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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사교육비 문제, 정확한 원인 진단에 근거하여 핵심적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바랍니다.

▶ 내신 문제를 사교육비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기초적 통계 분석 오류에 기인한 부정확한 분석

▶ 사교육비의 핵심 원인인 외국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선지원 후추첨제 도입해야

▶ 방과후학교, 학생의 선택권 확보가 우선되어야

▶ 방과후학교 비용도 사교육비에 포함해서 발표해야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이 ‘사교육비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사교육비라는 민생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정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한낱 구호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따라야 한다.


1. 내신 문제가 핵심이 아니다

곽 위원장은 내신 비율 확대로 인해 사교육비가 팽창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조선일보 4월 24일자 보도에서)“내신의 지나친 확대가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이다. 2007년 내신 반영 비율을 절반으로 하도록 반(半)강제화하자, 그해 일반교과를 가르치는 학원의 매출은 20%, 외국어 학원 매출은 32%가 늘었다. 내신 위주 입시가 결국 사교육 배만 불린 것이다.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정확하지 않은 통계자료이다. 2007년 일반 교과 학원의 매출이 20% 늘었다는 통계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묻고 싶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의 경우 일반입시학원의 매출액이 4,325,185(백만원)이고, 2007년에 일반교과학원의 매출액이 4,972,697(백만원)으로 14.97%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외국어 학원의 매출(2006년 언어학원)은 32.44%가 맞다. 정책 담당자가 부정확한 통계에 근거하여 정책을 세운다는 것은 문제다. 다시 한 번 통계 자료를 자세히 검토해 보길 바란다.

보다 더 큰 문제는 해석의 문제다. 사교육비는 항상 증가해 왔다. 그렇다면 2006년과 2007년의 교과 학원의 매출액의 증가만 단적으로 언급할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교육비 증가액과 비교하여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2007년의 사교육비 증가률과 비교하는 준거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이전에는 해당 카테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어 학원의 매출액 증가율이 32%라고 해 놓고 이에 대한 원인 분석을 단순히 내신 확대로 귀결시키는 것은 매우 비논리적이다. 왜 내신 확대가 외국어 학원의 비정상적인 매출 확대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분석은 없다.

그리고 2008년에도 사교육비는 불경기 가운데도 팽창하였고, 이는 내신의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약화되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을 내신 확대에서 찾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처럼 부정확한 통계 위에서 거친 분석으로 내신 확대를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결론을 정해 두고 자료를 끼워 맞추었다는 인상이 짙다. 이는 노무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정치성 발언으로 보인다.

내신의 반영은 사교육비 증가와 다른 맥락에서의 검토도 필요하다. 학교에서 학업을 이수하는 과정에 대한 가르친 자의 평가라는 교육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내신의 질을 높이는 것과 함께 학교에서 충실히 하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얻도록 하자는 것은 사교육비 감소와 함께 동시에 달성되어야 할 목표다. 그러므로 사교육비를 잡기 위해 내신을 축소하겠다는 발상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2. 주원인은 외국어고 문제다. 선지원 후추첨이 대안이다.

사교육비 증대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외국어고라는 것은 곽 위원장도 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왜 외고 입시에서 내신 볼 때 수학에 가중치 주는가. 영어와 수학 모두 잘하는 학생 뽑아 서울대 많이 보내겠다는 뜻 아니냐. 외고가 서울대 가는 KTX(고속철도) 역할을 하는 것을 고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보다 철저한 대책을 내놓아야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안은 뚜렷하지 않다. 수학과 과학의 가중치를 해소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경쟁의 방식만 바꾸었을 뿐 경쟁의 본질과 강도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외국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하나는 출구 정책으로 동일계 진학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또 하나는 입구 정책이다. 성적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구조 가운데서는 고교 서열화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렇다고 근거리 배정이나 무작위 추첨 배정도 학교의 다양화와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 확대 추세와는 조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은 선지원 후추첨 배정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외국어 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다면 필요한 만큼 학교 설립을 확대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즉 다양화는 확대하되 서열화는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형 사립고 정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자율형 사립고 선발이 또 다시 성적순 선발이 될 경우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와 아울러 현재의 비평준화 지역의 성적순 선발 체계도 개혁해야 할 것이다. 사교육비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사할 각오로 싸운다고 공언했다면 이 문제야말로 명운을 걸고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3. 방과후학교, 학생의 선택권 확보가 우선이다.

방과후학교의 확대를 통해서 사교육비를 절감하겠다는 것은 최선이라 할 수는 없지만 차선으로 볼 수는 있다. 최선이라 할 수 없는 이유는 입시교육의 문제는 그대로 두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차선이라 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학원보다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다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차선이 되기 위해서는 충족되어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학생의 선택권 확보다.

사교육비를 잡기 위해 방과후학교를 확대한다고 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강제적인 방과후학교 참여다. 현재의 학교 문화와 정부 차원의 방과후학교 확대 정책이 결합될 경우 강제적인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참여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렇게 될 경우 학생들은 방과후학교는 학교대로 참여하고, 또 별도로 학원을 수강할 가능성이 있고 이중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이 방안은 차선이 아니라 최악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방과후학교의 확대 이전에 이 부분에 대한 분명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지적할 점은 사교육비 통계에 방과후학교 비용을 포함시켜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안이냐 바깥이냐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학부모의 부담이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하는 것을 학교 안으로 끌어 들였다고 해서 학부모의 지출이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교육비 통계에서 방과후학교 비용을 제외해서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발표하는 것은 조삼모사와 같은 술수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OECD 국가 중에서 GDP 대비 공교육비(등록금 등) 지출액이 2.4%(2004년 기준)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과후학교 비용까지 공교육비에 포함된다면 이는 단연 세계 최고라 할 것이다.


4.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사교육비 해결은 선거의 단골 공약이었지만 지금까지 해결이 되지 않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단칼에 끊어낸다는 것은 의욕은 좋지만 실현가능성은 의문이다. 그리고 과연 그럴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당장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정치적 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갑자기 서두르다 보니 부정확한 통계의 오류도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해결책을 내놓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드러내고 이를 둘러싼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2009년 4월 28일

(사)좋은교사운동

(대표 : 정병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