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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 세계를 품다

우간다 에피소드 #9. 우간다의 초등교육_홍세기 선교사

기독교사 세계를 품다 9

 

 

우간다 에피소드 #9. 우간다의 초등교육

 

홍세기

 



2016UNICEF는 우간다 초등학교 입학생 중 불과 50% 정도만이 초등교육을 마친다고 발표했다. 이 통계가 사실이라면 다행이다. 내가 관찰할 바로는 실제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가 중도에 포기한다. 아예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는 학생들도 20% 정도 된다고 한다. 표는 우리 지역의 Kalapata 초등학교 학생 수 통계다. 1학년 입학생 수와 초등학교 마지막 7학년 재학생 수가 현저히 차이 난다.

우리 Kumi 지역 학교들은 대부분 이렇다. 초등학생들의 학업 포기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조기 임신, 조기 결혼이 주요 요인이다. 우간다는 1997년 초중등 무상교육을 발표했으며, 여아들의 조기 임신 문제는 사회문제로 늘 거론되는 주요 현안이나 지금까지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학업 포기의 원인 자체도 큰 문제이지만 이로 인한 빈곤, 문맹, 사회적 소외 등 치명적 결손은 회복하기 어렵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가 우간다와 비슷한 실정이다.

 

 

공립학교 학비는 무상, 무상교육은 아님

우간다 전체 학교 중 70%는 공립학교로 국가가 지원하여 운영된다. 학교의 주요 교사 층은 국가에서 보수를 받은 정부 고용 교직원이지만, 특별 교사나 시설이 더 필요한 경우 학부모들이 회비를 걷어서 충당한다. 이 외에 학생들의 교복이나 급식, 특별활동 비용 등은 모두 학부모가 부담한다. 무상으로 교육해 주는 공립학교에 보내더라도 교육에 필요한 상당한 경비는 생계가 어려운 학부모의 몫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지 않는다는 소문이다. 가르치지 않아도 월급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월급이 적은 것도 가르침의 동기를 훼손하는 문제일 것이다. 국가에서 주는 교사 월급이 초임의 경우 30만 실링(한화 10만 원) 남짓이며 10년 경력의 교사도 40만 실링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공립학교 교사들이 잘 가르치지 않는다는 일반인들의 이런 추론을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국가에서 치르는 PLE(Primary Leaving Examinations)의 결과가 뒷받침해 준다. 공립학교에서 공부한 학생들의 시험 결과가 좋지 않다. 보통의 학교에서 1등급의 결과를 내는 학생들릉 거의 없다. 시험 결과도 잘 나오지 않으니 부모들은 필요에 따라서 자녀들에게 농사일이나 집안일을 시키면서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 옆집 죠지 아저씨는 여덟 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번갈아 하루씩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낮에 농작물을 훔쳐 먹는 원숭이를 쫓아내기 위해서다. “요일마다 한 명씩 최소 일곱 명은 있어야 해서 이렇게 아이를 많이 낳은 것이냐고 내가 농담을 했었다. 공립학교는 보통 한 교실에 100명이 넘는 학생이 앉아있다. 학생이 많은 교실은 200명도 된다. 교과서는 물론 없다. 보통 1, 2, 3학년은 책걸상 없이 바닥에 앉아서 공부를 한다. 이런 이유로 부모들은 약간의 여력만 생기면 자녀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어 한다.

 

사립학교 교육

우리 대학교 인근에 한국 선교사님이 운영하는 한 사립학교는 우간다에서 명문학교라고 소문이 나 있다. 지난해에도 PLE 시험을 치른 101명의 학생 중 100명이 1등급의 성적을 냈다. 이 학교는 초등학교임에도 불구하고 1,000여 명 학생 중 600여 명은 기숙하며 공부를 한다. 조기 유학을 하는 것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새벽 6시에 일과를 시작한다. 주말에도 평일과 비슷한 일정으로 공부하며 주중에는 밤 9시까지 교실에 불을 밝히고 공부한다. PLE 시험을 치르는 초등학교 7학년의 경우는 더더욱 열심을 내어 특별 보충 수업을 받는다.

우간다 사람들은 자녀를 이 명문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서 유치원 때부터 공부에 열중한다. 이 명문 초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서 가게 되는 수도 캄팔라의 명문 중고등학교는 대부분 내가 지금 있는 시골 쿠미대학교 학생들의 학비보다 훨씬 비싼 학비를 받는다. 명문대학의 전도가 유망한 학과에 지원하기 위해서다.

 

우간다 교육열이 높은 이유

부모들의 부족한 경제력, 여자 아이들의 조기 임신, 농사일을 해야 하는 가계 상황 등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입학생 중 대학생이 되는 학생은 불과 2.5%미만이다. 우리 학교처럼 이름 없는 시골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도 이 범위 안에 있는 학생들이다. 만일 공립학교에서만 공부를 해서 우리학교까지 왔다면 그 학생은 학교에서 공부를 매우 잘한 학생들이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옷차림도 말끔하게 하고 행동거지도 어수룩하게 하지 않는다.

 

이른바 의사, 판사, 변호사나 대학 교수가 되면 이들의 자존심은 하늘을 찌른다. 이런 사회 상황 때문에 사람들은 가정의 모든 재원을 다 내어서 자녀를 명문학교에 보낸다. 취업 후의 임금 수준은 교육받은 정도와 일치한다. 학비가 국민 소득 수준에 비해서 폭력에 가까울 만큼 비쌈에도 불구하고 교육열은 꺼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정에서 공부시키기 어려운 똑똑한 학생의 경우, 일가친척들이 나서서 학비를 지원한다. 이렇게 해서 대학교를 졸업하면 학교 졸업식만으로는 아쉬워서 마을에 돌아가 감사와 자부심을 곁들인 동네 졸업 잔치를 한 번 더 한다.

 

우간다 초등교육과정과 교사양성

우간다 초등교육은 7년제이다. 중학교 4, 고등학교 교육 또는 직업교육 2, 대학교 교육은 3년이다. 초등교육은 초1-3학년 기간과 4-7학년 기간의 교육과정 운영이 현저히 다르다. Lower Primary 교육이라 불리는 저학년에서는 환경, 문화, 역사, 날씨, 건강 등으로 선택된 주제 중심의 교육을 부족어와 함께 공부한다. 이른바 통합교육이다. 유치원 교사양성 과정을 마친 교사들이 가르친다.

4학년에 올라가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종교, 예술 등의 교과목 형태의 교육과정 운영을 한다. 1-3학년은 담임교사가 수업을 하고, 4학년 이후부터는 교사들이 자신의 전공 과목을 여러 교실에 다니면서 가르친다.

Upper Primary 교육은 7학년을 마치면 치르는 국가시험 대비에 치중되어서 예체능이나 부족어 교육은 거의 하지 않는다. 시험을 봐야 하는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교육에 치중한다. PTC(Primary Teachers College 2년제 직업교육과정.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2-3학년)를 마친 교사들이 가르친다. 최근에 국가에서는 초등교사들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서 PTC를 학사(B.A) 자격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우간다 현대 학교 교육의 기원과 문제

아쉽게도 우간다 교육은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영국교육은 귀족교육과 공교육이 현저히 나누어져 있고, 공교육은 최선의 교육이 아니라 최저 수준을 담보하는 교육으로 존재하는 나라다. 18세기 산업혁명 때부터 시작된 영국의 공교육은 산업생산에 필요한 인력을 키워내기 위해서 시작되었다. 교육받은 일꾼들이 산업생산 효율이 높다는 산업현장의 목소리에 부응하여 시작된 교육이 영국의 공교육이다.

독일의 경우 루터가 종교개혁을 하면서 만인 제사장설을 선포하였고, 제사장인 사람들을 잘 교육해야 한다며 공교육을 부르짖었다. 그래서 언어, 문학, 수학, 논리 등 일반 교육과정의 교육을 교회가 먼저 시작했고, 나중에 국가가 그 책임을 넘겨받았다. 독일을 비롯한 루터와 칼빈의 영향을 받은 북유럽 국가들은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보고 누구에게나 교육이 필요하다는 철학으로 공교육을 시작했다.

북유럽국가들의 공교육이 효율을 생각해서 시작한 영국의 공교육과 오늘날에도 현저히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국의 교육을 비판 없이 받아들인 우간다는 좋은 직업과 결혼, 그리고 윤택한 삶을 위해서 교육받는다는 것이 보편화된 가치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희망적인 우간다 아이들

우간다 교육은 50년 전 우리 교육을 연상케 한다. 중고등학교 입시가 있던 시절 초등학교에 다녔던 나는, 명문 중대학 입학을 위한 명분 있는(?) 체벌과 비교평가로 그 찬란한 청소년기를 회색빛으로 살았다.

우간다는 지금도 경쟁을 당연하게 생각하여 일간지에 국가시험 결과가 학교별로 공포된다. 교과서도 전기도 없는 시골에 교사가 유일한 학습의 통로인데, 그나마 가르칠 동기를 잃은 선생님에 의존하여 공부하는 아이들, 장날이면 부모님 대신 어린 동생 돌봐야 하고, 농사짓느라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의 마음을 나는 헤아릴 수 없다. 경쟁의 기회마저 잃어버린 아이들이 아닌가.

어른들이 만든 일방적인 평가 시스템과 관계없이, 공평한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과 관계없이, 내가 보는 우간다 아이들은 밝고 희망적이며 신앙도 좋다. 적어도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말을 어기고 다른 행동을 하는 아이가 없다. 교실에는 검은 얼굴에 눈동자와 하얀 이만 드러나는 아이들이 아주 꽉 들어차 있는데도 주의집중 기법이 필요 없다. 요즘 한국의 아이들처럼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아이들도 안 보인다.

아이들은 보통 해가 뜨기도 전에 어둠을 뚫고 학교에 가기 위해 나선다.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것이 자랑스럽다. 학교에 있는 시간 대부분을 운동장에서 놀지라도 일찍 일어나 아침밥도 안 먹고 학교에 간다. 덕분에 운동기능과 사회성 발달에는 공립학교가 최고라고 학생 한 명이 내게 웃으면서 말했다. 오후 3시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 되어도 학생들은 거의 해가질 때까지 학교에서 뛰어놀다 집으로 간다.

 

기특한 청년들이 시작한 일

얼마 전부터 우리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교육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돕는 모임이 시작되었다. 교육학부 학생들과 컴퓨터 공학과 학생들이 팀을 만들었다. 한국의 음악교사들이 음악지도를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곳에 가져와 시연한 이후의 일이다. 우리 동네 공립학교 재학하는 학생들에게 시험을 잘 보게 하자는 시도이다. 우선 컴퓨터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태블릿 피시 수준의 단순한 컴퓨터를 구비한 후 소규모 인트라넷 시설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 우리의 계산이다.

 

한 사람의 돕는 이만 있으면 동네마다 있는 교회 공간 같은 곳을 활용하여 시행할 수 있다. 교육제도와 철학을 다 바꿀 수도 없고, 교육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하여 교육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 방법으로 현장 교육을 지원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일을 벌였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Yona, Benjamin, Agnes, Adong, Jadok이 참여하고 있다.

 

학교에서 벌이는 현장교육 개발 시도도 있다. 영세한 상황의 학교에 School Loan 제도를 실시하는 것이다. 학교 개발 자금이 필요한 학교 지도자와 교사들을 교육하고 발전 전략을 논의하면서 저금리 자금으로 학교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빌려준 자금은 이후 회수하여 더 높은 단계의 발전 계획에 투자한다. 우간다에는 다소 소외된 지역에 가면 아직 누구도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기 마을 아이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시작된 커뮤니티 스쿨(Community School)’이 있다.

 

우리나라 초기 기독교 부흥운동 중 교회와 함께 생겼던 많은 지역사회 기독교 학교와 그 설립의 동기가 같다. 아직은 개발 지원자금을 확보하고, 지원 방법과 개발을 위한 교육도 더 고안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자립하고자 애쓰는 학교의 교사들과 함께 한발씩 내디딘다면, 희망의 실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우간다는 교육적으로 분명히 거친 광야이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이런 곳에서, 희망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통해 일하는 분 아니신가. 좋은 교육은 아이들의 권리로서 어른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 이곳에서 무슨 큰 자선이나 베푸는 것처럼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홍세기 우간다 쿠미대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학교에 새 운동장, 카페테리아, 밴드팀 만들기, 교육으로 지역사회 돕기를 계획하며 즐거워하는 중이다. 아내 강학봉은 부녀자 퀼트 공방 운영에 여전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한국에 모두 잘 있다. ukarump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