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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핀란드 교육의 속살3 : 핀란드의 교사 교육

핀란드의 교사 교육 1)


흔히 핀란드 교육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우수한 교사’를 많이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우수한 교사’를 이야기할 때 “핀란드의 모든 교사들은 석사 학위 소지자”라고 말하는 것은 핵심을 짚지 못한 말이다. 핀란드 대학(University)에서는 교사 교육 전공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전공에서 학부 3년과 석사 과정 2년을 연속해서 이수하는 것이 보통이다. 즉 석사 학위 소지가 교사 교육 전공자들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핀란드 교사들의 질이 높은 이유는 이들이 석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이 이수하는 교사 교육 과정의 질과 내용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초등 교사와 중등 교사 양성 과정의 차이

핀란드 역시 우리와 같이 초등 교사와 중등 교사 양성 과정이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우리와의 차이는, 초등과 중등 교사 양성 기관이 각각 별도의 독립된 기관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종합 대학 안에서, 그리고 하나의 학과 내에서 통합되어 운영된다는 점이다.

현재 핀란드에서는 10여 개의 종합 대학에서 교사를 양성하고 있는데, 체제와 구조는 거의 비슷하다. 예를 들어, 헬싱키 대학의 경우, Faculty of behavioural sciences 라는 단과 대학 내의 교사 교육학과에서 초등과 중등 교사를 함께 양성하고 있다. 한 학과 내에서 초등과 중등 교사 양성이 같이 이루어지지만, 양성 프로그램은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초등 교사 양성 과정은 5년 동안 이루어지며 석사 학위 과정이다. 초등 교사 양성 과정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대입 자격시험(marticulation test), 입학시험(entrance exam), 면접, 토론 등의 전형을 거쳐 학생을 선발한다.

 초등 교사 양성 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학부 과정 180학점(ECTS), 석사 과정 120학점, 모두 30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초등 교사 양성 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주 전공은 교육학(educational sciences)이며, 주 전공 이외에 부전공으로 가르치는 교과에 해당하는 2~3개의 전공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대체로 초등 교사 양성 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주 전공인 교육학을 150학점 정도 이수하고, 부전공을 60학점 정도 이수하며, 가르칠 교과에 해당하는 과목들을 60학점 정도 이수한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초등 교사 양성 과정에서는 교육학 교육의 비중이 매우 높은데, 교과 전문성보다는 교육 전문성에 더 비중을 둔 초등 교육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초등 교사들은 우리와 비슷하게 모든 과목을 다 가르치게 되는데, 핀란드의 경우, 13개 과목으로 초등 교육 과정이 구성이 되어 있어, 초등 교사 양성 과정에 있는 학생들 역시 13개 교과 과목들을 모두 이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 교과와 관련된 과목들은 교사 교육학과에서 이수하지 않고, 각 교과 전공이 있는 해당 일반 단과 대학에서 이수한다.

중등 교사 양성 과정 역시 5년 동안 이루어지는 석사 학위 과정이다. 중등 교사 양성 과정에서의 학생 선발은 초등의 경우와는 다르다. 여기서는 고등학교 졸업생이 바로 입학하는 제도는 없으며, 다음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중등 교사 양성 과정에 입학한다.

첫째, 일반 단과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자가 교직에 뜻이 있어 중등 교사 교육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경우, 둘째, 일반 단과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마치고, 중등 교사 교육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일반 단과 대학에서 석사 학위 과정과 교사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이수하는 경우, 셋째, 일반 단과 대학 학부 과정에 입학하면서, 중등 교사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함께 신청한 경우 등이다. 첫 번째 경우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모든 일반 대학 전공자들이 중등 교사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중등학교에 관련 교과가 있는 전공을 이수하고 있는 학생에 한해 교사 교육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다.

중등 교사 양성 과정 역시 학사 과정 180학점, 석사 과정 12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이수 영역은 초등과 약간 차이가 있는데, 교과 전공 약 150학점, 교과 부전공 약 60학점, 교직학(pedagogical studies) 약 60학점 등을 이수해야 한다. 교과 전공 및 교과 부전공은 중등 교사로서 자신이 가르칠 과목 영역의 전공들로서 교사 교육학과에서 이수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단과 대학의 해당 학과에서 이수한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핀란드 중등 교사 양성 과정의 경우, 교과 내용학과 교직학 교육 과정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는데, 교과 내용학은 해당 일반 단과 대학에서 교직학은 교사 교육학과에서 각 전문성을 살려 교육시키고 있다. 그리고 초등과 달리 교과 전문성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는 중등 교육의 특성을 살려 교과 내용학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도 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중등 교사에게 교과 지식의 전문가가 될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지식 기반 사회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며, 교사가 최근 지식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지 못하면, 교과 교사로서 제대로 준비될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기도 하다.          


교사 교육 과정의 내용

핀란드 교사 교육 과정에서는 어떤 내용을 가지고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핀란드에서는 초등 교사 양성 과정과 중등 교사 양성 과정이 분리되어 운영되는 만큼, 교사 교육 과정의 내용도 서로 다르다. 헬싱키 대학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초등 교사 양성 과정의 교육 내용은 크게 네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 전공인 교육학 전공 과정, 교과 전공 과정, 부전공 과정, 교직 소양 과정 등이다. 주 전공인 교육학 전공 과정은 교육에 대한 문화적 기초, 교육에 대한 심리학적 기초, 교육에 대한 교수법적 기초, 교육 연구 세미나, 교육 실습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는 교육에 대한 이론적, 실제적 이해 및 학교 현장에서의 적용력을 길러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주 전공 전체 이수 학점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70학점을 교육 연구 세미나에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핀란드 교사 교육 과정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이 과정을 통해 교육 연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뿐만 아니라, 질적, 양적 연구 방법론을 익히며, 실제로 학사 및 석사 학위 논문을 작성한다.

교과 전공 과정은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에 관련된 과목으로,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외국어, 예체능 등 전 교과에 걸쳐 해당 일반 단과 대학에 가서 이수한다. 부전공 과정은 초등 교사이기는 하지만, 가르치는 교과와 관련하여 좀 더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추도록 하기 위하여, 2~3개의 교과 전공을 집중적으로 이수하게 하는 과정이다. 교직 소양 과목으로는, 헬싱키 대학 교사 교육학과의 경우, 교육 과정 계획 입문, 교육에서의 ICT 및 미디어 활용, 교사로서의 언어 사용 및 인간관계, 외국어 등의 과목들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위 | 직업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

아래 | 방문했던 두 초등학교의 교장 선생님. 핀란드에서는 교장직을 선호하지 않으며, 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될 수 있다.

 

중등 교사 양성 과정의 교육 내용은 크게 교과 내용학 과정과 교직학 과정 둘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교과 내용학은 교사 교육학과에서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일반 단과 대학에서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고, 해당 학문 및 전공 분야의 교육 과정에 맞추어 운영되고 있다. 즉 핀란드 중등 교사 양성 체제는 교과 내용학은 일반 단과대학에서, 교직학은 교사 교육학과에서 담당하는 이원 체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교과 내용학에 대해서는 별도로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 여기서는 교사 교육학과에서 담당하고 있는 교직학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핀란드 중등 교사 양성 과정에서 핵심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교직학 과정은 1년 과정이며, 모두 4 period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period마다 2~3개월 정도 소요된다. 첫 번째 period에서는 발달 심리 및 학습, 특수 교육 이해, 교과 교수법 입문 등의 과목을, 두 번째 period에서는 교사 훈련 학교에서의 기초 교육 실습, 연구자로서의 교사 세미나(1) 등의 과목을, 세 번째 period에서는 교육의 사회적ㆍ문화적 기초, 교육의 역사적ㆍ철학적 기초, 교수법 발달 및 평가, 응용 교육 실습 등의 과목을, 마지막 네 번째 period에서는 연구자로서의 교사 세미나(2), 교사 훈련 학교에서의 심화 교육 실습 등의 과목을 이수하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초등과 중등 교사 양성 프로그램이 각 맥락에 따라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각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방향과 근본적인 토대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헬싱키 대학 초등과 중등 교사 교육 프로그램에서 예비 교사들에게 함양시켜 주고자 하는 지식은, 교과 내용에 관한 지식, 교육 연구 방법에 관한 지식, 의사소통 기법, 교육 조직으로서의 학교에 관한 지식, 교직 윤리, 교사로서의 티칭 및 전문성 개발 기법 등이다. 이러한 지식과 기법의 함양을 위해 초등과 중등 교사 양성 과정 모두 각 과목과 과정들이 매우 체계적으로 구조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또한 헬싱키 대학을 비롯한 핀란드 교사 양성 과정에서 교직학 과정을 특화시켜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교직학 과정 이수와 관련하여, 헬싱키 대학의 경우, 초등 교사 양성 과정에서는 전공인 교육학 과정에 포함시켜 운영하고 있고, 중등 교사 양성 과정에서는 별도의 교직학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과 내용 지식과 교육에 관한 지식, 실습 지식 등이 예비 교사 안에서 하나로 통합되게 한다. 즉, 한 사람의 교사로서 자신이 가르쳐야 할 교과 내용과 자신들이 만나야 할 아이들의 상황이 교사의 인격과 지식에 잘 녹아들어 자신만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둘째, 예비 교사로 하여금 교육학의 다양한 측면들(교육 철학, 교육 심리, 교육 사회학, 교육사 등)을 통합시켜 자신만의 교육학 이론을 만들어 가도록 한다. 셋째, 예비 교사 자신의 교육 이론을 성찰하며 발전시킬 능력을 기르도록 한다. 넷째, 교사 속에 잠재된 교육적 능력을 평생 학습 차원에서 개발시킬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

 한편, 핀란드 교사 양성 과정에서는 교육 실습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교육 실습은 세 단계로 이루어지는데, 대략 9개월 정도 소요된다. 첫 번째 단계는 기초 교육 실습 단계로 모든 학생들이 부속 실습 학교인 교사 훈련 학교(teacher training school)에 가서 기초 교육 실습을 받으며, 두 번째 단계는 응용 교육 실습 단계로 해당 교사 교육학과와 협약을 맺은 일반 학교에 가서 교육 실습을 받고, 세 번째 단계에서는 다시 교사 훈련 학교에 와서 심화 교육 실습을 받는다. 교사 훈련 학교는 해당 교사 교육학과에서 운영하는 학교이며, 교육 실습 및 교사 훈련을 위한 특화된 학교로서,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이 교육 실습 과정은 단지 실습 과정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로서의 교사 세미나’ 과목과 연계되어 예비 교사들이 현장 연구도 함께 수행하는 과정이다.

이와 같이 핀란드 교사 교육 과정은, 교육 이론과 실제, 교과 내용학과 교직학, 교사 양성 기관과 일선 학교, 교사 교육 담당 교수와 현장 교사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핀란드 교육이 추구하는 교사의 정체성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교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핀란드 교사 교육의 밑바탕에는 확고한 교사 교육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교사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사는 연구자다. 교사는 기존의 만들어진 지식을 그대로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지식을 교사 자신이 가르칠 학교, 교실, 아이들에게 맞게 재구성하여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는 자신이 처한 교육적 맥락을 제대로 읽어 낼 수 있어야 하는데, 바로 이러한 역량이 연구자로서의 교사 역량이다.

둘째, 교사는 탁월한 지식 전문가다. 교사는 해당 교과 지식의 전문가여야 하며, 무엇보다도 가장 최근의 지식을 습득, 이해하고 있어,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교사는 이론과 실천을 통합할 수 있는 전문가다. 교사들의 교육 활동 자체가 이론과 실천의 통합 과정이며, 교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 역시 이론을 실천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과 실천의 통합 역량을 기르기 위하여 핀란드 교사 교육 과정에서는 의사 임상 훈련을 하듯이 교육 실습을 시키고 있다.

넷째, 교사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가진 전문가다. 핀란드 학교와 사회에서는 교직이 전문직이라는 데 대해 전혀 논란이 없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전문직에 걸맞게 교사들에게 충분한 자율을 보장해 주고, 교사 훈련 과정에서도 고도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도록 훈련시키고 있다. 이러한 교사로서의 자율의 보장과 질 높은 교육, 그리고 교사 스스로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 및 노력 등이 잘 조화를 이루어 수준 높은 교사의 질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또한 교직 임용 후에 교원 평가나 의무적인 연수 부과 없이도 높은 교사의 질을 유지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핀란드에는 별도의 교사 자격증이나 교사 임용 시험이 없다. 교사 교육 과정의 졸업 증서가 곧 교사 자격증 역할을 한다. 그리고 교사 양성 과정 입학생 선발 시에 교사의 수급을 고려하여 선발하기 때문에, 교사 양성 과정을 마친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면 거의 모두 교사가 될 수 있다. 즉 교사를 양성하고 나서 선발하는 우리나라 시스템과 달리, 핀란드는 선발 후 양성하는 시스템이다. 교사 양성의 전 과정이 무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다.

한편, 교사 양성 과정의 수준 높은 교육으로 인해, 예비 교사 및 교사들의 다른 직장으로의 전직도 환영을 받고 있으며, 교사들이 박사 과정 후 교수로도 많이 진출하는 편이다. 그리고 교사들의 연구 및 교육을 위한 사회적 지원 체제가 잘 갖추어져 있어, 교사들은 사회의 거의 모든 기관의 자료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교사를 위한 교육 시스템과 지원 시스템은 결국 교사들의 자부심과 긍지, 헌신으로 이어져,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우수한 결과를 이뤄 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교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최근 들어서는 교사 교육 기관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준이 의대나 법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수준을 능가하고 있다고 한다.


1) 이 글은 2011년 1월 14일 김병찬 교수가 좋은교사운동 북유럽 교육 탐방단에게 했던 강의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김병찬 교수는 서울대학교 학부에서 윤리 교육을, 대학원에서 교육 행정을 전공했다. 중학교 교사로 10년 정도 근무했으며,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0년 8월부터 헬싱키 대학에서 교환 교수로 머물면서 핀란드 교육과 한국 교육 비교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bckim@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