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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보고 싶을 뿐이야 조혜정의 춘향골 아이들 16 보고 싶을 뿐이야 조 혜 정 가슴에 대어 보는 ‘색종이 편지’ 초임지에서 고단한 업무와 불규칙한 식사, 노후한 관사 생활 등으로 크고 작은 질병에 시달렸다. 급작스럽게 오게 된 현재 우리 학교에서도 어려움은 여전히 따랐다. 큰 학교임에도 내게 배정된 업무 부담이 크고, 무엇보다 여러 가지 이름의 회의가 많아 늘 책상맡에 일들은 산적했다. 그 속에서도 또 다른 일을 하기 위해 늘 가쁜 숨으로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이른 아침이면 더 힘찬 목소리로 아이들을 부르며 인사하고 싶었지만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깨질 듯한 상태로 교실 문을 열 때도 있었다. 이런 나인데도 나와 눈을 맞춘 민화는 살며시 가까이 다가와 두 손을 배꼽에 댄 채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며.. 더보기
우리들의 연애를 기다리며  담임 엄마의 말랑말랑 연애편지 12 우리들의 연애를 기다리며 이 여 진 너희들은 나의 미래야 사랑하는 12반.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세상에서 제일 착한 1학년 12반. 고마워. 너희들을 환대하며 한 해를 보내게 해 주어서. 너희들은 내 꿈이고, 나의 현재고, 나의 미래야. (음, 이제 한 1년 듣고 나니, 손가락이 오므라들다가도 그러려니 하고 다시 펴지지? ㅋㅋ) 가끔 “우리 선생님은 불공평해, 불합리해” 하고 느꼈던 적이 있었다면 미안해. 선생님이 아직 수련이 부족한 어린 교사라 그래. 그래도 애들아, 선생님은 참 열심히 너희들을 좋아하고 마음을 쓰고 그랬다. 이제 조금쯤은 알아줄 거지. ^___^ 학기 초 비빔밥, 김밥, 샌드위치… 가리지 않고 만들어 먹던 당신들의 먹성, 힘쓰는 경기에만 강한 1.. 더보기
전 찌질이가 될 거예요 ㅜㅜ  아줌마 쌤의 계속되는 교사도전기 14 전 찌질이가 될 거예요 ㅜㅜ 김 은 영 “전 찌질이가 될 거예요.” 사람들은 제게 물어요. “너 꿈은 대체 뭐냐?” 특히 엄마와 누나와 선생님은 말끝마다 이 말을 달고 사세요. 어제도 선생님은 제게 물었어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전 대답했죠. “그냥 찌질이로 살 거예요. 공부 안 할 거예요.” 저는 올해 열여섯 살입니다. 제가 제일 행복할 때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냉장고를 열어 혼자 마음껏 먹을 때입니다. 엄마는 제가 자꾸 살이 찐다고 걱정하시지만 먹는 시간이 제일 즐거운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우리 반에서 제가 제일 뚱뚱해서 조금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뚱뚱해서 그런지 별로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친구들과도 잘 지냅니다. 아이들.. 더보기
아디스아바바 (새로운 꽃) 교실 연가 1 아디스아바바 (새로운 꽃) 하 승 천 “어머! 선생님, 에티오피아 다녀오셨어요?” “어떻게 가게 됐나요? 거기는 살기 좀 어때요?” “한국 아이들 가르치신 거예요? 아님, 현지 아이들 가르치신 거예요?” 에티오피아에 다녀왔다고 하면 늘 받는 질문들입니다. 이번 호에는 어떻게 에티오피아를 가게 되었고, 그곳에 가기까지 하나님의 이끄심에 대해 소개할까 합니다. 새로운 길 저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외교통상부 산하 국제 협력 기구)에서 실시하는 국제 협력 요원 제도를 통하여서 군복무를 대신해 에티오피아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2007)에는 국제 원조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던 터라 저도 6학년 교과서에서나 들어 봤지 실제로 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름에 불과했던 정부 단체와 제도였습니다.. 더보기
작은 학교, 큰 이야기 #2  교실 연가 2 작은 학교, 큰 이야기 #2 한 충 희 내 여친이 되어 줘 작년, 현장 체험 학습을 가는 버스 안. 1학년 장난꾸러기 남자아이 도열이는 준비해 온 과자를 꺼내 들고선 큰 소리로 이야기한다. “이야, 이 과자 진짜 맛있다 !” 조용하던 버스 안은 도열이의 말 한마디에 아이들의 귀가 순간 쫑긋해진다. 평소에 친구들에게 심한 장난을 많이 치던 도열이지만, 주변에 앉은 1학년 여학생들이 도열이에게 애원의 눈빛을 보낸다. “도열아, 나 한 개만.” 아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도열이는 의기양양하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도열이가 과자를 한 개 집어 들더니 한 명 한 명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 여친이 되어 줘!” 여자 친구를 사귀고 싶은 도열이가 과자를 내걸고선 거래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 더보기
한 제자 품기  교육 실천 이야기 2 한 제자 품기 최 순 연 찰칵 ! 4월 18일 월요일 《좋은교사》 3월호 〈좋은 만남〉의 주인공 모희정, 이석환 선생님 집에 선생님들이 한 분 한 분 들어오시네요. 바로 GT(하나님의 교사들) 창원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잠깐 모임을 들여다볼까요? 먼저 정성껏 준비한 맛있는 카레라이스로 식사를 하고, 모임이 시작되네요. 축복의 찬양과 이어지는 정영찬 목사님의 은혜로운 말씀, 그리고 디모데 캠프 준비와 삶 나눔이 이어져요. 여기까지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지역 모임의 흐름. 그런데 마지막, 하나의 이벤트가 있군요. 가방에서 하나씩 꺼내시는 사진 한 장 ! 환하게 웃고 있는 선생님과 아이의 사진, 올해 1년 동안 선생님이 품고 함께할 아이와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을 보여 주며 그.. 더보기
교단시 : 스승의 날   교단시 스승의 날 윤 민 경 나는 오늘 속이 조금 거북스러웠다 가르치는 게 지겨워졌다 말하는 게 귀찮아졌다 1달 전만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하고 토를 달아 보지만 만사 핑계다 저 스스로 스승, 스승, 한다고 다 스승될까 스승, 스승, 중얼거리다 불쑥 트림이 나온다 아차 그래 트림아 고맙다 더 나와라 내 소맷부리에 달랑거리고 붙어 있는 값싼 가식의 구슬 남김없이 데리고 빠져 나가라 내 가슴 속에 멍울 진 절망의 뿌리 통째로 뽑아 데려 가라 내 허리춤에 가부좌한 권태의 뱃살도 데려 가라 하루고 이틀이고 문제없으니 다 데려가라 내 성대에 자리 잡은 저 이기적인 굳은살도 당장 뜯어 데려 가라 나는 주문을 외고 트림은 엉겁결에 자꾸 나오고 오늘따라 나는 내내 속이 거북스러웠다 나쁘지 않았다 (2010. 5월.. 더보기
학생시 : 나무는 엄마 학생시 나무는 엄마 5-8 민 선 익 나무는 엄마 4명의 아이를 낳지 봄은 벚꽂이라는 아기를 낳고 여름에는 해바라기라는 아기를 낳지 가을을 단풍잎이라는 아기를 낳고 겨울에는 회양목이라는 아기를 낳지 나무는 엄마 따뜻한 엄마지 더보기
권미진의 알사탕 6 : 가르침은 무술이다 권미진의 알사탕6 가르침은 무술이다 권 미 진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루에도 수십 번을 생각한다. 아이들은 절대 가르침을 받지 않으려 하는데 나 혼자 ‘들이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더욱 그러하다. 교사 양성 과정에서 배운 수많은 이론들은 도대체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인지 한탄하는 때가 많다. 그래서 학교에서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술적 기능을 많이 고안하게 된다. 가르침이 예술이 되면 좋겠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기술 내지는 무술이 되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봉술 쉬는 시간. 중학교 복도에는 방향도 없고 목적도 없이 헤매는 무리들이 즐비하다. 내가 지나갈 때 아이들은 겉옷을 깔고 종려나무를 흔들며 ‘호산나’를 외치지 않는다. 대신 ‘뭐요’, ‘어쩌라고요’의 눈빛을 .. 더보기
수나미의 쓰나미 제자 양육 3 : 나의 가룟 유다들 #3 수나미의 쓰나미 제자 양육 나의 가룟 유다들 #3 전 수 남 그래 너 잘났다 J의 자살 소동은 잘 마무리됐지만 B와의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B는 인천 연합 예배를 시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리더십이 있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B와 대화하다 보면 제 감정을 묘하게 자극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J의 자살 소동이 있던 그날도 B와 전화 통화를 한 뒤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기독 학생 모임을 두 개나 참여하면 공부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니 하나의 모임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저의 조언에, B는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그래 너 잘났다. 네가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 다음날 B를 만났습니다. “선생님, 저는 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