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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학생에 의한 평가는 강화되어야 하지만, 동료 교원의 수업 평가의 결과를 승진 점수에 반영하는 것은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원 평가의 본질적 목적을 훼손하고 교육의 질을 저하시킬 것입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당정 협의를 통해 교원 평가제의 추진을 밝혔다. 이전 정부와 다르게 인사와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좋은교사운동은 교원 평가제의 실시에 대해 찬성의 입장을 가지고 있으나, 이번에 나온 방안은 몇 가지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원 평가는 실효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교원 평가는 교사의 전문성과 열정을 높이기 위해 매우 필요하다. 기존의 승진을 위한 근무 평정은 많은 부작용과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학교를 교육 중심에서 이탈하여 관료주의와 행정 위주로 운영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수업에 대하여 학생들로부터 평가를 받고 피드백하도록 하는 것은 학교를 교육 중심으로 본질을 회복하도록 하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원 평가는 이전 정부에서 밝혔던 바 3년에 1회 하도록 해서는 실효성이 없고 매년 2회 이상 실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밝힌 교원 평가 방안에서 학생의 참여라는 기존의 맥락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고 이 부분은 보다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실시될 필요가 있다.

교원 능력 개발 평가와 다면 평가의 차이점과 연계의 부작용
그런데 이번에 교원 평가의 결과를 승진 점수에 반영한다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하는 부분은 교원 평가의 본질을 호도하고 학교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따름이다. 학생ㆍ학부모의 평가는 제외하고 동료 평가의 결과를 다면 평가에 반영한다고 한다. 우선 학생 학부모의 평가를 직접 승진 점수와 연결하지 않도록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으나, 동료 평가를 승진 점수와 연계한 문제도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왜냐하면 올해부터 실시하는 다면 평가와 시범 실시 중에 있는 교원 능력 개발 평가는 목적과 대상과 방법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이를 직접적으로 연계할 경우 교원 능력 개발 평가가 왜곡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면 평가는 소수의 평가 위원이 전체의 교사를 대상으로 근무 능력 전반에 대해 서열화된 평가를 하도록 하는 것이고, 교원 능력 개발 평가는 동교과 혹은 동학년 교사들이 수업을 참관하고 이에 대해 상호 전문적인 피드백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수업 능력이라는 항목의 공통점은 있을 수 있으나 교원 능력 개발 평가는 교사들 사이에 전문적 기준으로 상호 피드백을 하는 것이 중심이고, 다면 평가는 승진을 위한 서열화된 평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 둘을 결합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가? 동료 교사에 의한 수업 평가의 분위기는 심각하게 왜곡될 것이다. 현재까지는 전문가적인 평가와 장학을 위해 협의하고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했으나 서열화된 평가 체제로 편입되는 순간 협력이 아닌 경쟁으로 탈바꿈될 것이다. 동료의 실패가 나의 성공이 될 수 있는 줄 세우기 구조 속에서 동료 간의 순수한 협동적 장학의 문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전문가들끼리 협력하지 않는 학교 풍토 가운데서 교육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동료 평가의 결과를 승진 점수에 반영하는 것은 공정성 시비를 불러 올 것이다. 평가의 모집단과 주체가 다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를 획일적인 점수로 치환하는 것은 형식적인 공정성조차 담보하기 어렵다. 승진을 둘러싼 예민한 상황 속에서 제기되는 이러한 공정성에 대한 이의 제기를 교과부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진정한 동기 부여
그리고 근본적으로 승진 점수를 통해 교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는 발상이 문제가 있다. 승진 점수를 연계하지 않으면 교원 평가가 실효성을 갖기가 어렵다는 것인가?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자발적인 수업 평가 캠페인을 통해서 나타나는 효과나 시범 실시의 결과들은 인사와 연계하지 않을 때 오히려 타당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것이 교사에게 충분한 자극을 주고 있으며, 전문가로서의 자존감과 열정을 일깨우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점수로 동기 부여를 하는 구조 하에서는 점수화되지 않는 것은 의미를 상실하게 마련이다. 교사들을 승진 점수로만 조종하려고 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다. 교사의 모든 것을 점수화하지 못할 바에는 어설프게 연계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자존감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정책 추진의 근거가 무엇인가
교과부와 한나라당에 진지하게 묻고자 한다. 수업을 두고 교사들끼리 줄 세우기를 해야 실효성이 보장된다고 하는 이런 황당한 아이디어는 도대체 어떤 연구에 기초하고 있는가? 적어도 논란이 많은 정책을 추진하고 할 때에는 당사자들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든지, 정책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나 시범 실시의 과정이 있었어야 한다. 그러나 4차에 걸친 시범 실시 과정에서도 이 문제는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고, 교원 단체는 물론 학부모 단체들도 이런 식의 인사 연계 방안을 요구한 적이 없다. 짐작컨대 교원 평가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기 때문에 이를 좀 더 강화한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인사 연계 방안을 제시한 것 같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교원 단체를 압박하고 고립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전문가와 당사자의 연구와 주장을 전혀 귀담아 듣지 않은 채 피상적 논리에 의거하여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포퓰리즘적 행태라고 할 것이다.

연수와의 연계 문제
평가의 결과를 연수에 연계한다는 방안은 원론적으로는 틀리지 않은 논리이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과연 어떤 기준에 의거하여 어떤 연수를 받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서 아직 제대로 된 연구도 없고, 시범 실시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교과부는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법제화부터 성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교원 평가가 제대로 정착이 된다면 연수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라 본다. 이 부분에서 교과부가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관료주의의 부작용을 갖고 올 가능성이 크다.

학부모의 요구
사실상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교원 평가의 결과를 승진 점수와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부적격 교사의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학부모들은 누가 승진을 하느냐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이 문제는 과거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특별 협의회에서 교원 단체와 학부모 단체의 합의에 의해 별도로 분리하여 교직복무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함으로 인해 여전히 학부모들의 불만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이러한 불만과 요구는 이것대로 처리해야 하는 것인데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교원 평가를 승진 점수와 연결한다는 방안은 전혀 맥락이 없는 아이디어다.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격이다. 이러한 방안은 교원 평가의 실효성을 보장해 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교원 평가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를 강화하고 이를 둘러싼 여러 제도적 여건을 구비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교직 사회에 혼란을 초래하는 다면 평가와 성과급 문제를 정리하고, 교사의 수업 자율성을 확대할 수 있도록 교사별 평가를 실시하며, 승진 제도를 개선하는 교장 공모제의 확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동료 평가의 과정이 전문적이고도 협력적인 장학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타당성 있는 근거와 공감대 위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정부와 한나라당은 교원 평가의 본질에 충실한 방향으로 생산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사회적 논란이 되는 정책을 추진할 때는 충분한 연구와 협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현재까지의 시범 실시의 결과를 바탕으로 교사와 학부모들의 협의에 의해 이루어진 공감대 위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와 한나라당이 새롭게 제기한 문제는 관련 근거도 없을뿐더러 학부모와 교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설득력을 지니기 어렵다. 무엇보다 교원 평가의 본질을 훼손시키고 학교 교육의 질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교원 평가제는 더 이상 논란과 갈등을 일으키기보다는 하루 속히 제도화되어 시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주장으로 혼란과 갈등을 일으킬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형성된 공감대 위에서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핵심적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학생 평가 중심의 교원 평가를 실효성 있게 추진하여야 한다.
2. 동료에 의한 수업 평가의 결과를 승진 점수에 연계하는 것은 전문적이고 협동적인 장학 문화를 훼손하여 교육의 질을 저하할 것이다.
3. 승진 점수 반영은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교사들의 동기 부여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4. 교원 평가는 시범 실시의 결과에 의거하여 마련된 공감대 위에서 제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교원 평가가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는 외부적 여건이 개선되어야 한다.

2008년 11월 7일

좋은교사운동
(대표: 정병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