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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함께 추는 춤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김윤모 (사회 복지 법인 유스투게더 상임 이사)

ESF 선교 단체 간사로, 34세 최연소 시의원으로, 베다니학교 교장으로, 유스투게더 상임 이사로 그가 꾸는 꿈은 과연 끝이 있을까? 그가 늘 꿈꾸는 복지는 돈으로 이루는 것이 아닌 지역 공동체의 회복에 있다. 요즘 그는 이를 위해 풀코스 마라톤과 장애인 보호 작업장 사업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다.

 

 

함께 추는 춤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인터뷰 및 사진 ㆍ 홍인기

온화한 얼굴과는 달리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하는 일을 벌이곤 하시는 김윤모 선생님. 이번엔 김윤모 선생님이 42.195km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청주로 내려가 만나 보았다. 또 무슨 일을 꾸미시고 계신지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자.

 

2008년 7월 〈좋은교사 좋은만남〉에 선생님의 이야기가 실렸죠? 최근에 마라톤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23년 전 취학 전 장애 아이들의 언어 치료로 시작되었습니다. 장애가 있으면 언어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치료 방법이 생기면서 이 일이 많이 활성화되었습니다. 23년 전 꼬맹이들이 지금은 성인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가르치면 뭔가 아이들에게 길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시작한 일입니다. 하지만 장애는 없어지지도 완치되지도 않는 것입니다. 다만 극복하는 거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극복되는 장애인도 많지 않습니다. 늘 다른 사람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꼬맹이였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다시 도와 달라고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나가거나 독립생활을 해야 하는데 집에 있게 되고, 부모들이 돌보는 것이 어려워지자 다시 부모들이 돌봐 달라는 요청이 생겼습니다. 이런 이유로 주간 보호, 단기 보호 시설에 있는 장애인의 숫자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장애 어린아이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했지만 성인으로 성장한 장애인을 위한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성인이 되었지만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서 다시 시설이나 가정으로 돌아가는 형편입니다. 그동안 갈고 닦은 능력을 써먹을 수 있는 일이 필요합니다. 경쟁 고용이 될 수 있다면 제일 좋습니다. 국가에서 일정 숫자만큼 장애인들을 공무원으로 고용하기도 하고 장애인을 고용하면 국가에서 지원금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일자리는 장애인끼리 경쟁해서 취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전체 장애인 중 이런 형태로 고용이 되는 경우는 극소수입니다. 따라서 보호 작업장이 필요합니다. 보호 작업장은 사회 복지 시설 중에 하나입니다. 국가가 재정을 통해 설립과 유지를 지원하는 거죠.

이제 성인으로 자란 장애인들을 위해 보호 작업장을 해야 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직업이 필요한 아이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보호 작업장은 장애인 복지의 마지막 열매입니다. 그런데 정말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최소 2억이 필요합니다. 자금 마련을 위해 고민 하던 중 제가 사외 편집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신문 ‘충청리뷰’가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고 참가비의 50%를 기부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마라톤에 참가하면서 기부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호 작업장 설립을 하는 데 있어 많은 기부가 필요한데 마라톤이 기부에 대한 동기 유발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신문에서 가끔 봤던 것을 기억해서 저도 ‘기부 마라톤’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요.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5년 전부터 몸에 이상이 생겨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빈혈과 혈압이 올라가는 이상 증세였습니다. 처음에는 걷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걷기가 발전해서 운동장 돌기와 아침 조깅으로 발전했고, 동네 조기 축구회에 가입해서 조기 축구도 하면서 근력을 키웠습니다. 작년에 달빛 마라톤에서 하프(20km)를 뛰었습니다. 2시간 10분으로 꼴지 수준으로 들어왔지만 하프를 잘 뛰었습니다.


새롭게 준비 중이 보호 작업장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지금 저희가 운영하고 있는 주간 보호와 단기 보호 시설은 24시간 지낼 수 있고 최대한 90일까지 지낼 수 있습니다. 주말은 집에 가고 주 중에 사는 아이들이 10명 정도 됩니다. 보호 작업장에는 우리 아이들 중에서 노동이 가능한 아이들과 외부에 공개 채용을 통해 24명을 채용하고 사회 복지사도 5명을 고용할 계획입니다. 작업장 운영을 위한 예산이 금방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가 운영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보호 작업장의 이름은 ‘춤추는 북 카페’입니다. 기부 받은 책과 커피를 판매하는 가게입니다. 이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책을 수거하고 분류하는 사람, 커피 쪽에는 바리스타 교육을 시켜서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중증 장애인도 단순히 책을 나르는 일은 가능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보호 작업장은 대부분 조립 공장의 형태입니다. 춤추는 북 카페 같은 모델은 처음입니다. 비슷한 모델로는 카페에서 과자를 파는 정도입니다. 이 작업장이 운영되려면 천만 원 정도의 수익이 필요합니다. 커피로 천만 원을 벌기가 어렵습니다. 동기 유발이 약하죠. 그래서 중고 도서를 판매하는 북 카페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책을 기부하러 오기도 하고 사러 오기도 하면서 커피를 소비할 수 있습니다. 북 카페를 통해 세미나나 인문학 강의도 하려고 합니다. 일일 점장제를 실시해서 점장을 맡으신 분들이 자기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책을 가지고 나오라고 독촉하고, 점장이 직접 커피도 제공하려고 합니다. 지역에 있는 예술인들을 불러서 대화하는 장을 만들 계획도 있습니다. CEO, 기관장, 교수들의 만남과 소통의 장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통해 소통할 뿐 아니라 소통의 장이 장애인들에게는 일할 자리를 만들 수 있어 더없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책과 사람들이 함께 춤추는 곳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관건은 책을 얼마나 기부를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책을 기부하면 좋겠습니다. 가지고 있으면 짐이 되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이 책입니다. 책 기부가 많이 일어나고 책이 순환되는 과정에서 장애인은 직업이 생기니 이거야말로 정말 좋은 모델입니다.

 

선생님이 살아오신 모습을 보면, 복지 사업도 하시고 시의원도 하셨고 지역 시민 단체의 연대 관련 일도 하시고 지역 언론 일도 하고 계십니다. 늘 지역 사회에 중점을 두고 운동하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운동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복지 문제를 고민하면서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예전에는 복지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어릴 땐 지역 공동체가 있었습니다. 어려운 일에는 지역 공동체가 돕고, 품앗이로 동네 사람들이 돕곤 했습니다. 예전에는 농촌의 대가족 제도가 복지 시설, 어린이집, 노인 시설이었습니다. 집안에서 지지고 볶고 살면서 모든 역할을 감당한 것이죠. 이 인프라가 무너지면서 복지 요구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복지 문제는 아마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예산을 모두 쏟아부어도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복지를 연구한 사람들은 지역 사회 공동체의 회복이 대안이라고 말합니다. 장애인 관련 시설을 만들어서 장애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지역 사회의 공동체성이 회복되어야 장애인이 설 자리가 생깁니다. 제가 지역에 내려와서 복지와 관련되지 않는 시민 사회나 정치에 관여했던 이유는 이런 활동도 궁극적으로 복지와 같은 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또 다른 언론 쪽에서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운영위원장 역할을 맡고 있는데 창립 멤버이기도 합니다. 이렇다 보니 복지를 하는 사람이 다른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지역 신문 지원 조례를 만드는 일도 지역 공동체의 회복을 통해 복지를 이루어 가는 하나의 흐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역 공동체를 행복하게 함으로써 복지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복지는 결코 돈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역 공동체가 회복이 되면 돈이 없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 복지 국가의 한계는 고도성장을 전제로 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복지 국가 근처에도 못 갔지만 대안을 고민하면서 가야 합니다. 지역 공동체의 연대와 공동체성 회복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이 일은 몸에 배고, 유전자가 변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어릴 때 떡 가지고 오면 우리끼리 안 먹었습니다. 잘라서 꼭 옆집으로 넘깁니다. 양으로 보면 우리 먹기도 부족한데 말이죠. 여기에 답이 있습니다. 결국 주고받으며 양은 똑같지만 풍성해지는 지혜를 조상들은 알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배고파서가 문제가 아니라 단절이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살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는데 자살은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것입니다. 가난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누군가부터는 시작해야 합니다.

 

요즘 어디를 가나 일대일 결연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다니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좀 직설적으로 묻겠습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왜 유스투게더와 일대일 결연사업을 해야 하나요?

일대일 결연 운동은 좋은교사운동이 처음 시작한 사업입니다. 개인적으로 한 학생을 작정하고 돕는 형태였습니다. 이후 좋은교사운동이 기금을 마련해 활동 지원금을 도와주는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이것을 좀 제대로 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저는 일대일 결연이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방법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이 대중적으로 가르치셨지만 중요한 것은 일대일로 가르치셨습니다. 저도 ESF에서 일대일로 양육을 받았습니다. 이후 제가 목자로 성장해서 양이 가진 문제를 듣고 풀어 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일대일로 배우기도 했지만 제가 일대일로 가르치면서 성장했습니다. 일대일 양육을 통해 후배들은 안 크는데 저는 성장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결국 일대일 결연은 주는 것이 아니라 본이이 성장하는 것입니다. 재수할 때 이화여대에 다니던 의대생 누나가 찾아와서 성경 공부를 해 주었는데 성경 공부는 재미없었지만 누나가 제게 잘 해 주는 게 좋았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고등학생인데도 집에 전화가 오면 전화를 못 받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었습니다.

일대일 결연이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키는지 모릅니다. 기독 교사하면 일대일로 섬기는 멘토가 연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다운 선생님, 사람을 변화시키고 키우는 선생님을 부모들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대일 결연은 좋은교사운동을 성장시키는 막강한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작년에 일대일 결연을 위해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20% 정도만 성장했습니다. 일대일 결연 사역이 개인의 선의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 운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멘토 훈련이 필요합니다. 좋은교사 회원 1명당 1~2명의 아이들을 멘토링 하는 것이 의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삶으로 멘토의 역할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교사운동 회원들은 제일 잘 훈려되어 있고 준비되어 있는 멘토들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샘물을 퍼내지 않아서 말라 있는 것 같습니다. 샘물을 퍼내면 자신도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고 주변의 갈함도 채울 수 있습니다. 3,000명 중에서 1,000명만 결연 사업에 참여해도 변화가 올 것입니다. 1,000명이 운동가가 되면 지역별 미팅도 하고 멘토들을 찾아가 관리하는 일 등 다양한 사역들이 가능해집니다.

 

교사들은 일대일 결연을 많이 어려워하는데 왜 그럴까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서 더 잘하려는 동기로 발전해 나가는 코스를 개발해야 합니다. 하면 아주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부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돈을 전달하는 수준으로라도 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해 봐야지 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도벽이나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대일 결연을 하다 보면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한 아이를 돕는 것이 교사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심리 치료사의 상담이나 다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학교 안에 관련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필요함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은 저희 유스투게더가 도울 수 있습니다.

유스투게더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훈련시키고 후원자를 발굴하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지역에서 멘토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 직장인들을 멘토로 훈련시켜서 지역에 있는 아이들을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멘토를 하도록 하는 일입니다. 이 연결 고리가 지역 공동체를 세우는 기반이 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교사 선생님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기독 교사를 바꾸는 일은 기독교사대회를 통해 영양을 보충하는 정도였습니다. 사관 학교 같은 과정이 없습니다. 좋은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 실천 학교가 필요합니다. 선생님들이 너무 지쳐 있어서 새로운 부담을 주는 것이 힘들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제대로 훈련을 받는 것이 무기력한 교사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몸이 약할 때 운동을 하기보다는 쉬는 것이 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3~4년 견디면서 근력을 키우면 마라톤에도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한 학생과 결연을 결정하고 책임감을 가지게 되면 신경을 쓰게 되고 도우려는 아이들이 대부분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속도 썩고 기도도 하면서 자신이 성장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좋은교사운동이 실천의 기반이 없이 교육계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 주도권을 얻는 것이 저주가 될 수 있습니다. 결연 사업을 통해 회원들과 좋은교사운동이 한 단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웃는 얼굴이 모든 것을 말해 주는 사람이 있다. 김윤모 선생님이 그런 분이다. 꿈을 꾸고 그 꿈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며 함께 행복해지자고 말하는 김윤모 선생님. 그가 내딛는 42.195km 한 걸음 한 걸음이 춤추는 북 카페의 귀한 밀알이 되길 소원한다. 그리고 춤추는 북 카페를 통해 장애의 구분됨 없이 지역 공동체 모두가 신명나게 한판 춤을 벌였으면 좋겠다. 함께 추는 춤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