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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1박 2일, 학생 전도 캠프 !

교육 실천 이야기 5

1박 2일, 학생 전도 캠프 !

2010년 봄, 참으로 오랜만에 1박 학생 전도 캠프를 새로이 꾸리면서 TCF 선생님들은 많은 것을 다 하려고 하지 말고, 근본 취지를 잘 살리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최종적으로 캠프의 모습을 ‘잘 놀고, 잘 먹고, 잘 듣기’로 그렸을 때 나는 내심 ‘좀’ 감탄했다. 아무래도 선생님 집단은 학생들을 모아 놓으면 자꾸 가르치려는 성향이 있다. 전도할 거면 전도만 잘하면 되는데 뭘 자꾸 주입시키려고 하면 캠프를 할 이유는 실종될 것이고, 그러면 난 빠져야지,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의 마음을 배려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실 때 괜히 선배가 아니시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올해도 전도 캠프를 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작년보다 버전이 높아진 캠프를 원하신다면 적어도 나는 정중히 사양하고 갈 길을 가야겠다고.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또 끌려갔고, 혼자 끌려갈 수 없어서 졸업한 제자 두 명을 인질(?)로 잡아서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캠프 대상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생들이고 성별도 제한이 없었으니 모이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살짝 걱정이 되었다. 사실 초등학생들이야 선생님이 데리고 오셨고 오빠, 언니, 누나, 형들이 있으니 초등학생답게 잘 논다. 그러나 중학생들은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하나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고(여학생들은 까닭 없이 자꾸 비명을 지르며), 고등학생들(대부분이 남학생)은 동생들 무리 사이에서 예쁜 여학생을 찾다가 이내 포기하고 만다.

이 어수선한 틈을 타 공동체 놀이 시간이 돌아왔다. TCF 지역 모임과 간사 모임에서 언제나 진중한 매력을 풍기시는 ‘진지 신재식 선생’님께서 공동체 놀이를 준비하겠다고 하실 때 나는 속으로 ‘어쩌지?’ 했다. 과연, 진지 신재식 선생님의 포스로 이 가벼운 놀이의 무게감을 견뎌 내실지? 그러나 잠시 밖에 다녀온 사이 ‘당신은 누구십니까’에 몰입하여 덤벼드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보면서, ‘아, 주님은 역사하시는구나!’ 했다. 아이들이 참 즐거워했다. 자기소개도 하고 얼굴도 익히면서 게임 시간이 후다닥 지나갔다.

잠시 쉬었다가 초등과 중등으로 나누어 말씀 시간을 가졌다. TCF 공동체를 위해 언제나 헌신적으로 말씀을 준비하시는 문춘근 목사님과, 매력으로 똘똘 뭉쳐 있으나 그 매력이 어린이와 여 집사님에게만 통한다는 김건우 전도사님께서 학생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어 주셨다.

나는 끌려온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문춘근 목사님의 말씀을 들었다. 교회 행사인지 모르고 왔네, 선생님이 사기를 쳤네, 근처에 놀 곳도 없네 등등의 원성을 하면서 말씀을 듣던 한 친구는 점차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말씀을 듣기 시작했다. 나 역시 사기를 쳤다는 죄책감과 오늘 주문한 통닭은 언제 도착하나 하는 마르다 언니의 걱정이 있었지만 다 내려놓고 말씀을 듣기 시작했다. 말씀과 사기꾼과 사기 당한 학생의 삼자대면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이곳은 돈을 최고로 여기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지금 만나 볼 한 사람도 그렇게 생각했지요. 그는 삭개오입니다.”

“샘, 삭개오가 누군데요?”

“그러게.”

“삭개오, 그는 동족에게 돈을 걷어서 로마 제국에 바치는 일을 하던 사람이었지요. 그가 토색한 돈을 네 배나 갚겠다는 데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돈을 뭐 하러 갚노. 돈 많네. 내 좀 주지.”

“허, 이 자식.”

“그는 예수님을 만나서 다른 가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만남이란 이렇게 소중한 것입니다.”

“샘, 통닭 언제 줘요?”

“그러게.”

대략 이런 시간을 가지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 우리는 참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구나. 말씀에 대한 지식을 넣어 주려고만 했지 나눌 생각을 못 했어…. 사람이 누구를 만나서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인가? 또 신앙을 가진다는 것,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실제로 학생들은 학교에서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말씀 시간을 통해서 틈틈이 나누었던 것이 기억난다고 했다. 그 장면이 아니라, 그 ‘내용’들이. 알지만, 묻고 싶었지만, 묻어둘 수밖에 없었던 것들. 학교에서 괜히 이야기 꺼냈다가 별종 취급을 받게 될까 봐 친구들과도 나누지 못했던 속 이야기들. 한 마디, 두 마디 끄집어내면서 과연 인생이란 무엇일까, 신앙이란 무엇일까 되새기게 되었다. ‘전도’에 심한 경련 증상을 일으키는 나에게 메시지가 이렇게 다가왔다면, 아이들에게도 참 괜찮은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쏠쏠했던 말씀 시간이 끝난 후 세족식이 이어졌다. 예상대로 우리는 주어진 시간을 앞두고 모두 민망해 하고 있었다. 그때 울려 퍼진 목사님의 한 마디.

“세족식은 무려 이천 년의 전통을 가진 예식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발을 씻는다는 것은 이 기독교의 전통과 역사를 함께 나누는 것이지요.”
역사의 힘을 입어 우리는 발을 씻고 민망함도 나누며 함께 웃을 수 있었다.

말씀도 듣고 발도 씻었으니 떡을 떼어야 합당한 결론 아니겠는가. 인근 식당에 부탁해서 갓 튀겨 나온 통닭 조각을 하나씩 들고 선생님과 나누는 장면. 참 좋았다. 사기 당한 나의 졸업생들이 통닭을 나르고 음료수를 따르면서 헌신하는 모습. 참 울컥하게 만들었다.

다음날 아침. 원래는 묵상 축구 및 구보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비가 왔다. 멀리는 못 가고 주집회장에서 영상을 보고 미니 올림픽도 진행하였다. 이를 애처롭게 생각하신 ‘탐험 김동준 선생’님께서 예정에 없던 산행을 추진하시어, 비 오는 가운데 뒷산 산책을 다녀오셨다. 이로써 깔끔한 척하는 많은 학생들의 원성을 이끌어 내는 쾌거를 이룩하시기도 하였다.

이틀을 함께한 이들이 점심까지 함께 나누고 짐을 꾸려 각자의 행선지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 학기는 참으로 힘들었다고. 다른 것이 힘든 것이 아니라, 힘들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들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고. 그렇지만 그 ‘힘든’ 현실을 잠시 묻어 두고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 선생님들, 저를 잠시만 보고 가시라는 정중한 협박에 회비를 덥석 쥐어 주신 선생님들이 참 고마웠다. 빗길에 운전하며 내려가시는 모습에 잠깐 마음이 동동 떠내려갈 뻔했다.

당장 영접하고, 입으로 고백하고, 일정 기간을 거친 후 세례를 받기를 원한다면 이 캠프의 그림으로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자고 꾸린 캠프도 아닐 것이다.

학교에 가면 신앙을 둘러싼 여러 가지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사영리 쪽지를 들고 신기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 자신이 ‘증인’임을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는 아이, 화장대에 화장품 대신 미니 불상을 올려 두는 엄마를 둔 아이. 학생들뿐인가. 새벽 기도의 여왕이시지만 업무에서 늘 민폐를 끼치는 선생님, 미사 마치고 한잔 하시다가 신부님과 싸우는 선생님, 모든 종교는 아편이므로 종교에 대해 권유하지 말라고 방어하시는 선생님.

그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주님의 이름을 입으로 전달하고 교회의 아늑함과 교리의 완벽함을 내세우는 것이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길이 될 수 있을까?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도’를 어떻게 ‘전’하는 것이 최선일까. 한번 더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된 캠프라고, 나름대로 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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