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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꿈을 실천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


꿈을 실천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

나 그리고 학교

저는 올해로 교직 12년 차의 평범한 초등 교사입니다. 이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아이스하키 팀을 4년간 운영하면서 아이스하키가 아이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고 훌륭한 운동이라 생각했습니다. 마침 아이스링크장도 가까운 곳에 있고, 아이스하키를 해 보면 아이들에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근 온 학교에서도 팀을 만들었습니다.

김제 용동초등학교는 2010년도에 작고 아름다운 학교로 선정되었습니다. 한때 전교생이 20명도 안되는 폐교 위기의 학교였지만 여러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학교 경관이나 시설, 학습 분위기가 좋아져 지금은 작고 아름다운 학교가 되었습니다. 전교생은 49명이고, 그 중에 우리 아이스하키 팀 소속의 학생들이 19명입니다. 시골 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서 전인 교육에 매우 좋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 학교로 오면서 제 아이들을 전학시켜 저와 함께 등하교를 하고 있습니다.

 

시작

이전 학교에서 아이스하키 팀을 맡아 운영하면서 운동부 아이들은 운동만 할 줄 안다는 선입견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스포츠는 엘리트 스포츠입니다. 성공하면 좋지만, 성공하지 못하면 운동에만 몰입했기 때문에 다른 인생을 선택할 폭이 매우 좁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했던 운동과 관련된 일들을 하면서 생계를 꾸리는 경우가 많지요. 저는 아이스하키 팀을 만들면서 성적의 차원을 넘어서 아이스하키가 아이들에게 다방면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시골 학교에서도 아이스하키 같은 스포츠 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굳이 학생들에게 아이스하키를 계속하라고 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재능과 의지가 있는 학생들이 있으면 학부모들에게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권유합니다. 전북 지역 인프라가 부족해서 계속 운동을 하려면 수도권으로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에 저와 함께한 아이들이 계속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주고 싶습니다. 저변 확대를 통해 아이들도 아이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좋은 자질을 가진 아이들은 훌륭한 선수로 길러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아이스하키 팀을 만들 때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은 전라북도 아이스하키 협회장이었습니다. 그분은 성과를 내는 선수가 늘어나는 것보다 지역 내에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원하는 분입니다. 아이스하키 팀을 만들 때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인 것이었데, 이런 협회장의 생각을 잘 알고 있기에 저는 협회장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전교생이 50명이 안되는 학교에 아이스하키 팀을 만든다고 하면 도와주실 수 있겠느냐고요. 그로부터 3일 후에 협회장께서 해 보자는 연락을 주셨고, 그래서 아이스하키 팀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협회장께서 지원을 해주지 않으셨다면 아이스하키 팀 설립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보람

4년 동안 전국에 있는 많은 아이스하키 팀 감독들과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아이스하키가 굉장히 매력 있는 운동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실제로 수도권지역에서는 많은 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비를 갖춰 스틱을 잡고 3개월 정도 훈련을 하면 아이들은 아이스하키에 푹 빠져듭니다. 아이들이 힘들어서 그만두기는커녕, 아이스하키를 그만두라고 할까 봐 더 열심히 합니다.

이전 학교에서 가르쳤던 제자 중에 골리(골키퍼)를 맡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굉장히 뚱뚱하고 우유부단하고 지나치게 낙천적인 성격이었습니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투쟁심도 찾아볼 수 없었죠. 그래서 저는 그 친구의 성품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해서 학부모께 운동을 권유했습니다. 그렇게 4학년 때 운동을 시작했는데, 6학년 때 대회를 나가서 지니까 울고 있더군요.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는데, 아이가 변한 것입니다. 이 친구가 올해 2월 전국동계체전에 전북 도 대표로 나가서 눈부신 활약을 했습니다. 이 경기를 보고 서울에 있는 중학교 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고, 저는 그 아이의 부모와 스카우트를 제의한 팀을 연결해 주었습니다. 아이스하키는 이렇게 사람의 성품을 바꾸기도 합니다.

 

어려움

무엇보다 시골 학교는 안된다는 고정관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하루는 아이스하키 팀을 운영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교육청에서 실사가 나왔더군요. 저는 도움을 받으리라고 기대했는데 결국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뜻을 비쳐 왔습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는 것이었지요. 그래도 지난 4년간 아이스하키 팀을 운영했던 경험과 아이스하키 협회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운동부를 운영할 때 도 대표가 되지 않으면 지원금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참 아쉽습니다. 도 대표가 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학원 스포츠를 지원하고, 학생들은 공부하면서 운동도 같이할 수 있다면,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보다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 미래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음이 통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 문화를 바꿔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들이 자유로운 교육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리더, 어떠한 교육이 아이들에게 유익한지 서로 토론하면서 가르치는 동료 교사, 이들과 함께 즐거운 학교를 만들어 가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그 꿈을 위해 용동초등학교에 왔고, 아이스하키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제 꿈으로 가는 길 위에서 하나하나 실천하고 실현해 가다 보니 피곤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요즘 참 행복합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하려면 무엇보다 교사가 행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 문화를 바꿔 가고 싶습니다.

 

모든 학부모들과 모든 교사들이 우리의 아이들을 ‘남의 아이답게’가 아닌 ‘내 아이답게’ 교육해 나갔으면 합니다. 아이의 미래와 꿈이 확고하다면 대학 진학과 상관없이 그 아이가 더 큰사람이 되도록 이끌어 주었으면 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아이다운 모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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