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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원형 ] 가슴 뛰는 일인데도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을 때 더 해볼 가치가 있지요.

아름다운 배움 운영위원장 고원형

1979년, 광주에서 태어났다.(32세) 학부에서 법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정책학을 전공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원우회 회장을 하면서 시민운동에 눈을 떴다. 현재 '아름다운 배움'의 운영위원장이고 아름다운 배움 리더십연구소 소장이다. 아직 미혼이다.

 

인터뷰 및 정리 홍인기 | 사진 조은하

근래 여기저기서 대학생 멘토링 사업을 하고 있다. 대부분 관에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이 일을 위해서 취업을 하지 않고, 사람들을 모으고, 자원을 끌어들이면서 운동을 하는 청년이 있다. '아름다운 배움'의 고원형 운영위원장이다. 이 젊은이가 왜 이 일에 젊음을 바치는가 들어 보았다.

'아름다운 배움'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팜플렛을 보니 두드림 멘토링이라는 말이 있던데, 생소합니다.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멘토링과 차별성이 있습니까?
'아름다운 배움'은 줄여서 '아움'이라고 하는데 시민 영역에서 사교육을 잡아보자는 취지의 운동입니다. 배움에 소외되는 청소년들에게 두드림 멘토링 사업을 하고 있고,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한 리더십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드림 멘토링은 대학생들의 봉사 활동을 통해서 공교육의 사각지대를 메워 보자는 것이죠. 저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일차적으로 품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도 당연히 우리가 돌봐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접근 방식은 교육 경쟁의 시대에 너희들에게도 우리가 실탄을 줄 테니 나가서 이겨 보라는 차원과는 다릅니다. 교육이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의 재생산 장치가 되어 버린 학벌 사회에서는 희망이 없습니다. 이런 구조에 대해서 저희는 미시적 균열을 내려고 합니다. 서열과 경쟁이 아닌 협동과 다양성을 추구하며, "함께 성장하고 나누는 참된 배움의 사회" 를 지향합니다. 기존의 형식적인 멘토링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의 마음에 오히려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생명력이 없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멘토링 사업이 형식적으로 확산되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심지어, 배움을 나누고 싶어 하는 멘토 선생님들의 마음도 충분히 채워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7개월 정도 국내, 국외 멘토링 사례를 분석하여 멘토링 성공 요소를 추출하였습니다. 이에 기반으로 설계된 멘토링 프로그램이 '두드림 멘토링'입니다.

위 |독서토론


중간 | 서점에서 함께 책 고르기
아래 | 비전 차트 만들기

두드림 멘토링은 국어, 영어, 수학을 가르치는 학습 지원 멘토링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힘,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힘, 자기 주도적 배움을 도와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지점은 기존의 국영수 중심의 교육청 멘토링 사업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독서와 토론을 통해서 다양한 가치에 배우고,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기르게 도와주는 것이죠. 멘토와 멘티가 함께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정하고, 독서 토론을 합니다. 영화 연극 관람, 박물관, 미술관 견학 같은 문화 체험도 하고요, 꿈을 이야기하는 비전 차트 만들기, 소외된 이웃들에게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 활동도 합니다. 아이들은 재미가 없으면 참여하지 않습니다. 독서 토론 프로그램 안에 몸 풀기 게임, 단어 맞추기 게임 등 재미의 요소를 포함시켜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하죠.

어떻게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지는데요?
학부에서는 법을 전공했고 행정 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행정대학원을 다녔습니다. 원래 혼자 걷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혼자 걸으면서 내가 태어난 이유가 무엇일까? 도대체 내가 왜 배우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정말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도 하고요. 저의 주된 관심사는 제가 정말 행복해지는 것과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대학원 시절 '봉사 활동은 남을 돕는 게 아니라 나의 마음을 닦는 것'이라는 기치 아래 봉사 동아리인 '피크닉'을 만들었습니다. 또 서울 시내 7개 대학 연합 봉사 동아리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교육, 빈곤, 복지, 인권, 시민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즐겁고 행복한 일임을 알았습니다.
전 교육받을 권리를 보편적인 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여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교육에서의 불평등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의 계급화를 고착시키고 있습니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성적으로 이어지고 권력의 세습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교사는 아니지만, 제가 가진 재능과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고, 제대로 된 모델을 만든다면 한국의 교육 문제 해결에 약간이라도 기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중요하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 일이라면, 더욱 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이하네요. 남을 돕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은데, 그런 생각에 영향을 끼친 사람은 누구입니까?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머니가 남을 돕는 것을 워낙 좋아하셨습니다. 그 외에도 도산 안창호 선생님, 윌버포스, 박원순 변호사님, 윤대규 부총장님, 김성천 선생님(좋은교사운동 전 정책실장)을 존경합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 책은 끼고 사는 편입니다. 친구들은 제가 이런 일을 하고 다니면 '앞으로 정치하려고 그러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속이 상합니다. 문제점이 있으면 그 문제에 누군가 뛰어들어야 문제가 해결됩니다. 전 그 현장에 있고 싶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제가 너무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그런 친구들에게 '너는 한 번이라도 이상적으로 살아 봤어'?하고 반문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상과 현실, 두 가지를 다 잡으면서 성공하는 사례를 남기고 싶습니다.

이 사회나 시대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습니까?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제는 크게 3가지 정부, 시장, 시민사회입니다. 정부의 해결은 파급 효과는 크지만 사회적 약자의 요구에 Case By Case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성과도 그리 뛰어나지 않고요. 시장은 공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제는 아닙니다. 해결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사회로 시장이 왜곡되어 있습니다. 동네 구석구석까지 SSM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십시오.
저는 가장 바람직한 해결 기제는 시민사회,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공동체 중심의 해결기제는 모두 다 행복해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개개인의 욕구에 대응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여러 사회 문제를 공동체 중심으로 푸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교육 문제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런다고 해서 공동체 교육으로 공교육을 대체하자는 건 절대 아닙니다. 공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 부족한 지점을 우리 같은 공동체에서 채워 나가자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학교는 그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아서 큰일입니다. 조금만 마음 문을 열면 더욱 좋은 학교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데, 왜 이렇게 경계하는지, 왜 이렇게 폐쇄적인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시민사회는 젊은 인재들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시민사회가 가지고 있는 재정적인 취약성 때문이죠. 저는 일종의 사회적 기업과 NGO 영역이 결합된 새로운 시민운동의 모델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 모델로 시작한 게 바로 아름다운 배움 리더십연구소입니다. 현재 리더십 프로그램들은 지나치게 비쌉니다.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가져오기 때문이죠. 저는 한국형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을 학교에 저가에 보급하고, 그 수익을 다시 두드림 멘토링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NGO의 간사로, 리더십연구소의 강사로 활동해도 연봉 3천만 원이 보장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야 젊은 인재들이 시민사회로 들어옵니다. 훌륭한 자원을 더 많이 시민운동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후원 구조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요즈음 자신의 취업 문제에만 매몰된 대다수의 젊은이들과는 다른 모습이군요. 하지만, 멀쩡하게 대학 나오고 좋은 대학원 다니면서 행정고시 준비하던 아들이 봉급도 못 받는 시민 단체 일을 한다고 할 때 부모님 반대가 상당했을 것 같은데요.

부모님이 정말 반대를 많이 하셨습니다. 아직도 아버님은 인정하지 않으시고요. 어머니께는 엄마 닮아서 그렇다고 우깁니다(웃음). 가족의 반대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제게 건 기대가 컸는데, 그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죠. 그래서 부모님께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의 교육 컨설팅 사업을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래도 여전히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보십니다.
많은 대학생들은 대학 4년 내내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고 약점만 파헤칩니다. 자기의 꿈이 뭔지 모릅니다. 자기를 잘 모르니 끊임없이 남과 비교합니다. '저 친구는 영어를 잘하는데 나는 못해', '저 친구는 자격증이 몇 개인데 나는 아직 한 개야' 등등 대학에 와서도 경쟁의식에 사로잡혀 있지요. 그러니 누군가를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토익과 토플 공부를 하면서 기업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스펙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는 길이 삼성, 엘지, 공사, 공무원입니다. 하지만, 그 길이 행복의 길일까요? 새로운 비전을 누군가가 제시해 주어야 하는데,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관성에 의존한 시각으로,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는 관점에서 자신의 미래를 바라봅니다.
저는 대학생들에게 그런 말을 합니다. '우리가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게 혼자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돌봄과 도움으로 우리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생들이 되었다. 이 대학 시절에 단 몇 달이라도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들에게 다가가 보자'고 말입니다. 그 메시지에 많은 학생들이 몰려듭니다. 존재의 고민이 있다는 거죠. 깃발을 우리가 드니, 많은 학생들이 호응해 주었습니다.

멘토 교사 아카데미에서 강의하는 모습
저는 10년 뒤의 제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여러 곳에서 저를 오라고 했는데, 국회나 대기업은 제 욕구와 욕망을 채워 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남들에게 저를 소개할 때 '낮은 자세로 희망을 그리는 상록수 시민사회사업가'라고 소개합니다. 공익을 위해 사는 사람들을 모아 공익 그룹을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안정적인 삶보다는 가슴 뛰는 삶을 꿈꾸기에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죠.

아움의 이사진을 보니 좋은교사운동과 관련된 분이 많은데, 어떻게 연결된 건가요?
서울대학교에 학교 컨설팅 연구회가 있습니다. 친구를 통해 연구회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 날이 덕양중 성공 사례를 발표하는 날이었습니다. 덕양중 김삼진 교장 선생님과 김성천 선생님이 사례 발표를 하셨습니다. 사례 발표가 끝나고 질의 시간에 제가 질문했습니다. '교육에 있어서 투자에 대한 결과를 산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과를 측정하기보다는 투자의 효율성을 고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까지의 투자가 얼마나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을 김성천 선생님이 인상 깊게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이후 연락처를 주고받았습니다.
그 당시 마침 제가 우리나라의 각종 멘토링 사업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왜 많은 단체가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데 안 될까 궁금했거든요. 분석 결과 공급이 부족하거나 서비스가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공급이 부족한 부분도 문제지만 서비스의 왜곡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멘토링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11가지 요소를 추출했습니다. 관련 자료를 김성천 선생님과 주고받으며 피드백과 수정 작업을 거쳤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김성천 선생님이 100만 원을 내놓으시면서 이 일을 진행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일이 시작되었고 김성천 선생님이 최현섭 전 강원대 총장(김성천 선생님 대학 은사)님과 김삼진 선생님, 정병오 선생님을 이사로 모셔 오게 되었고, <복음과 상황>을 통해 알게 된 황병구 선생님도 이사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대학생 자원 봉사를 모집하고 그들을 훈련시키는 일이 이 운동의 중요한 열쇠인데, 멘토들의 질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나요?
양을 확대하면서도 질을 확보하는 것이 현재 저의 주요 고민입니다. 핵심은 교육과 시스템입니다.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커뮤니티에 모집 공고를 올립니다. 이번에는 200명 넘게 지원했습니다.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하니 15% 이상이 포기했습니다. 멘토 선생님들 교육에서 성공의 리더십을 뛰어넘는 '사랑과 나눔의 리더십' 프로그램을 도입합니다. 이 프로그램의 출발점은 자기 사랑입니다. 멘토 선생님이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를 발견하며 미래의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두드림 멘토링은 1:1 매칭을 기본으로 하여 팀 단위로 활동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팀 활동에서 상호 배움이 일어납니다.


이 사업을 하고 나면 가장 크게 바뀌는 사람은 멘티로 참여한 청소년들이 아니라 멘토로 참석한 대학생들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교육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교육의 문제점을 자기 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개인의 문제를 사회와 구조의 문제로 확대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각 멘토링 단위에서 코디네이터는 아이를 매칭하지 않고 멘토 선생님들이 멘토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서포팅만 합니다. 코디네이터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저희와 미팅을 따로 하며 문제점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습니다. 본부에서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멘토 방문을 하여 사업을 지원합니다. 그리고 멘토 월례 모임이 있습니다. 한 달에 1회, 같이 식사를 하면서 멘토링 기법 등 여러 고민들을 공유합니다. 멘토들은 매주 멘토링 이후 주간 활동 일지를 작성하는데, 자신과 사회에 대한 생각을 적는 공간이 있습니다. 이 공간을 통해 현재 자신의 모습과 사회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아움의 비전을 보니 '교육의 시대를 넘어 배움의 시대를 지향한다'는 말이 있더군요. 교육과 배움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한국 교육은 획일적인 강의식입니다. 단일화된 가치만을 배웁니다. 배움은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것입니다. 공부를 잘해 서울대를 가는 것과, 최고의 옷가게 주인이 되는 것, 최고의 미용사가 되는 것이 같은 가치입니다. 각각의 가치들은 학교에서 존중받아야 합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착하고 좋고, 그렇지 않은 아이는 나쁜 아이로 규정되는 학교 교육은 변화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영어 연극 공연

앞으로 이 운동의 새로운 비전이 있다면요?
수익이 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서울에 4개의 공간을 만들어 1층에는 공정 무역 커피숍을 통한 수익사업을 하고, 2층에는 도서관과 세미나실, 예체능실을 만드는 것입니다. 멘토링과 돌봄이 같이 하는 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기업의 후원이 가능한 모델도 만들고 싶습니다. 기업과 연결하여 순환적인 사업 구조 모델을 만들어서 기업은 사회적으로 기여도 하고 자신들을 홍보할 수 있고, 우리는 별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 모델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이후에는 이 모델을 제3세계에 수출하고 싶습니다. 유네스코 같은 데서 이 사업 모델을 채택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3년쯤 후에 이 일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새로운 길을 개척했으면 합니다. 한국의 시민운동은 몇몇 명망가 중심의 운동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젊은 친구들이 들어와서 자생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아움이 자리 잡으면 후배들에게 길을 터 주고 저는 하고 싶은 다른 일을 하려고 합니다.

자기 인생을 쏟아 아이들을 위해 수고하는 이유는 뭘까요?
전 아이들이 제가 행복하듯이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공부가 아니라, 자아를 형성하고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공부를 못해도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거든요. 좀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특별하게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거든요. 인간은 다 어느 정도 이기적인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저를 움직이게 하는 가치들이 공동체, 도전, 재미입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저의 욕망, 욕구, 가치와 일치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거죠.

좋은교사회원들이 도와줄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회원 여러분들이 빨리 교장 선생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학교의 문을 열기 너무 어렵습니다. 시작했던 몇 군데서 교장 선생님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그리고 잘 진행되는 곳에서도 아이들의 독서 토론을 위한 책 구입 재정을 교장 선생님이 반대하신 경우도 많습니다. 선의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정작 학교 문턱을 넘지도 못하고, 일부 학교에서 냉대받거나 쫓겨난 친구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저는 학교가 도약하려면 학교 밖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같은 단체는 돈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젊음을 더 가치 있는 곳에 쓰고 싶고,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런 우리의 소박한 욕구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좌절되면서 저는 당황스러움을 느낍니다. '학교에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것이고, 아이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살리는 길인데, 그것이 왜 안 되는가'? 우리가 의심스럽다면, 우리와 1시간이라도 대화해 보면, 그 진정성을 얼마든지 알 수 있는 인생의 선배들 아닙니까? 하지만 최소한의 심리적?물리적?제도적 공간을 학교는 잘 내주려 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저희들의 사비를 털어서 아이들을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그런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죠.
학교에서는 도서관을 통해 몇 권의 책을 사 주고, 약간의 간식비만 지원해 주면 됩니다. 혹 여유가 더 있다면, 대학생들 차비 정도 주면 더 좋겠지요.

학교에서 감당하기 힘들고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우리가 얼마든지 돕고 싶습니다.
현재 잘사는 집 아이들은 사교육을 통해서 학습 지원도 받고, 꿈과 비전을 설정하고 동기 부여받을 수 있는, 100만 원이 넘는 리더십 프로그램을 받고 있습니다. 어려운 아이들은 학습 지원도 충분히 받지 못하고, 리더십이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이게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지는 원인이 됩니다. 저희는 청소년 리더십 운동을 위해 질 높은 리더십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하였습니다. 학교 학생회나 학습 부진 학생을 대상으로 저희가 기획한 리더십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좋겠습니다. 여름 방학 때 학생회 임원 수련회 비용으로 몇 백만 원 이상 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대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저희는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도움과 자극을 줄 수 있는 시간들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요?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아이들한테 졸업장을 주는 것으로 자기 책임을 다하는 걸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한 달 동안 똑같은 옷을 입고 오는 아이들이 있는데 책임지시는 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소극적인 책임이 아니라 적극적인 책임감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좋은교사운동 회원들은 아이들 교육 문제를 적극적으로 책임지다가 크고 작은 사고를 만나 감봉도 당할 수 있는 희생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깨어 있는 양심과 행동하는 양심은 별개입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진 후 글을 정리하면서 '나중에 내 아들과 딸들이 저런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내와 내가 나중에 퇴직하여 연금을 타게 되면 한 사람 몫은 저런 일 하는 자녀의 후원금으로 사용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 봤다. 가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아! 이 사람은 세상을 바꿀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다. 나에게 신통력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 사람의 미래를 점칠 수는 없지만, 현재 그 사람이 가진 열정과 세상을 향한 꿈에 내가 매료되는 것이다. 고원형 위원장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나이 서른 둘에 사무실이나 직원도 없이 혼자 작은 시민 단체를 이끌고 있지만 분명 세상을 바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