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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오 칼럼

역사와 현실, 그리고 하나님의 뜻(2014.08) 정병오 칼럼 역사와 현실, 그리고 하나님의 뜻 비록 자진사퇴로 막을 내리긴 했지만 지난 6월 여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역사 인식 논란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3년 전 온누리 교회에서 했다는 특강 내용은 많은 기독교인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는 인식일 뿐 아니라 나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그의 글을 읽었을 때는 문제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다만 기독교인 사이에서 이해되고 할 수 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지금은 언제든지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생각만 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읽으면서 처음 읽을 때 들어오지 않는 부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문창극 후보의 글을 통해 그 동안 내가 역사와 섭.. 더보기
조금씩 오래 많이 슬퍼합시다(2014.07) 정병오칼럼 조금씩 오래 많이 슬퍼합시다 대학 시절,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조문을 간 적이 있다. 오랜 시간 질병으로 고생을 하다 돌아가신 것이어서 그 친구와 가족들이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그 친구가 평소 아버지와의 관계가 매우 친밀하고 돈독했었기 때문에 그가 느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 보였다. 그런데도 장례식 기간 내내 그 친구는 많이 울지 않았고 슬픔을 잘 절제해서 표현하고 있었다. 장례식을 다 마친 후 그 친구는 “이제 더 이상 아버지가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서 내가 혹 이 슬픔을 한꺼번에 다 쏟아버리고 이후에 슬픔을 잊고 살게 될까봐 너무 두려웠어. 그래서 장례 기간 내내 어떻게 이 슬픔을 잊어버리지 않고 오래 기억할 것인지 고민했어. 어떻게.. 더보기
교사의 책꽂이(2014.6) 정병오 칼럼 교사의 책꽂이 참고서와 문제집이 다야? 대학 졸업 후 갓 교직에 나왔을 때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그 중 내가 제일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교무실 선생님들의 책꽂이에 참고서와 문제집만 가득 꽂혀있다는 사실이었다. 참고서라는 게 아무리 뛰어난 것이라도 교과서 내용을 잘 요약하거나 일부 좀 더 자세한 부연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고, 문제집이라는 것은 교과서 내용을 잘 이해하고 암기했는지를 확인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묶어놓은 책이라는 것이 내가 경험했고 알고 있던 상식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참고서와 문제집은 암기 위주 입시교육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이도 했다.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 한 가운데 살아가는 교사가 당장 이를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참고서나 문제집을 활용할 수는 있다 .. 더보기
비본질의 홍수 속에서 본질 살리기(2014.5) 정병오 칼럼 비본질의 홍수 속에서 본질 살리기 7년 만의 복직, 뭐가 달라졌나요? 7년 만에 학교에 복직해 보니 가장 달라진 변화는 학기초 업무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것이다. 3월 첫 2주 동안 아이들에게 배부한 가정통신문만 50종이 넘는 것 같고, 그 중 학부모 회신을 받은 것도 30종은 족히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이전에 학기초가 되면 매일 아침 자습 시간에 2-3명씩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던 시간은 도무지 가질 수가 없다. 하루에 평균 2개 정도 되는 가정통신문 회신문을 수합하고, 이를 가져오지 않은 학생들에게 재확인을 하다 보면 시간이 다 가버린다. 물론 이 회신문 중에서 꼭 필요한 것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신문은 만약의 사안이 터졌을 때를 대비해서 학교가 책임을 지지 .. 더보기
교과서 단상(2014.04) 정병오 칼럼 교과서 단상 “선생님, 1학년 담임이니까 오후에 신입생 예비 소집 때 아이들 지도 부탁해요.” 7년 만의 복직, 모든 것이 낯선 상황에서 업무분장일에 첫 출근을 했는데, 1학년 담임에 1학년 기획 업무가 주어졌다. 하루라도 빨리 학교에 적응해야 하는 입장에서 담임을 맡는 것이 가장 빠른 적응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모든 것이 새로운 내 입장에서 처음 중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1학년을 맡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신입생 예비 소집일에 입학식 준비를 위한 여러 가지 전달 사항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업무는 교과서를 나눠주는 일이었다. 이전보다 훨씬 더 두터워지고 종이 질도 좋아진 교과서를 나눠주다 보니 교과서와 관련된 어릴 적 추억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교과서 .. 더보기
칸트, 해외 탐방을 떠나다(2014.03) 정병오 칼럼 칸트, 해외 탐방을 떠나다 “선생님, 해외여행 안 가세요?” “예, 저는 그냥 칸트처럼 살려고요.” 나라고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관광에 대한 욕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해서 4명의 아이를 키우다 보니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해외여행을 꿈꿀 상황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기독교사운동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다 보니 방학이라고 해서 덜 바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교직 초기 교육청 단위 수업 공개를 열심히 한 덕분에 젊은 교사에게는 잘 주어지지 않는 해외 연수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기독교사 수련회 일정과 맞지 않아 거부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내 속의 욕구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 .. 더보기
아프리카도 보아야 하리라(2014.02) 정병오 칼럼 아프리카도 보아야 하리라 “좋은교사운동은 한국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아프리카에도 필요합니다. 좋은교사운동이 한국의 교육 현실뿐 아니라 아프리카를 포함한 선교지의 교육 문제를 함께 안고 가야만 더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6년 전 갓 좋은교사운동의 대표를 맡아 좌충우돌하고 있을 때 김두연 선생님(현 좋은교사운동 내 전문모임 중의 하나인‘Youth Global Action 연구회’대표, 월간 2013년 3월호‘좋은만남’에서 소개)이 불쑥 찾아와 했던 말이다. 김두연선생님은 서울 광신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학기 중에는 기독학생반 동아리를 통해 아이들을 전도하고 양육하는 일에 매진할 뿐 아니라, 방학이 되면 팀앤팀이라는 아프리카 원주민을 위한 식수 개발 전문NGO의 일원으로서 아프리카.. 더보기
복직을 기다리며(2014.01) 정병오 칼럼 복직을 기다리며 오늘 학교에 복직원을 제출했다. 좋은교사운동 대표를 맡기 1년 전인 2007년부터 휴직을 했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대표직을 수행했으며, 2013년 한 해는 정책위원으로 섬겼으니, 만 7년 만의 복직인 셈이다. 그런데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03년과 2004년에도 휴직을 했었고, 2000년에도 휴직을 했었다. 그리고 1988년 첫 발령을 받자마자 3개월 후에 바로 군 휴직을 했으니, 만 26년 교직 생활 동안 절반인 13년을 휴직을 한 ‘대한민국 최장 기간 휴직을 한 교사’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교직 발령 직후 2년 3개월간의 군 휴직이야 국방의 의무를 위한 것이었으니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이후 교직 생활에 재미를 붙여갈 즈음에.. 더보기
불편해도 괜찮아(2013.12) 정병오 칼럼 불편해도 괜찮아 풍요의 이면 얼마 전 중학교 2학년인 막내아들의 책상과 서랍을 정리하다 보니 여기저기 처박혀 있는 쓰다만 연필과 볼펜 등이 수북이 나온다. 어디 연필과 볼펜뿐이랴? 철 지난 MP3, 시계, 카메라, 손전등 등 여러 물건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나뒹굴고 있다. 이것을 보며 아내가 한마디 한다.“ 우리 어릴 때는 물건들이 귀했지. 그때는연필하나, 지우개 하나에도 다 스토리가 있었고, 추억이 있었는데….”그러고 보니 우리는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학용품과 전자 제품을 마음껏 사 주는 풍요로움을 선물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연필 하나가 귀해서 연필이 작아지면 볼펜 대에 끼워 사용하며 물건 하나하나와 교감했던 스토리와 추억을 다 빼앗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선물한.. 더보기
50대를 맞는 자세(2013.11) 정병오 칼럼 50대를 맞는 자세 “병오야, 우리 졸업 여행 가려는데 너도 같이 가지 않으련?” 40대 후반에 들어선 요즘 부쩍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들의 연락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이런 연락을 받을 때 내 마음도 이전과는 달리 괜히 설레고 보고 싶은 마음들이 생긴다. “졸업 여행이라니?” “어휴 눈치 없기는…. 올해 우리 나이가 마흔아홉이지 않니?(사실 나는 일곱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을 해서 친구들보다는 한 살 적다) 이제 몇 달만 지내면 50대로 들어서기 때문에 40대가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여행을 다들 많이 간단다.” 나이 서른에 우리는 매해 연말과 연초를 맞이할 때는 마음이 뒤숭숭해지고 약간 감상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지만 특히 10년 단위의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10년을 맞이할 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