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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 세계를 품다

우간다 에피소드#6 다양해서 더 아름다운 땅-홍세기 선교사

기독교사 세계를 품다 6

 

우간다 에피소드 #6. 다양해서 더 아름다운 땅

홍세기 선교사

 

 

Cultural Gala

행사가 끝나고 몇몇 학생들이 내게 글을 보내왔다.

우리 부족 문화를 존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부족 자긍심을 높여 주셨습니다.’ ‘보통의 학교에서 소수 부족은 조용히 지내야 하는데 우리 학교에서는 저희를 존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부족들이 모여 있는 우리학교 고유의 특별한 행사였습니다.’

지난해 11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자기 부족의 문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Cultural Gala라는 행사를 했다. 학교에서는 각 부족 학생들에게 천막을 하나씩 주며 20여 개의 천막으로 큰 원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천막에 부족 나름의 전통 음식과 생활도구를 전시하고 부족 고유의 의상을 차려 입었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맛보게 하고, 부족어 한두 가지를 가르쳤다. ‘Sukuran, Yalama, Apoyo그리고 순서에 따라서 부족의 춤과 노래, 연극을 마당 한가운데서 발표했다. 이 한바탕 마당놀이는 그날 해가 진 이후까지 계속됐다.

 

부족마다의 고유 언어와 문화

아프리카에는 셀 수도 없는 많은 부족이 있고, 각각의 부족은 모두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문화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먼저 다루는 것은 언어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용하는 언어를 기준으로 동족을 구분한다. 우간다에 40여 개의 언어가 있다는 것은 40여 개의 문화를 가진 다양한 부족이 있다는 뜻이다. 각각의 부족들은 모두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자기 언어로 노래하며 춤춘다. 몹시 가난했던 과거를 가진 부족은 열심히 일하자는 뮤지컬로 사람들을 계몽하고, 분쟁에 시달린 부족은 전사들이여 싸우자는 춤을 춘다. 테소 부족은‘Ejokaorida, Ikon Ikoku Eauni Emali Ore’라는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든다. 아이들이 크면 그들이 부모를 돕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아기를 낳으면 복이 온다는 뜻의 이 노래 때문인지 실제로 아기를 많이 낳는다.

언어와 함께 부족성을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는 음식과 의복, 그리고 주거 형태이다. 차이는 지역마다 다른 생태 환경에서 비롯된다. 바나나가 많이 나는 곳, 쌀이 많이 나는 곳, 우리 지역처럼 건조해서 옥수수와 수수류가 많이 나는 곳, 생산이 많이 되는 작물에 따라 주요 음식이 다르다. 고유 의복 역시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들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각기 다르다. 현대에 들어 국외에서 유입된 비슷한 옷가지를 입고 생활하지만 고유 의상을 입어야할 경우 이들의 의상은 매우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다. 동물의 가죽을 걸쳐 입은 사람들, 섬유질 식물을 엮어서 둘러 입은 사람들, 그냥 중요 부위만 대충 가려 입고 나타나는 사람들이다.

주거형태 역시 다양하다. 집을 짓는 소재도, 형태도 다르다. 가족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서도 다르고 삶의 방식에 따라서도 다르다. 아프리카는 여전히 과거 유목 수렵시대의 주거 형태가 남아 있는데, 이는 쉽게 짓고 쉽게 해체하는 토담집 형태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테소 지역은 일부다처제 문화가 있어서 하나의 집터에 각각의 부인마다 스스로의 집을 짓고 그곳에서 자기가 낳은 아이들을 키우는 형태의 주거 공간을 만든다.

이런 문화의 차이는 다름으로 해석해야 한다. 편리성이나 속도, 재화의 양을 기준으로 발달이 덜 되었다느니 뭐가 부족하다 등의 평가 잣대를 붙이는 것 자체가 오류이다. 다양성은 하나님의 창조세계에서 아름다움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부족마다 미를 규정하는 기준, 가치롭게 여기는 것이 다른 것은 창조 섭리와 잘 어울린다.

 

부족사회와 국가의 다른 점

부족사회는 상호 평등의 성격이 강하다. 부족을 구성하는 가족들과 여러 친족들은 기본적으로 혈연 공동체다. 부족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친밀감으로 살아가며 서로의 안위를 위해서 노력한다. 하나의 혈통,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가 가지는 강점이다. 힘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상부상조의 공동체이며 고유의 동질 언어문화의 집단이다.

왕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국가라는 개념은 기본적으로 힘과 권력이 작동하는 성격의 집단이다. 힘과 부 그리고 권력이 일부 사람들에게 집중되며 그에 따라서 계층이 나뉜다. 국가는 안위를 이유로 국민들에게 애국의 정신을 강조하면서 충성을 요구한다. 국제관계에서 제 역할을 한다든지 이권과 관계된 어떤 힘을 사용해야 할 때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성경 사무엘상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왕을 요구할 때 하나님이 불편해하신 것도 국가가 가지는 어쩔 수 없는 권력 남용의 생태를 아셨기 때문이다. 성경이 말하는 의, 평강, 희락 같은 하나님 나라의 속성은 국가보다는 부족사회와 어울린다.

 

부족문화와 자존감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을 교육하는 것은 어렵다. 이런 사람들은 공부하는 동기도 분명하지 않으며 열심히 하지도 않는다. 반면에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을 가르치거나 같이 일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들의 자존감을 북돋우며 공부하고 일하면 묘한 재미가 솟는다.

그래서 근대 역사에서 아프리카를 변방으로 보는 역사가들의 시각에 반하여 나는 부지런히 이들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면서 교육의 지렛대를 어디에 세워서 움직이게 해야할지 탐구하고 있다. 그래서 찾아낸 그 첫째는 과거 아프리카의 역사로 현재를 해석하고 미래를 희망적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두 번째 요소는 이들이 가진 고유 부족 문화를 격려하는 것이다. 첫 번째 시도 영역은 말과 설득이 필요했으나 두 번째 부족문화의 자긍심 세우기에는 별 노력이 들지 않았다. 이미 갖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각자의 언어로 기도하게 하기(우간다에서 기도는 아무 때나 한다), Cultural Gala라는 날을 하루 정해 각 부족 별로 천막을 하나씩 배정한 후 그곳에 부족의 고유 의식주, 춤과 노래와 연극을 발표해 보자고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학생들은 이 행사를 매우 열심히 준비했다. 부족끼리 학교 이곳저곳에 모여서 춤과 노래 연습을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는 우리 학생들의 가장 행복한 표정을 그날 보았다. 이것은 그들의 자존감의 발로였다.

 

나의 시행착오

사실 이 Cultural Gala 행사는 코로나 봉쇄 이전에 한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더 열심히 해보자는 의미에서 이 행사를 순위를 가리는 경쟁 구도로 진행했다. 당시 참여한 다섯 개의 부족들은 대단히 열심히 준비했고 외부에서 심사위원도 모셨다. 그런데 당황스런 일이 생겼다. 발표회 후, 2등으로 이름이 불린 아촐리 부족이 시상을 거부했다. 왜 우리 부족이 2등이냐는 것이 이들의 거부 이유였다. 전사의 후예들이 시상을 거부한 후 망고 나무 아래서 씩씩거리며 웅성대는 것을 보며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얼른 다시 부족 대표들을 불러서 모두에게 1등 상금을 주었다. ‘내가 심사위원이라면 이렇게 심사하지 않았다.’는 말로 둘러댔고 모두가 1등이라고 발표하며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수습은 했지만 부족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지난해 두 번째 대회는 전시회의 성격으로 행사를 치렀다. 구성원의 수가 적은 부족도 참여하자는 제안에 따라서 20여 개 부족이 행사에 참석했다. 짝짓기 춤을 추는 Teso, 농사를 열심히 짓자는 Sebei, 겅중 겅중 뛰면서 자신들의 큰 키를 자랑하는 Dinga, 최후의 전사답게 전쟁놀이를 하는 AcholiLango, 우리 한국 부족들도 사물놀이와 태권도 돌려차기 격파 시범 공연을 했고, 나와 아내는 연극무대에서 쓰는 조선시대 왕족의 화려한 옷을 입고 행진도 했다.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신 우리에게 우리가 다양하면서도 하나라는 묘한 행복감을 주었다.

부족 자긍심을 위하여

우간다 애국가는 1절만 부르고 부족 노래는 꼬박 4절까지 열심히 부르는 이들에게 나는 대학생인 여러분이 부족 문화와 언어를 보존 발전시킬 책임이 있다고 열심히 강조한다. 이 험악한 힘겨루기 세상에서 부족들이 가지고 있는 공동체 의식과 평등, 그리고 이들의 자존감에서 시작되는 생동감은 어려움을 이기는 기본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자본주의, 개인주의 사회로 돌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들만은 그 부족 중심의 인간적인 공동체적 생활양식을 유지하기를 나는 바란다. 어떤 지배자들에 의해서 훼손된 이들의 자존감이 서서히 되살아나 춤추는 모양 그대로 세상을 주름잡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게 될 날도 오리라고 믿는다. 올해 나는 학교 안에 동아프리카 각 부족의 전통 기물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 각 부족의 전통을 전시하고 사람들이 보게 하며 가능하면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물까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구비해 놓으면 좋을 것 같다.

인류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아프리카를 인류의 근원지라고 말하고 있다. 커피만 아프리카가 기원이 아니라 재즈나 랩 같은 여러 음악의 장르들이 아프리카가 원산지이며, 초기 기독교의 융성도 이곳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다. 요즘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K 문화 처럼 이들의 아름다운 언어와 인간미, 부족 문화가 세계인에게 영향을 주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홍세기 우간다 쿠미대학교에서 일하며 아프리카를 배우는 중이다. 새 학년도를 위해서 다양한 부족의 신입생 모집에 분주하다. 아내 강학봉은 퀼트로 부녀자들을 위한 생존사업이 호황 중이어서 즐거워하고 있다. 가족으로는 한국에 94세 어머니, 별무리 마을에 살고 있는 딸 하늘과 사위, 두 명의 손주 그리고 음악과 씨름하고 있는 아들 이삭이 있다. ukarump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