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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당신의 힘으로, 당신의 빠르기로 !

당신의 힘으로, 당신의 빠르기로 !


몸에서 힘 빼기

바쁜 업무들이 지나가고 한가할 즈음이 되면, 저희 학교에서는 배구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합니다. 학교에 강당이 있고, 교장 선생님이 운동을 좋아하셔서 자주 하곤 합니다. 남자 교사들은 눈이 마주치면 오늘 배구하자는 말이 인사말이 되곤 합니다.

저는 왼손잡이인 관계로 운 좋게 오른쪽 공격과 블로킹을 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처음엔 스파이크를 거의 못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배구를 가끔 해 봤고, 교생 시절 배구할 때면 스파이크 잘한다고 칭찬도 받았는데, 그 이후에는 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전혀 타점에 대한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혼도 나고, 욕도 먹곤 하다가 아예 토스가 오지 않는 상황이 오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네트 앞에 서 있는 관계로 간혹 공이 날라 오긴 했지만, 한두 번은 잘 때리다가도 그 다음부터는 힘이 잔뜩 들어가서인지 전혀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엔 제가 생각해도 많이 나아졌지만, 간혹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그물에 공을 패대기치곤 합니다. 무엇보다도 문제인 것은 왜 타이밍을 못 잡는지 제 스스로도 그 이유를 몰랐다는 것입니다.

운동을 처음 배울 때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몸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힘이 몸에 잔뜩 들어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근육이 먼저 경직되어 몸이 뻣뻣해지게 됩니다. 다음에는 동작이 커지고 초점이 흔들리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순발력이 줄어서 순간적인 상황에 몸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게 되어 속도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엔 몸과 마음이 완전히 따로 놀게 되고요.

운동선수들의 격언 중에 '몸의 힘 빼는데 10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몸에서 힘을 빼는 것이 꽤 쉽지 않은 일인 듯합니다.

 

자기 자신을 비우기

제가 아이들과 학기 초에 하는 공동체 훈련 프로그램 중에 ‘장님 인도하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앞사람은 눈을 가린 상태에서, 뒷사람이 앞사람의 어깨를 잡고 처음에 걷다가 제 신호에 맞춰서 빠르게 강당 안을 달리게 합니다. 이때 눈을 가린 사람은 뒷사람을 절대적으로 신뢰해야만 원활하게 진행이 됩니다.

그러나 눈을 가린 앞사람을 뒤에서 밀 때 가장 힘이 드는 경우가 앞 사람이 몸에 힘을 잔뜩 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뒷사람을 믿고 앞으로 힘차게 달려 나갔으면 좋으련만, 겁을 먹은 앞사람의 몸엔 당연히 힘이 들어가고 절대로 앞으로 빨리 갈 수 없게 됩니다.

리처드 포스터의 《심플 라이프》라는 책에 보면 단순한 삶을 위해서는 하나님께 전적인 의존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전적인 의존이란 아까 했던 장님 인도처럼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힘을 빼고 하나님께 우리 몸을 의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눈을 가리고, 우리 몸의 힘을 빼고, 우리의 두려움을 없애고, 전적으로 하나님의 손길에 우리를 의탁하는 것.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힘으로, 당신의 빠르기로 우리를 이끌어 가실 거라는 생각.

하나님 앞에서 우리 몸의 힘을 빼는 데 있어, 자기 자신이라는 거품을 제거하는 데는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요즘엔 힘이 많이 빠진 것 같은데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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