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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1. 문 제 제 기 : 대학 체제 개혁 논의 어디까지 왔나?


대학 체제 개혁 논의 어디까지 왔나?

 

편 집 부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모순의 핵심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우리 교육은 대학입시 때문에 초중고 교육이 입시 위주의 파행 교육으로 흐르고 사교육이 범람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는 대학 입시 자체가 아닌 학벌과 대학 서열주의로 대표되는 대학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의 극도로 서열화된 대학 서열 체제가 개혁되지 않으면 초중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나 사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대학의 경쟁력 저하로 국가 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10여 년 전부터 학벌과 대학 서열화 문제가 교육 운동의 중요한 이슈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학벌과 대학 서열화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 체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서울대 폐지론’ 등 단편적인 방안들만 제시되었지 전체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큰 그림으로는 잘 나오지 않았다.

대학 체제 개혁과 관련해 최초로 나온 안은 ‘국립대통합네트워크 안’이다. 이 안은 2003년 경상대학교 정진상 교수를 비롯한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의 연구 결과로 처음 발표되었다. 이후 이 안은 2004년 전교조와 범국민교육연대의 공교육 개편안의 주요 내용으로 제시되었고, 2007년 민주노동당의 대선 공약으로 채택되는 등 진보 진영의 공식적인 대학 체제 개혁안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립교양대학 안’은 교수 노조와 민교협 등 주로 진보적인 교수들 중심으로 연구된 안으로 2011년 들어 본격적으로 교육계에 알려지고 논의되기 시작한 안이다. 하지만 이 안의 기본적인 내용은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민주당 후보의 대선 공약에 들어 있던 것이기 때문에 갑자기 나타난 안은 아닌 셈이다.

‘국립대통합네트워크 안’과 ‘국립교양대학 안’이 전체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분명한 그림과 그 그림에 이르는 수단과 과정까지를 내적 완결적인 구조로 담고 있는 반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안’은 내적 완결성을 가진 대학 체제 개혁안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 체제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의 고용, 복지, 조세 제도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차원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대학 체제 개혁과 관련된 이 세 가지 안은 비판의 여지가 없는 완벽하게 갖추어진 안이 아니다. 오히려 각 안이 제시하는 개혁상(像) 자체도 논란이 될 뿐 아니라 실현 가능성 면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안이다. 하지만 우리 교육의 개혁을 위해 대학 체제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당위론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어떤 모양으로 개혁해야 할 것인지 개혁안을 내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결국 이 세 가지 안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데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특집에서는 이 세 가지 안을 소개하는 것과 동시에 각각의 안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비판적으로 고찰해 보았다. 하지만 비판을 넘어 대학 체제 개혁안과 관련해 좋은교사운동의 안을 제시하는 부분에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대학 체제 개혁안을 논의할 때 우리가 반드시 검토해야 할 원칙과 과제를 제시하는 부분에서 멈추었다. 이는 좋은교사운동이 이 과제에 대한 우리의 연구가 충분하지 못함을 인정하는 동시에 이 특집을 이 과제 연구와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표시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