과의 소통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창립하면서 기존의 시민 단체와 다른 방식으로 활동을 해 보자는 고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보도 자료를 내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보도 자료도 어떻게든 가공된 자료입니다. 원자료를 충실하게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창립 보도 자료 외에는 보도 자료를 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상당히 좋았습니다. 정확한 팩트를 공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원자료를 공개하나요?

 청구한 자료가 공개되면 딱딱한 성명서나 보도 자료가 아니라 자료를 청구한 시민으로써 자료를 보면서 느낀 소감이나 설명을 덧붙입니다. 그리고 원자료와 함께 블로그(www.opengirok.or.kr)를 통해 공개합니다. 이른바 블로그형 글쓰기를 통해 원자료를 첨부해서 발행(블로그의 발행 기능으로 블로그 검색엔진이나 소셜 미디어와 공유하는 기능 - 편집자 주)합니다. 이런 방식이 정착되면서 보도 자료를 내지 않더라도, 기자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많기 때문에 저희 블로그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훨씬 좋은 방식 같습니다. 우리가 자료를 분석해서 제공하니까 활동가들도 일하기가 편리해졌습니다. 자료를 분석해서 보도 자료를 쓰는 것보다 자신의 느낌을 담는 글쓰기가 가능해졌습니다. 블로그 방문자 수도 많아 졌습니다. 2년 반 정도 지난 현재 누적 방문자가 130만 명이 넘었습니다.


어떤 정보가 인기 있었나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자료는 전직 대통령 사진입니다. 거의 모든 언론에서 다루어지기도 했습니다. 국가 기록원에서 보관하고 있던 자료인데 전직 대통령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사진이었습니다. 의외로 사람들이 소소한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딱딱한 행정 정보보다는 서울의 구별로 커피숍은 몇 개나 있는지 스타벅스는 어디에 많은지를 궁금해 합니다.


정보 공개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정보 공개는 참여와 토론의 기본입니다. 예를 들면, 최근 국민들이 원자력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원자력에 대해서는 비판적일 수도 있고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토론해 보면 정부에 있는 사람들은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정보가 없어서 토론이 안 됩니다. 정보가 공개되어야 대등하게 토론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학부모도 학교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학부모들은 학교에 아이들이 인질로 잡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학부모는 학교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 행정가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교사들은 접근하지 못합니다. 이래서는 건강한 참여가 어렵습니다. 정보의 양이 비슷해지면 대등한 입장에서 이야기가 가능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NGO가 정부를 비판하면, 관료들은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정보의 독점이 힘의 원천입니다.

 마치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이 예산과 관련한 정보는 행정실장하고만 공유하고, 인사와 관련한 정보는 교감 선생님하고만 공유하면서 상호 간의 정보 유통을 차단하여 교장 선생님만이 학교의 모든 정보를 독점하도록 만드는 것과 비슷하군요. 그런데 언론과 정치인, 고위 공무원들과 같이 소위 힘 있는 사람들이 비공식적인 모임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클럽식 정보의 유통과 확대를 통해 힘을 키워 나가는데 이것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결국 원천 소스는 정부의 정보입니다. 소수만 접근할 수 있고 이것의 공유가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이 발달하고 전자 정부가 추진되면서 정말 많은 새로운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좋은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정보를 신속하게 제때 공개하면 힘의 균형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과 ‘열린 서울교육 2.0’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사업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희 센터에 상근 활동가가 네 분이 계신데 이분들이 청구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 기관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부 기관이 정보를 잘 공개해서 우리 단체가 없어지는 게 저희의 창립 정신입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청구해서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기관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모델을 만들어 보자고 해서 추진하는 것이 ‘열린 서울교육 2.0’ 사업입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몇 군데의 지방 자치 단체와 접촉을 하다가, 마침 서울교육청의 경우 교육감님이 의지를 가지고 계서서 ‘열린 서울교육 2.0’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은 영역이기 때문에 교육 분야에서부터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할 일이 많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1.0도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보 공개를 청구해도 공개를 잘 안 합니다. 국민들의 경우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청구하면 잘 공개하도록 교육청 행정 조직의 인식과 시스템이 변화되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 마지막으로 정보의 질을 올리는 단계로 발전해야 합니다. 교육 행정이 투명해지면 부패나 부조리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도 교육 행정 자료에 쉽게 접근하게 되면 관련 정책에 관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정책적 제안을 할 수 있는 길도 열리고, 교육과 관련된 논의가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그 전제가 정보가 공개되는 것입니다.

 이런 최종적인 목표는 있지만 지금은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수준입니다. 투명해지고 깨끗해지고 풍성해져서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는 것이 행복한 세상입니다. 우리 사회가 좌우나 보수 진보로 나누어져 소모적 논쟁이 많습니다. 서로 다른 팩트를 가지고 이야기하거나 팩트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가 공개되어서 팩트에 대해서 인정하고 이야기하면 합의 도출이 쉬워질 수 있습니다. 좌우 균열이 지금은 너무 심각한 수준입니다. 건전한 보수와 건전한 진보는 상식적 수준에서 합의가 가능한 일이 많습니다.


센터를 운영하시면서 정보 공유에 있어서 시민이나 기자나 대상을 차별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씽크 카페’에도 관여하고 계시고 시민들과의 새로운 소통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걸로 압니다. 새로운 소통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무엇을’보다는 ‘어떻게’가 중요하고, ‘누가’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소통이라는 것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이제는 결론보다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결과물을 중요하게 여기는 데 익숙했습니다. 그러나 과정이나 방식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과정과 방식에 있어서 평범한 시민들의 참여가 가능한 방식이 되어야 우리 사회가 발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양극화’가 사회적인 문제가 될 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살펴보면 정치인이나 관료가 계획을 세우고 예산 투자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탑다운(Top Down) 방식이죠. 평범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의점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교육 정책도 정부가 바뀌면 바뀌거나 사건이 터지면 새로운 정책이 쏟아져 나옵니다. 교사들은 언론의 발표를 보면서 알게 됩니다. ‘아, 이번에는 저것이구나’ 하면서 사람들은 냉소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청소년들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교사나 학부모도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교육의 비전이 만들어지고 정책이 세워지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단기적이고 졸속적인 방식 밖에 없습니다. 과정과 방식, 주체가 바뀌었으면 합니다.

 저는 지방 자치에도 관심이 많은데 지방 자치가 잘되려면 지역 주민이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지역 주민이 의사 결정에 참여할 때 가능합니다. 대상화 되어 있던 주민들이 참여를 통해 주체가 되는 것이 지방 자치입니다. 시민 활동도 활동가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시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돕는 것이 시민운동이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대한민국이 지속적 발전 가능한 사회가 되려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과제다. 하승수 변호사를 만나고 나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 하나를 얻었다. 올바른 팩트의 공유를 통해 건전한 진보와 건전한 보수가 상식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답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온몸으로 고민하고 삶으로 답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때 인생은 정말 살만하구나 하는 희망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