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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자리에서 이 일을 하고 있는가?(2018.10)

정병오 칼럼 나는 왜 이 자리에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대학 시절을 돌아보면 복음의 관점에서 세상을 설명해 주고 그 세상 가운데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설명해 줄 사람이나 자료에 목말라 했던 것 같다. 예수를 믿음으로 내 속에 주어진 구원에 대한 감격과 영생에 대한 소망은 분명한데, 그것으로 그 무자비한 군부독재가 지배하는 세상 가운데서 하나님의 통치가 어떻게 임하고 있고 또 임해야 하는지가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음이 온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진리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렇다면 이 죄악된 세상 가운데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 설명할 수 없어서 답답했었다. 신칼빈주의자들의 수고에 기대어 이러한 답답함 가운데 한 줄기 빛을 비추어 주었던 것은 아브라함 카이퍼로..

‘화난’ 샘에서 ‘환한’ 샘으로(2018.10)

‘화난’ 샘에서 ‘환한’ 샘으로 이재경(안동 풍천중학교) 인터뷰·사진 김정태 너는 넙덕풀쎄기(여자)야! 위로는 학자 타입의 오빠, 아래로는 밝고 귀여운 여동생을 둔 다섯 가족의 장녀입니다. 보수적인 지역 정서 탓에 오빠, 여동생에 비해 할머니의 사랑을 ‘덜’ 받고 자랐어요. 두 살 차이 나는 오빠는 만 원, 세 살 차이 나는 여동생과 저는 오천 원씩 용돈을 받고 나서 항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할머니의 답변이 ‘너는 넙덕풀쎄기(여자)이기 때문에’였지요. 한번은 할머니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할머니 부채에 할머니 성함을 조사해서 적어 드렸다가 아끼는 부채에 낙서했다고 크게 혼나고 집에서 쫓겨났어요. 하루 종일 대문을 서성이며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 후천적 요인이 아닌 어떤 것으로 인해 받는 불..

평신도의 영광과 사명(2018.9)

정병오 칼럼 평신도의 영광과 사명 평신도가 아닌 세상 사역자 “평신도, 복음, 개혁”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0회 ‘기독법률가대회’ 주제토론 패널 중의 한 명으로 초대를 받아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덕분에 ‘평신도’로 살아온 지난 삶을 돌아보고 정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내가 했던 고민들을 나누고자 한다. 사실, 목회자와 평신도의 구분은 중세적인 개념이고, 종교개혁으로 인해 이미 극복된 개념이다. 굳이 나누자면 ‘교회 사역자’와 ‘세상 사역자’로 나누는 것이 더 정확한 개념이다. 많은 목회자들이 자신들을 역할의 구분 차원을 넘어 종교적으로 더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여기기도 하고, 성도들 가운데도 그렇게 인식하는 경우도 많이 남아 있다. 반대로 일반 성도들은 이러한 목회자..

교사학습공동체, 협력하고 실천하는 교사들의 결속체입니다(서경혜 이화여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_2018.9)

교사학습공동체, 협력하고 실천하는 교사들의 결속체입니다 서경혜(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서경혜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밀워키캠퍼스(University of Wisconsin –Milwaukee) 교육대학에서 조교수로 근무하다 2003년, 10년여의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 와서 올해로 15년째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교육과정 전공이고 교사교육과 질적연구방법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한국에 돌아와서 교사학습공동체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 왔고 2015년에 《교사학습공동체》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인터뷰·사진 김영식, 송하영, 한성준 학교,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 학교에 대한 우리들의 상상력은 어느 만큼일까? 학교가 교육이 아닌 행정을 하는 곳으로 전락한 지 이미..

성숙한 기독교사 공동체, 우리 함께 세워 가요(2018.9)

성숙한 기독교사 공동체, 우리 함께 세워 가요 추성현(제천 홍광초등학교) 인터뷰·사진 한성준 물 먹은 별을 보며 저는 송탄에서 태어나 초, 중, 고 시절을 보내며 집, 학교, 교회만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부모님은 두 분 모두 학교를 나오지 못하셔서 글을 모르셨고 아버지는 평생 환경미화원으로 일하셨기 때문에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머니께서 믿음의 뿌리가 되셨고 저는 모태신앙으로 자랐습니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저에게 교회는 집처럼 친숙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습니다. 그 전에도 교회를 열심히 다녔고 말씀도 잘 들었지만 복음을 깨닫지는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친구들로부터 ‘잘난 척’이라는 별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분별과 지혜(2018.8)

정병오 칼럼 분별과 지혜 내가 뭘 안다고? “병오야, 이번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남북통일 관련해서 선언을 발표했다는 소식 들었지? 그게 기독교계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적으로 논란이 많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을 복음주의 입장에서 어떻게 봐야 하는지 글을 하나 써 주면 좋겠다. 그 글을 우리 단체가 발행하는 QT 잡지 권두언으로 싣고 싶다.” “제가요? 제가 뭘 안다고?” “야! 그래도 4년 동안 선교단체 훈련 충실히 받고 복음의 기반 위에 충실히 서 있으면서 복음주의 입장에서 사회 참여 문제도 고민해 온 네가 안 쓰면 누가 쓰겠냐?” “예. 그럼 한번 써 보죠.” 그 때가 1988년 3월쯤이었고, 나는 그 해 2월에 대학 졸업을 하고 중학교 초임 교사로 갓 발령을 받아 적응 중이었다. 대..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은 ‘하나님의 자녀’입니다(오승환 더작은재단 대표_2018.8)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은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오승환(더작은재단 대표) 그는 삼성SDS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7년간 일하고 네이버를 창업하면서 개발, 영업, 마케팅, 사업, 사회 공헌 등의 업무를 18년 동안 했었다. 네이버 공동 창업자로 한창 번창하던 때 회심을 경험하게 되고 뜻하신 바가 있어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더작은재단을 만들어 우리에게 익숙한 오픈 아이즈 워크숍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청소년 사역을 하고 있다. 인터뷰·사진_ 박승호,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페이스북에 공개 신청을 알리는 글들을 종종 올릴 때가 있다. 글을 올림과 동시에 마감이 되는 이른바 ‘순삭’이 있는가 하면 끝끝내 응답이 없는 글들도 있다. 끝끝내 응답이 없는 것은 《좋은교사》 후기를 요청하는 편집장의 글이고, 순간 사라져 버릴..

질그릇에 담긴 사랑을 노래해요(2018.8)

질그릇에 담긴 사랑을 노래해요 김현승(청주 서원중학교) 인터뷰·사진 한성준 나는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이야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서 교원대에 오기 전까지 그러니까 19살까지 전주에 살았어요. 친가도, 외가도 증조할머니 때부터 신앙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았고, 교회는 저에게 가장 친숙한 공간이고 놀이터였어요. 저를 키워 주신 할머니께서 성경을 필사하시거나 읽으시는 것, 그리고 항상 새벽 기도회에 가시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어야지.’라고 생각하며 자랐고, 매일 드리던 가정 예배 시간을 통해서 하나님에 대해 더 알아 갔어요. 중학생이던 저는 염세주의자였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집에서 50분 공부하고 10분 쉬는 생활을 할 정도로 공부를 강조하는 가정이어서 잘..

평화의 여정과 교회를 위한 기도(2018.7)

정병오 칼럼 평화의 여정과 교회를 위한 기도 지난 6월 12일,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그리고 이 만남에서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보장,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6·25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 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제 북미 관계는 지난 65년간 이어진 휴전과 적대 관계를 벗고 상호 협력하는 정상적인 국제 관계로 접어들었고, 한반도도 이제 크고 작은 도발과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평화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전쟁이나 일방적인 흡수 방식이 아닌 한반도식 평화통일의 길도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모든 일이 순탄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약속 이행 과정에서 수많은 돌출 변수가 있을 것이고 이 과..

입시를 위한 교육? 교육을 위한 교육이 필요합니다(이승섭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전 입학처장_2018.7)

입시를 위한 교육? 교육을 위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승섭(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전 입학처장) 그는 KAIST에서 입학처장으로 근무한 바 있으며, 대학 서열화가 아닌 차별화를, 입시를 위한 교육이 아닌 교육을 위한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그는 ‘교육의 봄 10년 플랜’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터뷰·사진_ 김영식, 송하영 연일 대입 제도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카이스트 입학처장을 지내신 이승섭 교수님을 만났다. 우리는 학생들을 어떤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가? 학생들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가, 대학에 입학해서 혹은 그 이후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가? 좋은 교육 제도란 무엇일까?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가 행복하도록 돕기 위해 우리 교육은 어떤 큰 그림을 ..

성서 위에 교육을, 성서 위에 공동체를(2018.7)

성서 위에 교육을, 성서 위에 공동체를 김대현(광주동초등학교) 인터뷰·사진 한성준 엄마의 소원이라면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의 인도로 교회에 처음 나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교회가 집에서 멀리 있었고 친구들도 없어서 다니기가 싫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께 교회 나가기 싫다고 했어요. 평소에 많이 이해해 주시는 어머니셨지만 교회 가기 싫다는 아들에게는 야단을 치셨고 저는 어머니께 대들고 반항했어요. 하지만 며칠 후 어머니께 대든 것이 맘에 걸려서 결국 어머님께 용서를 빌었어요. 하지만 친구가 없어서 어머니께서 다니시는 교회로 나가기에는 힘들다고 말씀을 드렸고, 친구를 찾아 교회에 다니겠다고 했어요.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느라 교회를 다니게 돼서 뜻하지 않게 우리 반에 누가 교회를 다니는지 물어보고 다녔어요.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