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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EBS 평생교육본부 정성욱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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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 ( EBS 평생교육본부 프로듀서 )

학교란 무엇일까? 이 근본적 물음에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이야기를 걸어온 이가 있다. 그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학교란 무엇인가〉는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어 학교, 교사, 학생, 배움과 가르침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하게 한다. 그는 다큐멘터리 〈학교란 무엇인가〉 외에도 〈인간의 두 얼굴 |, || 〉, 〈시대의 초상〉, 〈60분 부모〉, 〈동자승 - 30일간의 출가〉 등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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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싶었습니다

학교는 숨을 쉬어야 합니다

인터뷰ㆍ사진 홍인기

사람의 숨소리와 함께 교실에 드는 햇빛과 그림자의 움직임을 마치 학교가 숨을 쉬는 모습으로 보여 준 그 영상. 그리고 안성기 씨의 목소리로 깔리는 내레이션. “학교가 숨을 쉽니다.” 너무도 강렬했던 그 화면을 잊을 수 없다.

최근 다큐멘터리 부분의 각종 시상식을 모두 휩쓸고 9월에 있을 4개의 상만 거머쥐면 다큐멘터리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는 작품은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제작한 MBC, KBS, SBS의 작품이 아닌 EBS의 작품인 다큐 〈학교란 무엇인가〉이다. 정성욱 PD의 〈학교란 무엇인가 시즌 2〉 제작에 김태현 선생님이 멘토 교사로 참여하고 있어 이번 만남에 함께 동행했다.

 

기존의 다큐는 정보를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수준이었지만, 만드신 다큐를 보면 답이 없는 상태에서 관찰하고 실험하고 기다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본인만의 특별한 다큐 철학이 있으신가요?

별로 철학이 없고, 내공이 적습니다. 기존의 시각과 다르게 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늘 기본적인 질문을 가지고 다큐 제작에 들어갑니다. 답이 없기에 열린 마음으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굳이 가지고 있는 철학이 있다면 사람과 관계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교육 교사의 학원 강사 어설픈 따라 하기가 아니라 다큐의 본질과 시청자의 의미 있는 필요를 알고 그 부분에 몰입하고 실현해 가는 모습에서 저는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다큐 주제는 어떻게 결정하나요?

PD 개인들이 기획안을 제출합니다. 선정 위원회의 위원들이 5명이 있는데, 3표를 얻어야 제작할 수 있습니다. 계획서를 만들고 프레젠테이션도 합니다. 저도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인간의 두 얼굴〉 3편은 ‘기질’을 다루려 했습니다. 선정위원회에서는 내용이 식상하다고 판단해 기획안이 탈락되었습니다. 결국 3편은 제작하지 못했습니다.

 

다큐 〈학교란 무엇인가〉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해 보려고 합니다. 자료 수집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3개월 정도에 걸쳐 자료 조사를 합니다. 인터넷 검색도 하고, 관련 영상물도 보고, 국립 도서관에서 자료 조사도 합니다. 다큐 〈학교란 무엇인가〉를 제작하기 위해 만난 전문가가 50여 분 정도 됩니다. 전직 장관, 학생, 학부모, 학원 강사 등등 다양한 계층을 만났습니다. 생각이 참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학교에 대한 생각과 관점이 정말 달랐습니다. 50인이면 50색이 다 달랐습니다. 그러나 공통점은 학교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란 것이었습니다.

 

〈학교란 무엇인가〉에서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아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은데요.

〈추적 60분〉이나 〈PD 수첩〉과 같이 학교 문제를 다룬 방송물을 찾아보니 비판 일색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제작하는 다큐 역시 비판적이거나 분석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저희 다큐에 대해 실망했다고 말씀하십니다. 학교의 문제 원인 중 왜 시스템 문제에 대해서는 접근하지 않았느냐는 문제 제기입니다. 제가 강연을 나가서 가장 많이 듣는 비판입니다. 저는 우리 말고도 다른 시사 프로그램에서 학교의 시스템 문제에 대해 많이 다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방향으로 가기로 했고, 그래서 오히려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반응은 어떠했나요? 교사 입장에서는 찬반이 나뉘었습니다.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이 있었습니다. 외부 시선에서 9:1 정도로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학교에서는 5:5 정도였습니다. 외부 시선에서는 학교를 비판해서가 아니라 학교가 아직 살아 있음, 숨 쉬고 있음을 보여 줘서 자녀를 믿고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되었다는 부모님, 노력하는 교사를 봐서 좋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긍정적 부분을 보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상을 굉장히 많이 받았습니다. 상을 주시는 심사 위원 분들은 주로 일반 시민이나 교수들이 많습니다. 심사 위원들이 보시기에 긍정적인 부분이 좋게 다가온 것 같았습니다.

 

외부는 9:1, 학교는 5:5. 이 차이는 어디서 왔다고 생각하시나요?

학교를 잘 모르고 만든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선생님의 고민을 다루어 주기를 바라신 거죠. 에듀파인, 전자 결재 시스템 등으로 힘든데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된다고 쉽게 이야기하지 말라는 비판이었습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개인과 시스템이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시스템은 이야기하지도 않고 교사만 잘하면 학교가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느냐는 비판을 들을 때 가장 안타깝습니다. 같이 가야 하는 부분이 맞고 개인의 노력만이 아닌데 그렇게 비추어져서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선생님의 삶을 하루 동안 추적해서 촬영한 후 다큐에 붙여 봤는데 잘 맞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학교를 거대한 생물체로 봤을 때 연결 고리는 선생님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선생님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학교란 무엇인가〉 두 번째 이야기는 어떻게 제작되고 있나요?

시즌 2에서 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세 편만 제작합니다. 저는 기획만 하고 제작은 하지 않습니다. 조현초등학교, 지리산고등학교, 장곡중학교, 의정부여자중학교 등 다양한 학교를 일 년 동안 취재하고 관찰합니다. 관계는 What과 How일 수 있습니다. 현실 학교가 잘 운영되는 것을 보여 주려면 선생님과 학생들이 그 안에 어떤 움직임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 주어야 합니다. 관계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선생님들이 수업에 오지 않는 아이들을 어떻게 하는지 보여 주면서 관계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는 8편으로 제작됩니다. 총 11편이 되는데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다큐를 찍으면서 학교에 대해 어떻게 정의가 되었나요? 가정과 사회의 문제를 학교나 교사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낙오자 없이 간다는 부분은 마음으로는 가능하지만 이상적인 부분입니다. 경계가 필요합니다. 해야 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경계선은 있어야 합니다. 경계와 존중이 같이 가야 합니다. 사실 경계를 고민하면서 왔다 갔다 하는 순간 성찰과 고민이 생깁니다. 경계를 무시하는 것이 관계는 아닙니다. 상호 존중이 필요합니다. 논리적으로 표현되기 힘든 부분입니다. 경계가 없어져 버린 친구 같은 선생님은 경계해야 합니다. 초임 선생님들이 친구 같은 선생님에 많이 꽂히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계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관계가 아니면 곤란합니다.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라는 제목에는 부정적인 뉘앙스와 신선함이 함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 새로운 프로그램인데 어떻게 시작했나요?

회의 중에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얼만 전 신입 PD들 연수에서 〈학교란 무엇인가〉의 초기 기획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함께 살펴봤습니다. 처음에는 ‘교사란 무엇인가?’, ‘죽지는 마?’ 이런 기획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고민은 “다른 것과 똑같네 !” 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는 10부작 중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전자 결제 시스템, 무엇이 문제인가?” 이런 것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결국 시청자가 학교에 느끼는 불만은 선생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안 움직인다’, ‘고여 있는 것 같다’는 생각. 부모님들은 선생님들이 수업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 이외에 우리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길 원하고 고등학교의 경우 진로 지도 상담을 잘하길 원합니다. 저는 부모님들이 평소에 학교생활을 잘하던 아이가 학교에서 야단을 맞고 오면 바로 교사를 비난하는 걸 봤습니다.

선생님의 30~40%를 키워 내는 건 노량진입니다. 노량진 쪽방촌, 교대에서 오시는 분 등 출생은 다양하지만 같은 집단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성장해 나가는지 다루어 보고 싶었습니다.

교육 운동이나 교사 실천 운동을 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은 나빠지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평가할 때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실패하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걸 봤을 때 교사 운동이나 실천 운동이 학교 내로 들어와야 합니다. 가정 방문이나 일대일 결연 운동에 더해 학교 내로 들어와서 조직하고 지속 가능한 동기를 제공하는 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전교조가 외부적인 시스템 부분에 대해 자기희생을 하면서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내부적인 운동, 학교를 바꿀 수 있는 실천 운동을 하는 단체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선생님이 중요합니다. 〈학교란 무엇인가〉1, 2, 5부에서 선생님이 중요하다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는 운동의 동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했던 것은 일종의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때 출연했던 선생님들을 최근에 만나 보면 선생님 스스로 다른 선생님들과 수업을 보고 서로 토론하는 모임을 만들고 계십니다. 수업에 대한 이야기가 아이들에 대한 크로스 체크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관심사가 아이들로 통일되는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좋은 교장 선생님이 오면 좋지만 내부적인 힘을 바탕으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 부분도 필요합니다. 교사들이 함께 수업을 보고 수업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문화, 100% 좋은 것이 맞는지 모르지만 좋은 단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프로그램은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입니다. 선생님들을 설득하고 일반화하는 것은 선생님들의 몫입니다.

외부적인 전문가 도움으로 수업의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저희도 수업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사들의 변화에 대해 EBS에서 뭘 준 건가 하는 오해를 많이 받습니다. 자극을 준 건 맞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변한 것입니다. 결국은 내부적인 자가 발전이 일어나야 운동이 가능합니다.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정말 달라졌나요? 영상에서는 좋아 보이는데 원하는 장면만 찍은 것은 아닌가요? 어떤 형태로 달라졌나요.

선생님과 아이들의 관계라는 면에서 달라진 것은 맞습니다. 관점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중심으로 보는 부분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출연했던 A 선생님의 경우 작년에 방송 나갈 때까지 긴가민가했습니다. 올해 4월에 만났을 때 학교 가는 게 즐겁다고 하시더군요. 아이들 만나는 게 즐겁고,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말 걸어 주는 게 좋다고 하셨습니다.

 

왜 교사들이 달라지나요?

성찰입니다. 내면의 변화라서 비주얼로 보여 주기는 어렵습니다. 내면 변화의 원인은 성찰입니다. 그리고 성찰의 기본은 객관화입니다. 수업 장면이나 생활 지도 장면을 촬영하고, 보는 것은 자신을 객관화, 타자화시키는 것입니다. ‘내가 이러면 안 되겠구나! 이래야겠구나!’ 하는 깨달음으로 경계가 생깁니다. 성찰을 통해 기준이 생기면 수업과 학급 경영이 훨씬 쉬워집니다.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시즌 2의 변화는 무엇인가요?

상황에 따른 매뉴얼화입니다. 작년에는 ‘선생님이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면, 올해는 ‘매뉴얼을 통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나’를 보여 준 것입니다. 신규 교사, 초등 교사, 중등 교사 등등 다양한 유형의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선생님 스스로의 힘으로 변화되는 것을 보여 주게 될 것입니다. 시청자나 보시는 선생님이 해당되는 유형에 자신을 동일화하고 적용 가능한 것을 보여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올 1월에 〈학교란 무엇인가〉에 출연했던 윤재윤 선생님 때문에 기독 교사 단체의 겨울 수련회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선생님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발적인 동력을 가지고 뭔가를 열심히 하려는 선생님들을 봤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젊은 교사들이 많았지만 에너지가 꺾이지 않고 계속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난관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성장하고 성찰해 나가는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야 선생님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어렵겠지만, 어렵겠지만, 정말 어렵겠지만 에너지가 좋은 형태로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내내 기뻤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회복하고, 회복된 관계 속에서 학교 문화와 수업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 ! 꿈과 애정을 가지고 학교를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발견할 수 있는 진리임을 확인해서 기뻤습니다.

아팠습니다. 10년을 넘게 좋은교사운동을 통해 교사 운동을 했지만, 학교는 더 나빠졌고, 결국 교사 운동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뼈아픈 지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곳곳에서 함께 사람들을 찾으니 또다시 일어서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