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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특집 4. 제언 교육감 직선제 논쟁이 남긴 과제와 방향


교육감 직선제 논쟁이 남긴 과제와 방향

좋은교사운동 정책 위원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육감 선거와 관련된 의견은 크게 임명제(시ㆍ도지사 혹은 시ㆍ도의회), 간선제(학교운영위원회 운영위원 혹은 전문성과 대표성을 띨 수 있는 사람), 시ㆍ도지사와의 연대(러닝메이트, 정책 연대, 공동 등록제), 직선제(교사, 학부모, 교육 관련자만 참여하는 제한된 직선제 안도 크게 직선제 안에 포함될 수 있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서 임명제와 간선제 안은 그 자체가 갖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과거로 회귀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물론 과거로 회귀할 수도 있지만 과거로 회귀하려면 당시 그 안들이 갖고 있던 약점들이 개선되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이미 교육감 선거 개선의 방향이 주민의 직접적인 의사 표현과 통제의 원리가 강화되는 면으로 흘러왔는데, 이 흐름을 돌이킨다고 할 때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시ㆍ도지사와의 연대 문제는 어떤 형태든 정당과 정치에의 종속, 그리고 일반 행정에의 통합 혹은 긴밀한 관련을 맺는 쪽으로 가자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 정치와 정당의 수준, 그리고 일반 행정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면이 존재한다.

 

교육감 직선제의 보완 방안들

이러한 현실을 생각할 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현재의 교육감 직선제의 큰 틀을 유지하되, 교육감 직선제가 갖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 교육감 직선제가 갖는 문제점으로는 과도한 선거 비용을 후보자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 일반 행정과의 불협화음에서 오는 문제, 교과부 장관과 교육감의 권한 갈등으로 인한 문제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문제인 선거 비용의 문제는 선거 공영제를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안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선거 공영제 강화 부분은 후보자 난립을 막고 책임 있게 후보자로 나서게 하는 부분과의 조화가 필요한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현재 15% 이상 득표자에게 선거 비용 100% 보존, 10% 이상 득표자에게 선거 비용 50%를 보존해 주는 현 규정을 교육감 선거에 한하여 더 낮추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 행정과 일반 행정의 권한 문제는 법률적으로 비교적 잘 조정이 되어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무상 급식을 둘러싸고 시장과 교육감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면 시장과 교육감의 갈등이 아니라 시장과 서울시의회의 갈등이다. 다만 최근 지자체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예산을 많이 배정하려고 하는데, 시ㆍ도지사와 시ㆍ도교육감의 이견으로 인한 문제가 있기는 하다. 이 부분은 법률 차원의 조정 문제가 아닌 시ㆍ도지사와 시ㆍ도의회, 시ㆍ도교육감의 정치적 타협의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권한 갈등과 관련한 핵심적인 문제들은 교과부 장관과 교육감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교육감 임명제에서 간선제를 거쳐 직선제까지 왔지만 아직까지 교육 행정 체계는 교육감 임명제 시절의 체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육 관련 많은 권한들이 교과부 장관의 위임을 받아 교육감이 시행하게 되어 있어 실질적인 권한은 대부분은 교과부 장관에게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체계가 간선제 하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직선제 도입 이후 교과부 장관과 다른 교육 철학을 가진 교육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국민들의 직접적인 선택을 근거로 실질적인 권한 행사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평준화 문제, 체벌 및 학생 인권 문제, 자율형 사립고 인가 문제 등 중요한 교육 정책 부분에서 갈등이 노출되었다. 그러므로 이 부분은 교육감 직선제의 취지에 맞게 교과부 장관과 교육감의 권한을 보다 분명하게 재정의하는 법률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음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 등록제 시범 실시

이렇게 현재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들을 고쳐간다면 향후 국민들이 교육감 선거를 통해 교육에 대한 자신들의 직접적인 의사를 표현하고 통제하는 교육감 직선제의 장점을 잘 살려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 하더라도 교육감 직선제가 완벽한 제도일 수가 없기 때문에 교육감 직선제의 약점이 드러날 때마다 교육감 선거 개정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시ㆍ도지사와 연대를 통한 교육감 선거 방법은 우리 교육이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제도이기 때문에 이 방식을 도입하자는 문제 제기는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생각할 때 세종시 교육감 선거에서 공동 등록제를 실시하겠다는 교과부의 안은 환영할 만하다. 세종시는 특별시긴 하지만 다른 시도에 비해 인구가 매우 적은 도시고, 공동 등록제는 시ㆍ도지사와 교육감의 연대 안 가운데 정당의 정치적인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을 수 있는 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종시와 같은 작은 지역에서 공동 등록제 실시를 통해 장단점을 검증해 보면 이후 이 안의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교육 자치는 단위 학교의 자치 역량 강화로부터

교육감 직선제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 자치의 매우 작은 부분이고 핵심으로부터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제대로 된 교육 자치를 위해 우리가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학교 단위의 자치 강화다. 사실 세계적으로 교육감 직선제를 실시하는 나라가 많지 않은 가운데 우리나라가 굳이 교육감 직선제를 고집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학교 단위의 교육 자치가 발달된 서구 선진국들과는 달리 우리는 학교 단위의 자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나 역량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즉 학교 단위의 자치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주어져 있는 교육감 선거에 있어서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반영할 통로라도 확보해야 되는 상황인 것이다. 반대로 학교 단위의 자치가 잘 이루어지면 어떤 의미에서 교육감 선거는 훨씬 더 자유롭게 여러 방안들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단위의 자치 역량 강화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현재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학교운영위원회의 대표성과 민주성, 전문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하는 것과 동시에 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결 범위를 넓혀 가는 것이다. 학교 단위의 자치 강화를 위해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교장 공모제의 실질적 확대다. 최근 자율 학교에서 내부형 및 개방형 공모제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긴 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교장 공모제를 교장 자격증을 가진 초빙형에 한정함으로 인해 교장 공모제를 통한 학교 자율성 확대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기 때문에 내부형이나 개방형 교장 공모제의 확대와 그러한 공모를 통해 선출된 교장과 학교 구성원들에 의해 학교의 교육을 새롭게 바꾸어 가는 경험의 축적은 교육 자치의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