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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천재들 3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

우리 부모님은 떨어져 사십니다. 그동안 어머니는 전화만 몇 번 하고 집에는 딱 한 번 왔다 가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빠가 엄마 대신 오빠와 나를 돌봐주십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일이 바쁘면 저녁에도 일찍 집에 들어오시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요 며칠 동안은 거의 집에 오시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안 오셔서 준비물도 못 사고 숙제가 많이 밀렸습니다.

아버지께서 안 오시면 오빠와 나는 남은 밥을 챙겨 먹거나 라면을 끓여 먹습니다. 우리끼리 먹어야 되기 때문에 오빠와 나는 시간을 맞추어야 합니다. 하루는 내가 약속한 시간보다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오빠가 배가 고프다면서 나를 보자마자 물건을 집어던졌습니다. 그때 고맙게도 아버지께서 때맞춰 오시지 않았다면 저번처럼 오빠에게 맞아 뺨이 퉁퉁 부었을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아버지가 매일 집에 일찍 들어오시는 것입니다. 엄마는 전화를 더 많이 해 주시고 집에도 자주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이다음에 자라서 어른이 된다면 아빠, 엄마처럼 떨어져 사는 부모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쩌다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친구들이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행복한 모습이 언제나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나보다 더 불쌍한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반에는 부모님과 헤어져서 보육원에서 사는 재호도 있습니다. 재호를 볼 때마다 아버지가 있는 나는 그래도 행복한 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날, 내가 친구 집에 가서 잤을 때 아버지가 나를 찾으시느라고 경찰서까지 갔다 오셨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아빠는 내가 아빠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많이 나를 사랑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아버지가 걱정하시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부모님이 화해를 하셔서 우리 가족이 함께 사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빠 말씀을 잘 듣고 오빠와도 사이좋게 지내면, 엄마가 빨리 돌아오셔서 우리 집도 친구 집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이쁜 딸, 수연이

앞의 내용은 우리 반 수연이가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쓴 생활문입니다. 수연이는 3학년 초에 교실에 들어서서 처음 반 아이들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내 눈에 뜨인 아이입니다. 해바라기처럼 항상 나만 바라보며 생글생글 미소를 짓고 있는 아이였습니다. 수업 중에 다른 곳을 보다가도 문득 수연이를 보면 그때까지도 마냥 나를 쳐다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었습니다. 교실 어디에서든지 눈이 마주치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처음 수연이를 봤을 때, 나는 수연이가 형편이 넉넉한 집의 딸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정말로 티 없이 밝고 행복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을 알았을 때, 수연이에게는 어머니가 안 계셨고 형편도 넉넉하지 못하여 정부로부터 생활 보호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수연이를 사랑하게 되었고, 수연이에게 선생님의 이쁜 딸이 되어 주면 참 행복하겠다고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수연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생각해 보겠다고 그랬고,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겨우 고개를 끄덕여 줬습니다.

 

빼앗겨 버린 딸

그런데 불행하게도 나는 그 이쁜 딸을 다른 엄마에게 빼앗겨 버렸습니다. 수연이를 양녀로 삼게 되었다는 어느 어머니의 전화를 한 통 받게 된 것입니다.

우리 반에 아버지가 초등 교사인 하은이라는 여자 아이가 한 명 있었는데, 하은이가 수연이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하은이 엄마가 보고서는 수연이를 아예 양녀로 삼아 버린 것입니다. 수연이네 집과 같은 아파트의 같은 통로에 살고 있어 아이들이 서로 집으로 자주 놀러가다 보니 수연이의 형편을 알게 되었고 외동딸인 하은이가 수연이를 아주 좋아하는 것을 보고는 양녀로 삼게 된 것입니다. 딸을 빼앗기게 되어 서운했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마음이 따뜻한 이웃을 만난 것이 감사했고, 그 이후로 항상 단정한 차림으로 등교하는 수연이를 보면 정말로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편지 쓰기’ 과제를 내어 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하은이 어머니께서는 수연이에게 사랑의 편지를 적어 보내 주셨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양어머니로부터 뜨개질을 배울 수 있다고 좋아하는 수연이를 보면서 기쁘고 행복하면서도 쓸쓸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 번 담임은 영원한 담임

나는 아이들에게 늘 ‘한 번 담임은 영원한 담임’이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평생 애프터서비스를 보장한다고 하면 아이들이 웃습니다.

“해가 바뀌어도 마음만은 항상 너희들과 함께할 테니 이 담에 커서도 힘들고 어려울 때는 맨 먼저 나를 생각하고 나를 찾으라”는 부탁을 해마다 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대신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꼭 도와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오로지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오늘도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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