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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2. 검 토 안 1 : 국립대통합네트워크가 더 고민해야 할 부분들


국립대통합네트워크가 더 고민해야 할 부분들


                                                                                                                                            홍 인 기(정책 위원장)

국립대통합네트워크 안은 다른 말로 ‘공동 학위 대학 통합 네트워크’라는 말로 표현된다. 국립대통합네트워크의 주장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대학과 대학원 제도

- 대학의 공교육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원칙에 따라 서울대를 포함한 국립대와 일정한 수준이 되는 사립 대학들을 (국립)대학통합네트워크에 편입한다. (국립)대학통합네트워크에 편입되는 사립 대학들에 대해서는 현재의 사립 중등학교와 동일한 방식으로 국립대와 동일한 재정 지원을 한다.

- 학부 과정은 4년으로 하되 1기 과정(1.5~2년)에는 국립교양과정으로 운영하며, 인문사회 계열과 자연 계열 두 계열만 두고 2기 과정(2년)은 학부제로 운영한다.

- (중기적으로 공공 부문의 확대와 맞물려) 법대, 사범대, 의대, 약대 등 전문직을 위한 학부 과정을 폐지하고, 이 과정들을 전문 대학원에 설치한다.

- 지역의 국립 대학들을 현재의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학구별로 통합하고 몇 개의 캠퍼스로 조직한다.(권역별 통합 네트워크)

- 대학원은 일반 대학원과 전문 대학원으로 구분한다. 학문을 위한 일반 대학원은 대학별 특성화를 유도한다.

- 전문 직업을 위한 전문 대학원은 학구별로 인구 비율에 따라 입학 정원을 조정한다.

 

2. 대학․대학원 입학 제도

- 신입생 선발 단위는 대학별․학과별이 아니라 전체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총 정원으로 한다.

- 대학 입학 자격은 인문 사회계와 자연계 등 계열별로만 나눈다.

- 대학 입학 자격은 고교 내신 성적과 계열별 대학 입학 자격시험을 통해 선발하며 수능 시험은 대입 자격시험으로 대체한다.

- 대입 자격을 획득한 학생들은 먼저 1, 2, 3 지망으로 대학을 지원해 배정받고, 정원이 초과되어 대학을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은 추첨을 통해 배정받는다.

- 학부 2기 과정의 각 학부는 학부 1기 과정 이수자 중에서 무시험 서류 전형으로 진입생을 선발한다.

- 일반 대학원은 학부 과정의 성적을 중심으로 한 서류 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 전문 대학원은 지역 균형 인재 등용 제도의 취지에 따라 동일 학구의 학부 출신에게 우선권을 부여한다.

 

3. 대학통합네트워크의 운영

- (국립)대학통합네트워크의 모든 졸업생에게 전공이 표시된 동일한 공동 학위를 수여하여 대학 서열 체제를 해소한다.

- 대학통합네트워크의 대학 운영은 대학 자치의 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학점 취득은 네트워크 내에서 개방한다.

- 대학통합네트워크는 중앙 차원의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권역별 네트워크 체제’를 수립한다.

- 대학통합네트워크의 대학 등록금은 무상 교육을 지향하고, 현 단계에서 고교 등록금 수준으로 대폭 인하한다.

- 대학통합네트워크의 전임 교원 충원율(확보율)을 100%에 도달하도록 하고 비정규직 교수를 정규직화 하여 교수, 연구 활동의 안정성을 담보하도록 한다.


국립대통합네트워크는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한 안인가?

국립대통합네트워크가 성공하려면 우선 전국의 모든 국립 대학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야 한다. 물론 국립 대학은 국가가 운영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립 대학들이 이에 잘 협조할지는 의문이다.

당장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서울대학교가 세계와 경쟁할 명문 대학을 육성해야 한다는 명분과 대한민국을 실제로 지배하고 있는 서울대 학벌을 이용해 극렬하게 저항할 것이고 이를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가 최근 서울대법인화법이 통과됨에 따라 서울대는 이미 국립대통합네트워크의 범위에서 벗어나 버렸다.

지방 국립대도 쉽게 국립대통합네트워크 안에 찬성할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국립대통합네트워크라는 큰 흐름 가운데서 내려놓아야 할 사소한 기득권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같은 광역 가운데 있는 국립대 간 통합 논의가 있어 왔고, 통합할 경우 엄청난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어도 실제로 통합이 이루어진 경우는 몇 개 되지 않는 상황이 이 과정의 어려움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국립 대학 간 통합 네트워크 형성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서울에 소재한 소위 명문 사립 대학들이 이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국립대통합네트워크는 가난한 서민들이 진학하는 중위권 대학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국립대통합네트워크는 대학 개혁이나 교육 개혁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국립대통합네트워크에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과 전문 대학원 설치권을 가지고 이들을 국립대통합네트워크 안으로 끌어들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 재정 지원의 경우 현재 재정 적자와 신입생 모집에 극심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사립 대학에게는 유인책이 될 수 있지만 지금보다 등록금을 올려도 서로 들어오려고 줄을 서 있는 서울 소재 사립 대학에는 유인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될 경우 서울 소재 사립 대학은 가난한 아이들은 도무지 입학할 수 없는 귀족 대학으로서의 위상이 굳어짐에 따라 대학 양극화 현상을 더 가속화시킬 수 있다.

전문 대학원 설치권을 국립대통합네트워크에 들어온 대학에만 주겠다는 것은 현재 사립 대학들의 전문 대학원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민주 사회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리고 혹 이렇게 했다 할지라도 부유층 자녀들이 서울 소재 사립 대학에서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을 서울대학교 일반 대학원이나 국립대통합네트워크에 소속된 전문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하지 않을까?

 

국립대통합네트워크 실현, 그 이후를 상상해 보면?

우선 법인화된 서울대가 완전히 독립해 버린 상태에서 지방 국립 대학들만 통합네트워크를 형성했을 경우 학벌 체제나 대학 서열화를 무너뜨리는 데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를 포함한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형성했을 경우(일부 지방 사립 대학이 편입되었을 경우까지 포함) 이 통합 네트워크가 현 대학 서열 체계 가운데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아직까지 학벌 체제와 대학 서열주의의 지배 하에 있는 국민들의 경우 처음 신설되는 국립대통합네트워크에 자녀를 진학시키는 모험을 하기보다는 서울 소재 주요 사립 대학에 보내려고 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 과정에서 몇 년간은 서울 소재 주요 사립 대학과 국립대통합네트워크간의 선의의 경쟁이 발생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국립대통합네트워크가 어떤 교육력을 보여 주느냐 하는 것이 향후 국립대통합네트워크의 확장 및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판단할 때는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주요 사립 대학들이 최상위 학벌을 형성한 가운데, 주립 대학들이 저렴한 학비와 많은 지원을 통해 중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 대학 체제와 비슷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서울 소재 주요 사립 대학들은 국립대통합네트워크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더 높은 학비와 더 고급화된 교육 과정을 추구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만의 귀족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더 강화할 할 것이다. 물론 가난한 보통 아이들의 경우 국립대통합네트워크를 통해 학비에 대한 부담 없이 대학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는 장점을 누릴 것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전문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직으로 진출해야만 계층 상승을 이룰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의 좁은 입시 관문을 통과해야 하고, 전문 대학원에서의 과도한 학비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에 입시와 학비 부담의 시기를 늦추는 효과만 볼 것이다.

이렇게 될 때 고등학교에서 대학 진학 과정에서의 입시 문제는 약간 완화될 뿐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초중고 과정에서의 사교육비 문제도 약간 완화될 수는 있겠지만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끝으로 서울의 주요 사립 대학을 포함한 온전한 통합 네트워크를 실현했을 경우다. 이 경우 고등학교에서 대학 진학 과정에서의 입시 문제나 대학에서의 등록금 문제 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입시의 문제가 대학 2학년에서 3학년 올라가는 시기에 예비적으로 한 번 발생할 것이고, 서울대학교 대학원과 전문 대학원 입시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의 입시는 현재의 대입 과정의 입시와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는 없다. 어떤 경쟁이든 그 경쟁이 어느 정도 선을 넘어설 때는 생산적인 경쟁이 될 수가 없고, 본질을 벗어난 왜곡된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쟁의 형태는 현재에도 대학에서 사법 고시 준비나 법학 전문 대학원 준비, 의학이나 약학 대학원 준비를 위해 대학 교육이 실종이 되고, 이를 위한 맞춤형 고액 사교육이 성행하는 것에서 충분히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경쟁이 심화되면 당연히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대학 2학년에서 3학년 올라가는 과정에서의 경쟁이 심화되고, 그렇게 되면 대학 1, 2학년의 교양 과정의 공부도 왜곡되고, 그 영향을 고등학교까지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각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이 붙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경쟁이 발생하더라도 그 경쟁의 시기를 자기 판단 능력이 있는 대학 졸업 시기로 늦추었다는 면에서 의의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을 대학 4년 동안 무상에 가까운 공부를 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할 때 국가 차원에서 비용 대비 효과, 그리고 이 방법이 고급 교양 과정으로서의 대학 교육의 본질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인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 대학원 체계, 국립대통합네트워크 체계 정신과 어울리는 조합인가?

전문 대학원 체제는 국립대통합네트워크 안을 떠받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전문 대학원 설치권은 사립 대학을 국립대통합네트워크에 포함시키는 중요한 핵심 기제고, 인기 상위 직업으로 진출하기 위한 관문을 전문 대학원 체제로 묶어 경쟁을 대학 졸업 이후로 미룸을 통해 대학 입시 경쟁을 해소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 대학원 체제가 과연 국립대통합네트워크 체제를 떠받쳐 주는 역할만 할 것인가? 혹 이 체제가 국립대통합네트워크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우선 모든 대학 교육이 전문 대학원 입학 경쟁에 의해 왜곡되고 좌초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정진상 교수는 전문 대학원 입학은 학부 성적을 중시하기 때문에 학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고, 대학원의 별도 시험도 대입 시험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법학 전문 대학원이나 의․치․약학 전문 대학원 입시의 예에서 볼 때 결코 낙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 전문 대학원 도입 과정을 보면 법학 전문 대학원은 정착되고 있지만 의․치학 전문 대학원은 다시 2년 예과 수료 후 본과로 진학하는 체제로 거의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기 때문에 국립대통합네트워크 체계 하에서도 모든 인기 직업 연계 학과들을 다 전문 대학원 체제로 하기보다는 2년 교양 과정 후 3학년부터 2~4년 정도의 전공 과정을 거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전문 대학원만 바라보고 대학 4년을 보냄을 통해 다른 학문과 전공들이 약화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고, 대학 수학 연수의 인플레도 어느 정도는 방지할 수 있다.

이보다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은 소위 인기 있는 직업들에 진출하는 관문을 전문 대학원을 통해 통제하는 이 체계가 국립대통합네트워크가 추구하는 정신과 맞는가 하는 것이다. 국립대통합네트워크의 정신을 제대로 살리고자 하면 전문 대학원이 갖는 인기를 활용하기보다는 이 인기를 약화시키는 방안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