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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핀란드 교육의 속살4 : 핀란드 학교에 아이를 보내 보니

핀란드 학교에 아이를 보내 보니


핀란드에 거주하면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두 분의 교포를 만나 학부모 입장에서 느끼는 핀란드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성희 님은 한국에서 교사 경험이 있으며, 현재 노키아 본사에 재직 중인 남편, 9살 딸아이와 함께 3년째 핀란드에 살고 있으며, 김양희 님은 헬싱키 대학 교수인 남편과 4명의 자녀와 함께 10년째 살고 있다.  


김성희 님

9살 된 딸이 초등학교 3학년이다. 영국에 살다가 핀란드로 왔기 때문에 영어로 수업하는 공립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에스뽀에는 영어로 수업을 하는 공립학교가 2개가 있다.) 영어로 수업하는 공립학교다 보니 주로 외국 학생이 많지만 절반 정도는 핀란드 학생들이다. 핀란드 사람 가운데도 영어로 수업하는 공립 고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 학교에 입학하려고 하니 기본적인 영어 테스트 외에도 심리학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게 했다. 언어 능력 외에도 아이의 심리적 상태까지 챙기는 세심함으로 느껴졌다.

영국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영국 학교와 많이 비교되었다. 영국 학교는 기본적으로 아이를 부모가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다 보니 학부모들끼리 커피 모임을 하면서 학교 이야기를 많이 하고, 학부모 영향력이 큰 편이다. 그런데 핀란드 아이들은 엄마가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부모가 데려다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1학년부터 아이들이 열쇠와 핸드폰을 가지고 스스로 학교에 온다. 전체적으로 사회가 안전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염려는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들끼리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  

학부모들이 학급비로 1인당 20유로 정도 모아 아이들에게 여름에 아이스크림을 사 주거나 동물원 견학 가는 것 등으로 사용했다. 핀란드 사람들은 대체로 검소하고 감사하면서 사는 것 같다.


김양희 님

2000년에 핀란드에 왔다. 남편이 여기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교수로 채용되면서 계속 살게 되었다. 자녀는 넷이고, 첫 아이가 한 살 때 왔고 지금은 11살이다. 둘째는 2학년, 셋째는 유치원, 막내는 두 돌이 안 되었다. 무상 교육이기에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들 키우고 교육하기에 좋은 환경이었기에 넷까지 낳지 않았나 싶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스트레스 받지 않고 공부하고, 하고 싶은 만큼 하면 되고, 강요하지 않는다. 핀란드 학교의 좋은 점이 보조 교사 제도다. 1학년 때부터 보조 교사 선생님이 계셔서, 학업에서 뒤처진 아이들을 지도해 주시고, 특별 활동, 체육 시간,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을 챙겨 주신다. 22명의 아이들을 한 선생님이 감당하기 힘든데 보조 교사를 두었기에 안심된다.

보충 수업이 있어서 핀란드 말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시간을 할애해서 가르쳐 준다. 무료 급식도 당연히 하고 있다. 놀라웠던 것은 1학년 입학할 때 학교에서 가방부터 학용품까지 다 챙겨서 보내 준 것이다. 당연히 모든 학습 준비물도 학교에서 다 준비해 준다. 부모로서 짐이 가볍다. 믿고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부모가 자주 만나 아이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가?

학부모가 교사를 만나려면 언제든지 신청하면 된다. 학기에 한 번 정기적인 개인 면담 시간이 있다. 20분 정도의 면담 시간을 갖는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는가? 친한 친구가 있는가? 차별을 당하진 않는가? 등을 이야기한다. 교사는 아이가 어떤 그룹이랑 노는지 등을 관찰하여 다양한 아이들과 어울리도록 평소에 지도한다. 모든 아이들이 차별을 받지 않고 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신체검사할 때도 의사가 와서 따돌림을 당하는가를 묻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의 현재 공부에서 잘하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잘하는 것에 대해 북돋워 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유치원의 경우 일 년에 두 번 정도 면담하는데,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을 부모가 써 낸다. 그것이 초등학교까지 쭉 간다. 학교에서는 교과 수업 외에도 다양한 경험이나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적성을 파악한다.


급식은 어떤가?

유치원 때는 유치원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초등학교 때는 아침은 집에서 먹는데, 11시에 점심을 먹기 때문에 아침은 가볍게 먹는다. 급식은 학교에서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에서 일괄 준비해서 학교로 배달해 주기 때문에 학교 간 차이가 없다. 급식과 관련해서도 평등하고 투명한 느낌을 받는다.


아이들 성적표는 어떻게 나오는가?

성적표는 한 학기에 한 번 나오는데, 각 교과별로 4점부터 10점까지 등급 가운데 표시해서 준다. 특별한 서술은 없다. 교사가 평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확인한 아이들의 상황과 시험 성적을 종합해서 교과별 성취 수준을 기록해 주는 것에

김양희 학부모님이 보여 준 핀란드  초등학교 5학년 과정의 성적표. 왼쪽에는 과목 이름이, 오른쪽에는 등급이 적혀 있다.

대해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실제 시험 성적보다 낮게 기록된 과목도 있지만 그 부분에 평소 수업 시간에 교사가 관찰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뢰한다.


어떤 면에서 선생님을 신뢰하는가?

대부분의 교사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교사의 전문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학생 한 명 한 명을 매우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마음을 다해 대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학생 지도에 있어서 자신들의 감정을 잘 조절하는데, 이는 핀란드 국민성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매우 좋아하고 잘 따른다. 보통 6년 동안 한 담임이 계속 아이들을 맡는데, 그러다 보니 교사가 아이를 잘 파악하는 것 같다. 사회적으로도 교사를 의사나 변호사 정도로 대우하며, 교사에게 충분한 재량권을 주는 것 같다.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교사들이 대응하는가?

교사가 화를 거의 내지 않는다고 아이들에게 전해 들었다. 만약에 잘못한 경우에는 밖에 나가서 생각하고 오라고 한다. 유치원 같은 경우에는 눈을 맞추고 이야기한다.


핀란드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

영어, 핀란드어, 스웨덴어를 배우는데, 영어를 잘하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텔레비전 방송에 영어 방송이 많다. 영어 방송에 핀란드어로 자막을 넣어 준다. 도서실에 영어로 된 책도 많고, 여행을 많이 다닌다. 기본적으로 영어를 접할 기회가 많은 것 같다. 대부분 국민이 기본적으로 3개 국어는 한다.

핀란드 초등학교 영어 교과서

방과 후 활동과 숙제, 시험은 어떻게 하는가?

1시 반, 2시 15분에 학교가 끝나면 애프터 스쿨이 있다. 애프터 스쿨에서는 간식, 숙제, 놀기 등을 하는데 일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시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이 있는데, 방과 후에 예체능으로 피아노, 수영 등을 한다. 예체능은 시에서 지원해 주지 않아 비용을 부모가 부담한다. 보통 아이들이 한두 가지는 한다.

저학년 때는 10~30분 정도 할 수 있는 숙제를 낸다. 고학년이 되면 역사, 과학 등 과목이 많아지면서 숙제할 것이 많아진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시험을 보는데, 주간 계획서에 시험 일정이 나와 있어서 스스로 계획을 세워 시험공부를 한다.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한다. 시험은 모두 주관식이다.


다른 국적을 가진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외국 사람인 경우에는 학기 초에 양식을 주어 모국어를 배우게 할 것인가를 묻는다. 원하면 모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교사를 배치하고 수업을 개설해 준다.


학부모회 활동은?

할로윈데이 때 함께할 학부모가 있는가 조사하는 정도지, 학부모회는 따로 없다. 학급 대표가 이메일로 연락을 하고, 반의 구좌가 있어서 기부를 하기도 한다. 학급을 위한 행사 등을 하기도 한다. 학교 전체 운영위원회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개 수업, 교원 평가는?

학교마다 다르다. 연 1회 정도하는 것 같다. 교원 평가는 하지 않는다. 학교 만족도 설문 조사도 실시하지 않는다. 학예회 등 학교 행사도 별도 준비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 준다. 실적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학교 선택 및 입시 경쟁은?

1998년도부터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알고 있다. 대부분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간다. 굳이 먼 데까지 가지 않는다. 여기서는 직업이 평등하고 귀천이 없다. 나에게 맡는 학교는 어디일까를 생각한다.

부모들이나 아이들이 꼭 대학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중에라도 원하면 언제든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열심히 해서 출세하겠다는 생각이 거의 없다.


국민들이 이러한 생각을 하는 정치적 배경은?

수입이 많으면 세금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굳이 오버타임을 하거나 일을 더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래도 복지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세금에 대한 저항은 없다. 흔히 “핀란드는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죽기 좋은 나라”라는 말을 하듯이 노후 보장이 잘 되어 있다.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주어진 시간 내에서 최선을 다해 하는 풍토가 있다.


수월성 교육은 어떻게 하는가?

수월성 교육을 위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별도로 모으는 사례는 없다. 다만 학교마다 강조하는 특성화 과목들이 있다.


아이들 방학은?

여름에 75일 방학 기간이 있고,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짧은 방학이 있다. 방학 중에는 숙제도 없다. 그냥 놀도록 한다. 방학 때 여행을 많이 간다. 방학 기간 맞벌이 부모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다. 7월은 거의 모든 국민이 한 달 간 휴가를 얻어 함께 보낸다.


가정 교육은 어떤가?

어려서부터 남을 배려하고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교육시킨다. 그래서 공공장소에서 매우 얌전하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도 밖에서 마음껏 놀게 해 주기 때문에 수업 시간 등 학교 내에서는 차분한 편이다. 여기도 이혼이 많고 한 부모 가정 등이 많지만 이런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핀란드 학교에 아이를 보내며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학급당 인원이 적고 학교 건물이 단층이나 이층이기에 안전상 문제가 없다. 급식에 만족한다. 외국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평등하게 대해 주고 무상 교육을 해 준다. 무엇보다 학교를 믿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