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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3. 검 토 안 2 : 국립교양대학, 가능하며 또 바람직한가?


국립교양대학은 가능하며, 또 바람직한가?

 

                                                                                                                                           임 종 화(교육 실천 위원장)

국립교양대학 안은 학제를 개편하여 현 고등학교와 대학 사이에 ‘국립교양대학’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별로는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그 지역의 사립 대학들을 권역별 네트워크 체제로 묶어 각 대학들을 특성화하고 대학원을 공동 운영하는 체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현재 6-3-3-4 로 되어 있는 학제를 일단 6(초등)-5(중등)-2(교양 대학)-3(일반 대학)으로 개편하였다가, 준비 과정을 거쳐서 2(유아)-5(초등)-5(중등)-2(교양 대학)-3(일반 대학)으로 개편한다. 고등 교육 과정은 교양 대학 과정 2년, 또는 기술 대학(전문 대학) 과정 2년(기술 분야에 따라서 1년이나 3년도 가능)과 일반 대학 3년(현재의 대학이 일반 대학이 됨)으로 구분하되, 진로를 다양화한다. 일반 대학의 경우 고등학교(중등 과정) 졸업 후 교양 대학을 거쳐서 진학하도록 한다. 기술 대학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진학할 수도 있고, 교양 대학 1년이나 2년을 마치고 진학할 수도 있도록 한다. 기술 대학에서 일반 대학으로 진학하는 길과 일반 대학에서 기술 대학으로 진학하는 길도 열어 놓는다. 일반 대학을 졸업하면 일반 대학원으로 진학하거나 전문 대학원으로 진학할 수 있다.

2. 법학, 교육학(사범대), 경영학, 회계학, 의학, 약학, 행정학, 외교학 등 전문직 자격증이 부여되거나, 고위 공무원으로 진출할 수 있거나, 좋은 직업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교육 과정은 일반 대학 과정에서 금지하고 전문 대학원 과정으로 설치한다.(각종 고시 제도는 가능한 한 전문 대학원 체제로 전환한다.) 전문 대학원은 2년, 3년, 4년 등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한다.

3. 교양 대학 과정은 전국 단일의 국립 교양 대학을 설치하여 교육한다. 교양 대학 시설로서는 권역별로 일반 대학과 기술 대학(전문 대학)의 시설을 활용한다. 교양 대학은 입학 자격 고사를 실시하여 일정 이상의 학력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여 권역별로 배정한다. 입학 자격 고사는 논술 형식으로 출제하고, 절대 평가로 하며, 대학 수학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만 평가한다. 기술 대학은 교양 대학보다 낮은 자격시험 기준을 적용하거나 자격시험 기준을 없앤다.

4. 교양 대학은 인문, 사회, 자연, 공학 4개의 계열로 운영한다. 교양 과정의 졸업 학점은 72학점으로 한다. 교양 대학의 교수 학생 비율은 20대 1 이내로 하고, 주기적으로 순환 근무하도록 한다. 아울러 일반 대학 교수와 국가 연구 교수를 강의에 활용한다. 엄격하게 학점을 관리하고 유급 제도를 두어 일정한 학력 이상을 갖춘 학생들만 일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한다. 자연/공학계 학생들도 인문/사회 과목을 30% 이상 듣도록 한다. 교양 대학의 성적은 권역별 혹은 대학별로 상대 평가로 하거나, 독립된 평가 기구에서 채점하고 관리한다.

5. 일반 대학 서열 체제는 권역별 대학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서열 체제를 완화시킨다.

- 각 권역에는 하나의 ‘국립기초학문대학교’, 다수의 ‘국립전문대학’과 ‘국립전문대학원대학’ 및 여러 사립 대학교들이 존재하게 된다.

- 사립대들은 응용 학문 중심 대학으로 발전시키되, 사립대의 기초 학문 학과들을 국립대로 이전시키는 방안 등을 적극 강구한다.

- 권역별 국립기초학문대학 및 국립전문대학과 국립전문대학원에서 행하는 모든 연구 사업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지원한다. 이를 위해 정부 발주 연구 프로젝트는 국립대에게만 주거나, 국립대가 중심이 되어 사립대를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수행한다.

- 국립전문대학과 국립전문대학원에서는 상업적 성격의 학문 연구와 교육을 금하고, 공공적 성격을 지닌 학문 연구와 교육을 행한다. 국립공과대학은 범용적-보편적 기초 응용 기술 분야의 학문 연구와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

- 산학 협동 및 자체 수입 사업 등은 원칙적으로 사립 대학에게만 인정한다.

- 권역별 사립대들의 특성화를 유도한다.

- 사립대의 직업 학문 관련 학과들은 직업전문학교로 이전시킨다.

6. 일반 대학 입학은 교양 대학 내신 성적 70%와 논술 형태의 대학별 학과별 논술 고사 30%로 선발하도록 한다. 일반 대학은 학과별 혹은 학부별로 교양 대학에서 수강해야 하는 과목과 성적을 지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경제학과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미적분학, 경제 원론, 정치학 개론, 사회학 개론, 법학 개론 등을 수강해야 하며, 경제 원론은 A학점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

7. 고등학교는 일단 조기 졸업이 가능하게 하고, 중기적으로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통합하여 5년으로 줄이도록 한다. 교과 과정이 줄어드는 만큼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낮추어서 교육의 질을 높이도록 한다.

8. 중등 과정(고등학교), 교양 대학은 무상으로 하고, 장기적으로 일반 대학까지도 무상으로 한다. 대학원과 전문 대학원은 후불제로 운영하여 소득에 따른 진학 차별을 없앤다.

9. 전문 대학은 기술 대학으로 개편한다. 기술 대학은 무상으로 하고, 기술 대학 대표, 노동부 장관, 행정자치부 장관, 교과부 장관, 중소기업 대표, 대기업 대표, 공기업 대표 등으로 구성된 국가 및 권역별 고용 위원회를 신설하여, 전문 대학의 학과 및 학과별 TO를 조정하도록 한다. 기술 대학 교수들은 전공에 대한 수요가 변하면 재교육을 통하여 기술 대학, 국립교양대학 등에 재배치하도록 한다.


국립교양대학, 초중고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감축을 가져올 것인가?

일반 대학과 중고등학교의 연한을 각각 1년씩 축소하고, 고등학교와 일반 대학 사이에 국립교양대학을 설치하자는 것이 이 안의 핵심 내용이다. 이렇게 하면 대다수의 국민이 수준 높은 교양 교육을 받으면서 동시에 초중고등학교는 대학 입시 교육과 사교육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국립교양대학에서 일반 대학 진학 과정에서 입시와 사교육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 과정에서의 입시와 사교육은 현재 대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입시와 사교육과는 양적으로 훨씬 줄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의미 있는 입시 과정과 사교육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단 국립교양대학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해서 소요될 엄청난 비용과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경제적으로 아무 의미도 없고 국토에 큰 훼손을 주는 4대강 사업에 그 엄청난 돈을 투여하는 것을 볼 때 돈 문제는 국민 합의와 의지의 문제지 근본 문제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립교양대학이 우리 초중고등학생들을 입시와 사교육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불평등 구조와 학벌 구조가 상존하고, 국민들이 몇몇 상위권 대학과 전문직을 보장하는 전공에 진학하려는 경쟁 구조 자체가 없어지거나 변하지 않는 현실에서는 그 입시의 병목이 2년 유예된 것 외에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립교양대학 안에서는 대학 구조의 지역별 네트워크화, 그리고 전문 대학원 제도를 제시하고는 있다. 하지만 사립 대학이 주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각 지역별로 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가 이루어지는 것이 가능할지, 또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서울 중심의 서열화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립교양대학에서 일반 대학으로 진학하는 과정에서의 입시와 사교육은 현 대학 입시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한결 다를 것이라는 주장도 희망 사항에 그칠 우려가 높다. 국립교양대학에서의 평가가 대학 입시의 절대 기준이 된다고 할 때 이 평가에 대한 엄격한 객관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현재 고등학교 내신 평가가 갖고 있는 수준의 객관성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반 대학 진학 과정에서 실시되는 별도의 선발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교육이 붙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하겠는가? 이는 현재 대학에서 의치약학 전문 대학원이나 법학 전문 대학원 진학 과정에서의 고액 사교육이 범람하는 것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국립교양대학이 입시 교육의 최종 주자로서의 역할을 해 주면 그 아래 있는 초중고등학교의 입시 부담이 확실히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폭 완화되리라 기대되지는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초등학교나 중학교는 대학 입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학 입시를 최종 목표로 해서 상대적으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좀 더 어린 나이부터 점유하려는 체제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국립교양대학에서 일반 대학으로의 진학 과정은 현 고등학생들이 하는 암기 위주의 방식이 아닌 책을 읽고 사고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입시의 근본 체질이 바뀌지 않겠느냐는 기대는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런 면은 있지만 이는 현재 대학 입시 과정에 논술과 면접이 도입됨으로 인해 약간의 변화를 가져왔지만 과도한 입시 경쟁의 본질을 바꾸지는 못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만약 이런 우려들이 기우에 불과하고 국립교양대학 설치로 인해 초중고등학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의 효과가 매우 높게 나타나는 것이 가능하다면, 국립교양대학을 설치하는 대신 국립교양대학에서 하고자 하는 교육 과정을 현재 고등학교 교육 과정과 현 대학 입시 과정에 도입하자는 것이다. 사실 국립교양대학이 추구하고자 하는 내용과 대학 진학 방식은 원래 고등학교 교육 과정과 대학 입시가 담아야 할 내용이고, 실제 많은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세부적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가 많겠지만 학제를 개편하고 국립교양대학을 전국적으로 설치하는 과정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더 어려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권역별 대학 네트워크,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는가?

권역별 대학 네트워크는 국립교양대학 설립과 함께 국립교양대학 안의 양대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국립교양대학 설립의 경우 국민 전체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새롭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저항은 적을 수 있다. 하지만 권역별 대학 네트워크의 경우 지역 사립 대학의 동의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 하는 부분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보면 지금 같은 지역 내 국립대 간의 통합도 정부의 압력과 지원 유도 정책에도 불구하고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사립 대학을 권역별 대학 네트워크 속에 포함시켜 구조 조정을 하겠다는 것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일단 서울 지역 사립 대학의 경우는 국가가 재정을 가지고 통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방 대학 가운데 신입생을 모집하기 힘든 대학들의 경우 국가가 재정 투입을 통해 준 공립화 하고 권역별 대학 네트워크에 가입시키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이 정도 수준을 가지고 권역별 대학 네트워크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