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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리처드 에들린 (Richard Edlin) ] : 잘 가르치는 것 또한 하나님의 문화 명령입니다.


Richard Edlin
Dr. Richard Edlin은 [EdD(Alabama); PhD(Hon); MA(New Zealand); PGDip Arts; DipTchg] 세계 각국의 기독교 교육 공동체를 섬기고자 설립된 단체인 Edserv International의 디렉터로 일해 오고 있다. 이에 앞서 10년 동안, 그는 기독 교사를 위한 대학원인 호주국립기독교교육 연구소(NICE)의 원장으로 섬겨 왔으며 원격 교육을 통해 전 세계 수많은 교사들에게 교육학 강의를 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기독교 교육의 기초 (The Cause of Christian Education)>가 있다. 그는 특별히 철학, 문화적 감수성 훈련, 교사 전문성 계발 전략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최근 그는 개혁주의를 바탕으로 한 비판적 사실주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또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 나라들의 협력적 교사 교육 특히, 교사 교육자들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사역에 헌신하고 있다.

 * 이 글은 월간 <좋은교사> 5월호에 실렸던 것입니다.



인터뷰 및 번역
․ 김중훈 (좋은교사연수원장) | 사진 조은하







기독 교사들의 오랜 바람이었던 좋은교사연수원이 개원하고, 원격 연수를 시작한 지도 몇 달이 되었다. 학교가 올해 유난히 더 바쁜 바람에 아직 많은 기독 교사들이 원격 연수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단 연수를 들어 본 교사들은 바로 이런 전문성과 영성을 갖춘 연수를 기다려 왔다며 기뻐하고 있다. 좋은교사연수원의 첫 강좌인 <교사와 교육>의 강사는 고신대학교 교수 리처드 애들린 (Richard. J Edlin) 박사다.

리처드 애들린 박사는 뉴질랜드 태생으로, 1987년 이후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나 세계 곳곳에서 생활하며 세계관과 기독교 교육 관련 주제들을 중심으로 국제적 강연 활동을 활발히 진행해 오고 있다. 현재 고신대학교에서 가르칠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기독교교육 공동체를 섬기고자 설립된 단체인 Edserv International의 디렉터로 일해 오고 있다. 이에 앞서 10년 동안, 그는 기독 교사를 위한 대학원인 호주국립기독교교육 연구소(NICE)의 원장으로 섬겨 왔다. 그의 다양한 저서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책은 여러 언어로 번역된 <기독교 교육의 기초 (The Cause of Christian Education)>으로 기독교 교육을 꿈꾸고 실현해 나가는 많은 사람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전 세계 기독 교사들을 섬기는 그가 어떻게 한국에 머무르게 되었으며 그 꿈은 이곳에서 어떻게 실현되어 가고 있는지 들어 보러 지난 3월, 부산 고신대학교를 찾아갔다. 시내 버스로 고신대학교까지 가는 길, 봄꽃들이 맞아 주었다.


원래 전공은 무엇이었으며, 관심사는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저는 언제나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칠판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쓰거나 다른 사람들의 성장을 도우는 일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대학교 때는 역사를 전공했지만 부전공으로 사회학과 교육학을 공부했습니다. 대학교에서 아내를 만나 4학년 때 결혼했습니다. 뉴질랜드의 경우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사 양성 과정을 수료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아내와 함께 Christ Church라는 교육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1학년 때 저는 원하지 않았지만, 그리스도인 친구에게 학생회장 선거 출마를 권유받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었지만 학생회장에 출마하기로 했습니다. 교육 대학원의 학생 중 그리스도인은 10% 정도였고, 90%는 비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선거에서 “내가 만약 학생회장으로 선발된다면 학생회를 기독교적인 정신과 관점으로 운영하겠다”라고 공약을 했는데 매우 놀랍게도 제가 회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비그리스도인조차도 기독교적 정신과 관점의 탁월성을 인정한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지요.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저와 아내는 3년 동안 공립학교에서 근무했습니다. 저는 사회, 영어, 역사 과목을 주로 가르쳤고, 아내는 과학, 화학, 생물을 가르쳤습니다. 비록 아내와 저는 공립학교에 근무하고 있었지만, 기독교 학교 설립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뉴질랜드는 가톨릭 학교와 미션스쿨이 100년 전부터 설립되어 있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기독교 학교는 거의 전무했습니다. 그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학부모들과 마찬가지로 뉴질랜드의 그리스도인 부모들도 교육이 중립적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공립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와 아내는 교육이 비중립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교회를 방문하여 교육의 비중립성과 기독교 학교 설립의 필요성에 대하여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8개 정도의 기독교 학교 설립에 기여했고, 5개의 기독교 학교 설립에 직접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학교 설립을 위해 조직을 구성하고, 정부와 협상하는 일이 저의 역할이었습니다.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기독교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저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사회학에서 교육 철학과 교사 교육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기독교 학교에서 학교 운영과 교육에 대한 교사의 관점과 철학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서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로마서 12장 2절) 라고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무엇보다 기독교 학교에서는 성경적으로 신실하게 생각하고 가르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언제나 어떻게 하면 성경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기독 교사들이 교육을 다시 성경적으로 신실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아내의 관심은 공립학교에서 기독교 학교 운동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저희를 SIM International (Serving In Mission)이라는 선교 단체를 통해 교육 선교에 참여하게 하셨습니다. 뉴질랜드를 떠나 볼리비아에 있는 크리치팜파 기독교 학교에서 교장으로 학교를 섬기게 되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저희들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볼리비아로 가서 그곳의 기독교 학교를 섬기는 것이 정말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볼리비아는 정치적으로 대단히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매우 억압받고 있었고, 물가는 매일 2배로 치솟았습니다. 선교사는 길거리에서 총에 맞아 순교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크라치팜파 기독교 학교에서의 경험은 저에게 특별했습니다. 이 학교는 전 세계 12~13개 나라에서 온 헌신된 기독 교사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같은 학교에서 각기 다른 12가지의 다른 교육과정과 학급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자라온 문화는 우리를 각각 다르게 했지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연합하여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서로 다른 교육적인 접근을 하고, 좋아하는 음식도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헌신되어 있고, 말씀의 권위를 인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학교가 각기 다른 문화적 환경을 초월하여 진리인 성경적 세계관에 근거하여 세상을 바라보고 가르치는 것을 본질적인 근간으로 삼고 이것을 실천하고 실험할 수 있는, 정말 좋은 학교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성경적인 세계관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학급을 운영하고, 교과를 가르칠 것인지를 논의하고 실천했습니다. 이 학교는 기독교 세계관적인 교육 방법을 실험할 수 있었던, 정말 완벽한 장소였습니다. 이 실험은 매우 창의적이고 역동적이었습니다. 또한 대단히 도전적이고 때로는 상당히 급진적이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학교는 저에게 대단히 소중한 배움과 성장이 있었던 학교였습니다.

몇 년 후 ACSI(association of christian school international)로부터 기독교 학교의 국제화를 위해 함께 사역할 것을 제안 받고, 미국의 앨라배마에서 기독교 학교를 섬기게 되었습니다. 볼리비아에서도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앨라배마에서는 특히 자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앨라배마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으로 '교사 교육'에 대해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교사의 변화와 현대 문화에 대한 민감성에 대하여 연구했습니다. 앨라배마 대학교는 기독교 대학이 아닌 세속적인 대학이라 기독교 세계관적 관점에서 연구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교육의 비중립성을 근거로 교사 교육에 대하여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적지 않는 기독교 가정에서는 교육이 중립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세속적인 교육학에서는 교육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고 보는 견해가 이미 지배적입니다. 즉, 교육을 통해 특정한 신념 또는 신앙이 지속적이고 일방적이고 견고하게 전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교육의 비중립성을 기반으로 교사의 철학과 관점을 성경적 세계관으로 변화시키는 교사 연수 과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국의 알라매마에서 사역을 마치고 저는 호주의 기독 교사 양성 기관인 호주 국립 기독교 교육원(NICE)에서 원장으로 사역했습니다. 호주 국립 기독교 교육원은 기독 교사를 양성하여 석사 학위를 부여하는 기관입니다. 이곳에서 10년 동안의 사역을 마치면서 저와 아내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전 세계의 다양한 기독교 학교의 필요를 섬기는 것을 위해 부르셨다고 생각하고 그 부르심에 응답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고신대학교에서 초빙 교수로 가르치게 되었습니까? 

 

왼쪽 | 인터뷰 전에 고신대 김성수 총장을 만나 원격 연수에 많은 도움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했다.

중간,오른쪽 | 유학을 마치고 고국으로 떠나는 학생이 총장실에 찾아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저는 10년 전 SIM International을 통해 부모 교육에 대한 강의를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저희는 웨슬리 웬트워스 선교사님을 통해 김성수 총장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고신대학교 석사 과정에서 강의를 할 때 김성수 교수님이 통역을 담당했고, 이것을 계기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서로 교류를 했습니다. 김성수 교수님이 고신대학교 총장이 된 후 제게 초빙 교수로 함께할 것을 제안하여 고신대학교에 오게 되었습니다. 김성수 총장님은 저희와 같이 개혁주의 신학과 기독교 세계관 그리고 제 3세계 국가의 교육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제3세계 국가에서 온 대학생들을 주로 가르치고 아울러 대학교 교직원 그리고 박사 과정의 학생들을 위해 강의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고신대학교는 제가 섬기는 국제적인 기독교 교육 단체인 에드서브 인터내셔널(Eduserv International)과 함께 필리핀, 인디아 등의 제3세계 국가들의 기독교 교육을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공립학교에 근무하는 기독 교사가 많습니다. 공립학교에 근무하는 기독 교사를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예, 저는 특별히 공립학교에 근무하는 기독 교사를 지원하고 격려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의 책인 <기독교 교육의 기초 (Cause of Christian Education)>의 앞장에는 교육의 비중립성, 교육과정, 기독교 학교 등을 다루고 뒷부분에는 별도로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는 기독 교사를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한 장을 별도로 구성했습니다. 저는 좋은교사운동과 같이 공립학교와 기독교 학교에서 근무하는 기독 교사들이 함께 단체를 이루어 사역하는 것이 성경적으로 매우 건강한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가 알고 있는 교사선교회(TEM)는 아주 좋은 모범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 기독 교사, 교수, 신학자, 신학생들을 볼 때 한국만의 특성이 있나요? 

, 그렇습니다. 한국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서양적인 접근 방법이 더 성경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오해입니다. 사실 서양적인 접근 방법은 절대 성경적이지 않습니다. 분명히 성경적인 것과 거리가 있습니다. 특별히 서구 유럽의 주류 중에 하나인 그리스의 플라톤 사상은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는 이원론적인 철학입니다. 이것은 성경과 매우 반대됩니다. 사실 매우 강한 이교도적 사상입니다. 즉, 진정한 세계는 하늘나라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삶은 중요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배를 드리는 주일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머지 6일은 하나님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세상에서의 삶은 세상적인 방법으로 살아도 된다고 보는 것이지요.

서구의 문화적 유산 중에 하나인 민주주의 사상도 선하게만 봐서는 안 됩니다. 교회도 민주주의적 접근 방법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도 독재 정부로 변질된 사례를 서구 역사에도 찾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서구적인 접근 방법 중에 하나가 개인주의입니다. 개인의 이익을 강조하는 이러한 사상이 서구의 교육에 강하게 반영되어 있으며, 이는 경쟁적인 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것은 성경적인 세계관과 거리가 있습니다. 동양의 유교적 세계관도 강한 공동체성, 질서, 규칙 등의 좋은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유교의 가치관이기 때문에 그것이 성경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앞에서 언급한 사례는 특히 현대 사회에서 빠지기 쉬운 ‘문화적 우상’입니다. 이러한 문화적 우상은 어느 문화에서나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엄청난 도전입니다.

특히, 유교적인 세계관에서는 교사는 상위에서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학생들은 잘 듣고, 시험에서 수업 내용을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 즉, 복사(copy)하는 형태의 교육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성경적인 세계관에서의 교육적 접근과 거리가 있습니다. 성경적인 세계관에서 교육은 학생들을 잘 돌보고 양육하는 것이며 일방적으로 전달(in-form)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의 상호 이해와 깊은 관계성을 강조합니다. 여기에는 수직적인 관계에서 존경이 아니라 다른 의미에서 존경이 존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함께하셨습니다. 이러한 상호 관계성은 성경적인 세계관에서 볼 수 있는, 교육의 아주 독특한 특성입니다. 물론 유교적인 세계관도 앞에서 언급했듯이 윗사람을 존경하고, 질서 그리고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교육과정에 관한 토론회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이 토론회에서 최고 책임자가 “발전적인 교육과정을 수립하기 위해 함께 논의합시다!”라고 시작 했지만, 사실은 일방적으로 이것을 이렇게 보완하고 저 과정은 저렇게 수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것은 토의가 아닙니다. 교회에서도 장로님이나 목사님이 참석하시면 회의가 갑자기 조용해지고, 아무도 논쟁점이 있는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대학교 강의실에서도 토의나 질문을 하는 시간에 조용하고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유교적인 세계관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지요. 결코 성경적인 모델이 아닙니다.

제가 근무했던 기독교 학교에서 저는 교사들이 더 활발하게 토론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더 헌신적으로 교육 활동에 참여하게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기독교 공동체나 기관이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리더가 공동체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비전에 의해 공동체가 운영되어야 합니다. 공동체의 리더는 자신의 목표가 아닌, 그 공동체에게 주어진 비전을 위해 사역하고 인도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한 개인이 중심이 되어 인도되어질 때는 공동체는 건강하지 않고 매우 심각한 위험에 직면되게 됩니다.

 

박사님은 교사의 가치관이 교육을 좌우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우리나라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수업이 거의 통일되어 있으며 오히려 다원주의, 물질주의 풍조가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회가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중요합니다. 하지만 교육을 직업을 얻는 수단으로만 본다면 교육을 너무 낮은 수준에서 이해하는 것입니다. 교육은 삶의 대해 배우는 것입니다. 즉, 교육은 더 높은 수준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우리는 경제적인 도구로 창조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의 부르심과 소명에 따라 다양한 재능으로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는 풍성한 삶을 살도록 우리를 창조하셨고 그러한 삶으로 초대하셨습니다.

오늘날 많은 대학들이 경제적 가치와 미시적 측면에서 노동 시장의 요구에 따라 학과를 신설하고, 때로는 삶에 있어서 중요한 학과를 없애기도 합니다. 경제적인 영역이 삶의 모든 국면을 통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경제적 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고 학생을 경제적 도구로 생각하는 경제적 합리주의입니다. 오늘날 경제적 합리주의는 교육에서도 이데올로기와 같이 아주 광범위하게 주도하고 있습니다.

호주 시드니에 기독교 학교 설립을 원하는 한국 교회의 지도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교회가 추구하는 기독교 학교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냐고 진지하게 질문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분은 학교의 주요 목표는 높은 시험 점수 얻어 일류 대학에 진학하고 궁극적으로는 좋은 직장을 얻게 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 교회의 리더가 원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기독교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죄송하지만, 당신은 기독교 학교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기독교 학교를 설립해서도 안 된다!”라고 강력하게 권고했습니다. 이것은 정말 대단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저는 그분에게 당신이 학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기독교 학교를 설립할 이유가 없다고 설득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그러한 학교는 아주 많이 때문입니다. 그 학교에서는 시험을 자주 보고, 협력적인 분위기보다는 경쟁적인 분위기에서 학교의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높은 시험 성적을 얻기에 더 유리합니다. 만약 높은 성적을 얻기 원하면 기독교 학교를 보내지 말고, 시험에 초점이 맞추어진 학교에 보내라고 설득했습니다.

기독교 학교는 예수님의 주권을 모든 창조 세계에서 찬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그들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어떤 소명과 재능을 주셨는지 발견하도록 돕는 곳입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그가 속한 사회에 기여하게 하는 곳입니다. 이러한 기독교 학교의 비전은 높은 시험 성적을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보다 더 풍성하고 더 고차원적입니다.

특별히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오랜 시간을 학교에서 공부할 뿐만 아니라 방과 후에 학원에서도 너무 많이 공부합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 부모들이 성경적 세계관으로 교육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교회의 지도자와 목사님들을 시급히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합리주의가 하나의 신(神)적인 존재로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현상은 한국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서구 사회도 그렇습니다.

좋은교사연수원은 좋은교사운동과 관련 단체가 협력하여 세운, 기독 교사를 위한 온라인 연수원1)입니다. 이 연수원의 원격 연수 강의를 하신 소감은 어떻습니까?

저는 대안 학교나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기독 교사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신실하게 응답하게 하도록 지원하고 격려하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교사연수원과 같이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넘어 많은 기독 교사들이 영성과 전문성을 겸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사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연수원 홈페이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호주에서도 원격 강의를 한 경험이 많습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최고 수준의 홈페이지와 원격 강의 시스템을 구축된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말씀하신 문화 명령이 땅을 경작하고 농업에 종사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좋은 품질의 상품을 생산하고, 잘 가르치는 것 또한 문화 명령에 속합니다. 특히, 좋은교사연수원과 같이 정보화 시대에 인터넷을 기반으로 시간과 공간을 넘어 연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오늘날 시대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문화 명령에 순종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생각과 경험의 수준을 넘는 추진력과 결과를 보고 매우 놀라고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특히 연수원 홈페이지의 질은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팀을 이루어 집중적으로 함께 헌신한 모습을 보고 함께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격적인 만남이 없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연수가 진정한 가르침이 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이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교육은 관계성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10년 동안 근무했던 호주 국립 기독교 교육원(NICE) 역시, 전적으로 온라인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넘기 위해 게시판에 토의, 질문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배움 공동체(learning community) 역시 조직되어 있어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케냐, 케나다, 한국 등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활발하게 의견을 내고,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스카이프(skype)를 통해 서로 대화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방법과 함께 오프라인 모임을 교회나 교사 모임에서 함께 한다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분명 도전적인 숙제이지만 얼마든지 상호 보완되고 극복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토록 자상하고 배려심 깊은 애들린 박사가, 기독교 학교 설립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의욕에 찬 한국 교계 지도자에게 "당신은 기독교 학교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기독교 학교를 설립해서도 안 된다"라고 일갈할 수 있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이내 두려워졌다. 좋은 성적을 내고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업을 가지고자 하는 욕망이 우리와 멀지 않기 때문이며, 그것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돌리자고 하는 권면을 매일 듣고 사는 우리 한국 교회의 아이들에게 학부모이자 교사인 우리는 무슨 말을 해주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