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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자전거 도둑놈들


자전거 도둑놈들

없어진 나의 자전거

할 일이 많거나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서 바쁜 때에는 꼭 물건을 한 가지씩 잃어버린다. 돈을 잃어버릴 때도 있고, 중요한 물건이나 문서를 잃어버려 난감할 때도 있다. 아니면 심각한 실수를 너무 쉽게 저지르기도 한다.

손자들을 돌보느라 척추에 병이 생겨 장모님이 수술을 받으시고, 아기들은 장모님이 없는 탓인지 병치레를 자꾸 할 때, 자전거를 교회 주차장에 세워 둔 채 며칠이 지났다.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주차장을 관리하는 집사님이 계시고, 자전거에 번호 자물쇠도 있어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자전거를 찾으러 갈 틈이 나지 않아 일주일 넘게 자전거를 찾아오지 못했다.

자전거를 찾으러 간 날. 아무리 교회 주차장을 둘러보아도 자전거가 보이지 않았다. 관리 집사님께 물어보니 어제까지 있었는데,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다. 하루만 더 일찍 찾으러 갔으면 되었는데, 하루 사이에 자전거를 도둑 맞았다. 마침 자전거를 전체적으로 수리하고 타이어도 바꾸어 새 것과 같이 만들어 놓았는데 그 자전거가 사라졌다. 집사님께서 CCTV를 돌려 보겠다고 말씀하셨지만 희미하게 보이는 장면을 보고 어떻게 범인을 잡을까 싶어 보지도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집사님께서 중학생으로 보이는 두 아이가 자전거를 훔치는 장면이 찍혔다고 전화를 주셨다. 다음에 와서 확인하고 필요하면 영상을 저장해 가라고 하신다.

아내는 장모님 병원에 문병을 계속 다니고, 아기들이 계속 아픈 상황에서 CCTV를 보러 갈 시간이 없었다. 2주 정도 지난 주일 한가한 시간에 주차장 관리실에 가서 집사님과 함께 그 장면을 돌려 보았다. 역시나 희미한 화면이어서 얼굴을 정확히 식별할 수 없었다. 그런데 희미한 화면이나마 확대를 하고, 반복해서 보다 보니 걸음걸이나 옷차림, 행동거지가 눈에 익은 아이들이다. 교회에 뜸하게 나오던 내가 맡은 중등부 아이 두 명이었다. 많이 놀랐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아이들이니까 만나서 자전거를 받으면 된다.

당장 전화를 걸어 만났다. 처음에는 내 자전거가 아닌 체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전거 주인이 경찰에 신고하려고 해서 간신히 말려 너희가 잡히지 않게 도와주려 한다며 꼼수를 써서 아이들의 자백을 받아 냈다. 그리고 그 주인이 바로 나라고 밝혔을 때, 아이들은 “왜 하필 선생님이 자전거 주인이에요” 하며 난감해 했다. 그리고 자전거가 지금 어디 있느냐고 물었을 때, 아이들은 며칠 전에 자전거를 잃어버렸단다. 자전거를 타고 놀다 어딘가에 세워 두었는데, 다시 가 보니 또 누군가 훔쳐 갔더란다. 아는 아이들이 들고 가서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기대가 무너졌다. 조금만 일찍 CCTV를 확인하고 아이들을 만났어도 찾을 수 있었는데, 좀 더 일찍 조치를 취하지 않은 나의 게으름에 화가 났다.

 

가정 방문 탐방 수사

토요일마다 새벽 2, 3시까지 어울려 놀고, 한 집에 뒤엉켜 자는 아이들이었다. 교회에는 내가 예배 전에 찾아가 깨워 데려오지 않고는 제 발로 오지 않는 아이들이었다. 이런 아이들이었지만 나는 출퇴근을 하고 교회를 오갈 때 유용하게 타는 자전거에 대한 값을 받아야 했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어떻게든 찾아내서 돌려주든지, 용돈을 모아서 사 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부모님을 만나서 아이들의 범죄 사실을 알리고 자전거 값을 반씩 받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이들은 부모님께 혼날 것이 두려워 완전히 겁에 질렸고 나는 그런 아이들을 끌고 한 집씩 찾아가기 시작했다. 찾아가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잘못한 것은 분명 내가 아닌데, 아이들의 부모님을 만나려니 나도 떨리고 돈을 받아 내는 것이 잘하는 일인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아이들은 범죄에 대한 처벌을 받고 보상을 해야 하는데, 교회에 잘 나오지는 않지만 교회에 발을 들인 아이들이고, 게다가 내가 맡은 반 아이들이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예수님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실까” 하는 수준 높은 질문만 던지고 전화를 끊는다.

첫 번째 아이의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한 것에 놀라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시며 나중에는 “그러면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하고 내게 질문을 하신다. 차마 자전거 값을 물어 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찾으면 다행이고 못 찾으면 할 수 없지요. 다음부터 이런 짓을 해서 더 큰일을 당하지 않게 조심시켜 주세요” 하고 마음에 전혀 없는 도인 같은 말을 하고 나왔다. 다음 학생의 어머니를 만나서도 자전거 값을 물어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이들에게도 “선생님 자전거 꼭 좀 찾아 주고, 다음부터는 이런 짓 하지 마라” 하고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자전거를 도둑맞았다는 것을 알았던 그 밤에도 잠을 잘 이루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어머니를 만난 이후로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몸살을 앓았다. 좀 더 일찍 서둘러 자전거를 찾지 못하고, 자전거를 물어 달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이 아이들이 우리 반만 아니었다면, 또 이 아이들의 부모님이 불신자만 아니었다면 가차 없이 자전거 값을 물어 달라고 했을 텐데…. 자전거 값을 받지 못한 데 대한 억울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내가 찾은 위로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그 아이들에게 교회를 오라고 연락해야 하는데,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연락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내가 매주 토요일마다 전화로 연락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스스로 예배에 오게 해 달라고 나의 불성실을 정당화하는 기도를 하나님께 드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전거를 훔친 아이 중 하나가 다른 반 아이와 함께 교회를 왔다. 대예배를 드렸던 모양인데, 이때까지 대예배를 드린 적이 없는 아이였다. 그리고 나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마음으로 곧 있을 중등부 예배에도 참석하라는 말을 하고 돌아섰다. 그런데 이 아이가 중등부 예배에도 앉아 있다. 토요일 새벽까지 놀다 교회에 잘 오지도 않았던 아이가 이날은 깨끗한 옷을 입고 가방을 멘 채로 대예배와 중등부 예배를 드리고 간식까지 잘 챙겨 먹고 돌아간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아이가 다음 주에 안 나온다고 해도 이날 이렇게 대예배와 중등부 예배를 함께 드리고 간 것으로 하나님은 내 기도에 응답해 주셨음을 확신했다. 그리고 잃어버린 자전거에 대한 내 마음을 이 아이를 통해 위로해 주셨다. 내가 자전거 값을 부모들로 받았다면 이 아이들은 부모들로부터 더욱 혼이 나고, 나에게서 마음을 돌렸을 것이다. 비록 자전거 값을 받지 않은 것이 내 뜻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이 교회에 마음을 돌리지 않게 했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한 아이는 교회에 그 주일에는 오지 않았지만 주 중에 우연히 만나 얘기를 나누었는데 서로 큰일을 당한 때문인지 이전보다 대화가 잘 되었다. 그리고 그 아이 입에서 “교회 몇 시까지 가면 되느냐”는 질문이 나와서 조금 놀랐다. 교회에 올 시간에도 친구 집 옥상에서 부랑자처럼 자고 있던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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