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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방학을 보내고 있는 선생님께   아줌마 쌤의 계속되는 교사도전기 16 방학을 보내고 있는 선생님께 담임 교사들의 레퍼토리는요 “작년 애들이랑 달라. 작년 애들은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어.” 몇 번을 불러다 이야기해도 달라지지 않는 아이. 오늘도 누군가 실랑이에 지쳐 푸념하듯 말을 던지지요. 우리의 레퍼토리는 늘 이런 식으로 시작돼요. “그러니까 말이야. 내 말이 그거라니까. 작년 애들은 최소한 말귀는 알아들었잖아. 공부 못하는 놈들도 도망가거나 뻗대지는 않았잖아.” “나름 귀엽기도 했지. 덩치는 산 같은 것들이 순진한 구석은 많아가지고.” “올해 아이들은 왜 이리 철이 없는지, 초딩도 아니고 사고 수준이 유딩이라니까.” 때마다 비슷비슷한 레퍼토리지만 처음 당하는 일처럼 한풀이가 줄을 잇는 법이지요. 사실 3년째 3학년 담임.. 더보기
작은 별 잔치  교육 실천 이야기 4 작은 별 잔치 조 혜 성 6월의 어느 화창한 놀토. 조용해야 할 초등학교 강당에 아이들과 선생님들 소리로 시끌시끌하네요. 무슨 일일까요? 강당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유치원생도 보이고, 고등학생들도 눈에 띄네요. 무슨 일일까요? 바로 이곳은 오산 원일초등학교 강당. 교사선교회 ‘작은 별 잔치’가 열리는 현장입니다. 지역 선생님들과 디모데(선생님들이 양육하는 아이) 80여 명이 이 잔치를 위해 모였습니다. 선생님들은 2주 전부터 작은 별 잔치를 위해 간식과 찬양, 레크리에이션 등 많은 일들을 기쁜 마음으로 기도하며 준비해 주셨습니다. 행사는 1부는 예배, 2부는 레크리에이션 및 교제의 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부 예배는 찬양 인도를 맡으신 한은혜 선생님께서 특별히 예쁜 두 딸을 .. 더보기
아침 독서로 여는, 더불어 꿈꾸는 교실  교실 연가 1 아침 독서로 여는, 더불어 꿈꾸는 교실 마침내 이루어진 소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소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는 것이다. 그렇지만 항상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내가 생각한 만큼 책을 많이 읽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내가 초등 교사가 된 후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이들과 함께 책 속에 푹 빠져 있을 때다. 매일 아침 15분 정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책을 가까이하고 즐길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2010년 겨울 방학 때 독서에 관한 정말 좋은 책 두 권을 만났다. 한 권은 여.. 더보기
작은 학교, 큰 이야기 #4  교실 연가 2 작은 학교, 큰 이야기 #4 감자가 입으로 저절로 들어왔어요 3교시가 시작할 무렵 내 책상에는 찐 감자가 두어 개 놓여 있었다. 이게 웬 감자인가 했더니, 수안이가 집에서 가져온 감자를 친구들과 나누어 먹고 남은 거를 나에게도 선물한 것이다. 남은 거라지만 나는 맛있게 잘 먹었다. 그런데 일말의 서운함이 있었는지, 오후에 아이들끼리의 싸움을 말리고 혼내면서 내친 김에 감자 이야기까지 꺼내 들었다. “참, 수안아. 맛있는 것이 있으면 어른들께 먼저 드린 다음에 너희들끼리 나누어 먹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무거운 분위기를 가르는 나의 한 마디에 수안이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대답한다. “저기… 그게… 선생님 먼저 드리려고 했는데요. 감자를 먹으려고 한 건 아닌데요…. 감자가 입으로 저절로.. 더보기
에티오피아 아이들의 여름 방학  교실 연가 3 에티오피아 아이들의 여름 방학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의 시작입니다. 무더위가 시작되면 자연스레 아이들은 방학을 떠올리겠죠? 개인적으로 여름 방학 하면 떠오르는 것은 시원한 계곡에서 물장난 치면서 온 몸을 까맣게 태워 부시맨 같다고 놀림을 받았던 모습입니다. 정말이지 다시 한번쯤 돌아가 보고 싶은 추억이에요. 우리 에티오피아 어린이들도 신나는 여름 방학이 있습니다. 그럼 이번 호에는 에티오피아 아이들이 보내는 여름 방학 현장 속으로 함께 가 보실까요? 야호~ 여름 방학이다 ! 전 세계를 막론하고 여름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는 아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일단 방학을 하면 학교를 안 나가도 되고, 호랑이 같은 선생님과의 잠시 이별, 그리고 오랜만에 외출!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에.. 더보기
전학은 나에게 교단시 전학은 나에게 윤 민 경 준이가 급히 전학을 갔다 아이가 남기고 간 일기, 학습지, 학급문고 여러 권 떨어진 비늘을 조심스레 주워 모아 차곡 차곡 쌓다가 지난 학기에 갔던 다연이의 글 공책과 작년에 갔던 서본이의 그림 재작년에 갔던 주영이의 상장, 내게 남은 그리움까지 함께 묶는다 나는 언제쯤 전학가요 소리에서 자유로울까 혁이가 오늘 저도 전학가요 한다 미국으로 유학 간다니 축하해야 되겠지 그 너른 터에서 마음껏 좀 뛰놀겠네 나는 그것이 더 부럽기만 하다 더보기
질그릇에 담긴 보화 질그릇에 담긴 보화2 질그릇에 담긴 보화 뫼 야 풍 더보기
먹여서 살리기  교단 일기 우수 먹여서 살리기 김 시 봉 (인덕원중학교) 삼겹살 오 인분 “일단 만나자. 네가 오기 힘들면 선생님이 거기로 갈게.” “….” “예지가 너 보고 싶대. 선생님도 그렇고. 예지랑 같이 만날까?” “….” “너 밥은 먹고 다니니? 제대로 못 먹지? 지금 제일 먹고 싶은 게 뭐야. 선생님이 사 줄게.” “… 저…. 고기요.” “뭐? 고기? 삼겹살 뭐 그런 거?” “…네.” 뜻밖의 대답이었지만, 그래도 참 반가운 소리였다. 3월. 신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며칠 만에 집을 나간 반달이와 어렵게 전화 연결이 되었지만, 수화기 저 편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저 ‘네, 네’ 귀찮아 하는 듯한 음성뿐이었다. ‘이거 내가 제대로 짚었구나.’ 반달이는 정말 배가 고팠던가 보다. 안양 1번가 그 복잡한 곳에서 .. 더보기
사람들이 무서운 말없음표 공주님#1  교단 일기 최우수 사람들이 무서운 말없음표 공주님#1 장 종 심 (모화초등학교) 말없음표 공주님 출석 점검을 하는데 오늘도 말없음표 공주님 차례에서 걸렸다.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계속 기다리다가 급한 마음에 슬며시 짜증이 났다. “나와서 좀 서 있어야겠다.”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버틴다. “어른이 나오라고 하면 얼른 나오는 것이 예의인데, 끝까지 고집을 부려야겠니?” 그제야 슬그머니 나오는데 눈에 가득 눈물을 머금고 있다가 끝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서 있다. “화장실 가서 얼굴 씻고 오렴.”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꼼짝도 안 하고 마냥 서 있는 아이를 모른 체하고 내버려둔 채로 출석 호명을 마치고 1교시 수업을 그대로 진행했다. 쉬는 시간에 다시 달래어 제자리로 돌려보내긴 했는데, 수업 시간 중.. 더보기
일기와 편지 사이에서  권미진의 알사탕 8 일기와 편지 사이에서 나의 글자, 나의 글 글을 쓰는 시간은 자신에게 최대한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 시간이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글에서 글쓴이의 향이 나는 것은 그런 까닭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글자가 있어서 사람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참 대단한 일이다. 손과 발이 있어서 손짓 발짓을 하는 것이 별것 아니지만 신기한 일이듯이, 숫자가 있어서 세계를 수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기이한 일이듯이. 글자가 달구어져서 삶기고 양념이 들어가 완성되는 글, 내 마음을 담아 놓은 그 음식을 바라보는 느낌은 참 신기하다. 내 마음은 글자의 덕을 많이 보았고, 나의 글은 내 마음을 참 잘 담아 주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가끔 사람들은 나에게 왜, 어떻게 해서 이런 저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