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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긴장되는 새 학기 업무 분장

긴장되는 새 학기 업무 분장

 

 

 

2월이 되면, 한국 선생님들의 최대 관심사는 학교에서 1년간 맡게 될 새로운 업무입니다.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어떻게 업무 분장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는 맡게 될 학년 및 업무 분장이 2월 달에 최고의 이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방과 후 학교 업무, 영재 업무 그리고 나이스 전산 등 말만 들어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업무들. 과연 에티오피아 선생님들은 학년 선택과 업무 분장을 어떻게 할까요? 이번 호에서는 긴장되는 새 학기 업무 분장에 대해 한번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행정 업무의 인기

만약 에티오피아에 방과 후 학교 업무가 있었다면, 에티오피아 선생님들은 누구나 그 업무를 맡기 위해서 안달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방과 후 학교 업무는 누구나 피하고 싶어 하는 업무입니다. 정시 퇴근도 불가능하고 교감, 교장 선생님과의 업무 스트레스로 맡은 업무 한 달 만에 눈에 알 수 없는 시커먼 멍이 생길 거예요.

하지만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아마 에티오피아 선생님들은 서로 이 업무를 맡기 위해 달려들었을 것입니다. 심지어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교장 선생님께 로비를 해서라도 이 업무를 하려 했을 것입니다.

왜 이렇게 에티오피아 선생님들은 행정 업무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곧 수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특권과 학교 내에서 지위가 많이 상승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행정 업무는 학교에 몇 대 없는 컴퓨터로 좋은(?) 사무실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고 하루 종일 컴퓨터만 할 수도 있고, 컴퓨터 활용 능력을 과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교장 선생님의 권한

한국에서 교장 선생님의 권한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교사들에게 상당한 힘을 행사하고 있지요. 학교 예산권과 중요 사항에 대한 전반적인 결정권을 쥐고 있는 한국의 교장 선생님은 교직 내 권력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교장 선생님의 권한은 한국과 매우 다릅니다. 예전에는 한국과 많이 비슷했을지도 모르지만, 최근에 들어 교직 내 소통과 젊은 리더십을 원한 정부의 부단한 노력으로 교장 선생님의 나이도 대폭 낮추고, 권한도 크게 축소시켰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시절 저희 학교 교장 선생님은 저하고 동갑인 28살이었습니다. 상상이 되실지 모르겠지만, 교장 선생님과 저는 학교 내 가장 친한 친구였고, 학교 밖에서는 여가 시간을 함께 지낸 동무였습니다. 심지어 교장 선생님은 학교 내에서 풀베기, 신입생 사진 찍어 학생증 만들기 등의 행정 업무를 손수 하면서 교사의 업무 부담을 거의 없애는 데 그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새 학기 업무 분장 때는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교장 선생님에게 내세우고, 싸우기도 하고, 교장 선생님이 삐치기도 하고, 삐친 평교사를 교장 선생님이 직접 찾아가 달래 주기도 하는 등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광경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학년 배정

한국에서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6학년과 과도한 행정 업무를 매우 기피합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선생님들은 매우 다릅니다. 일단, 고학년과 행정 업무를 매우 선호합니다. 참고로, 에티오피아 교육체계는 1~4학년의 1Cycle과 5~8학년의 2Cycle로 나뉩니다. 1~4학년은 주로 2년 과정 교육대 졸업 선생님이 담당하는 학년이고, 5~8학년은 주로 3년 내지 4년 과정 교육대 졸업 선생님이 담당하는 학년입니다.

만약 4년 과정 교육대를 졸업했는데 1~4학년 과정을 1년 동안 맡게 된다는 것은 학교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따라서 학교 내 3~4년 과정 교육대 졸업자가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저학년으로 배정되면, 그 교사는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받고 교직 내 실력 미달 교사로 소문이 날 것입니다. 그래서 저학년 교사들은 교장을 찾아가 따지기도 하고, 교장은 달래는 데 애를 쓰기도 합니다.

한국과 많이 다른 에티오피아 상황이 재미있고 신기하지 않나요? 우리도 분명 그들에게서 배울 것이 있을 것입니다. 새 학기 힘차게 출발하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