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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씨앗을 뿌리는 마음, 열매를 맺는 방법 씨앗을 뿌리는 마음, 열매를 맺는 방법 2011년은 감사함을 넘치게 고백할 수밖에 없는 한해였다. 한해를 온전히 학교에서 보낼 수 있음이 그러했고, 학교 안에서 겪었던 모든 일들이 감사요, 감사였다. 좋은교사운동과 예비 기독 교사 아카데미에 대해서는 진작 알고 있었음에도 선뜻 용기를 낼 수 없었던 이유는 어이없게도 간절함과 소망함이 커질 것이 염려되어서였다. 교사와 학교를 향한 마음은 커져만 가는데 기간제로 일하는 것조차 너무나도 힘든 현실 속에서 기독 교사로서의 소명에 대한 강의를 듣다 보면 아직 닿을 수 없는 곳에 대한 간절함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 주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젊은 날의 혈기만으로 교육 현실을 바라보고 이상을 꿈꾸는 들뜸보다는 현장에서 직.. 더보기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엿새 후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 형제 요한을 데리시고 따로 높은 산에 올라가셨더니, 그들 앞에서 변형되사 그 얼굴이 해 같이 빛나며 옷이 빛과 같이 희어졌더라. 그 때에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와 더불어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 보이거늘 베드로가 예수께 여쭈어 이르되 주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만일 주께서 원하시면 내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님을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리이다” - 마 17:1~4 여기에 초막을 짓겠습니다 어쩌면 베드로에게 있어서는 이 순간이 살아오면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자신들이 따르는 예수님이 바로 그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큰 체험의.. 더보기
이제는 교사가 나서야 할 때 이제는 교사가 나서야 할 때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는 모두가 행복하고 교육에 대해서 만큼은 걱정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는 지역과 환경에 상관없이, 부자든 가난하든, 모두가 질 높은 교육을 받고 학교에서 사회에서 보다 나은 꿈을 꾸면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특히, 2012년에는 교육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이 보다 질 높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그리고 풍부한 교육 혜택을 누리면서 살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럼, 교사인 우리가 그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있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HLF-4) 지난 2011년 11월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3일간 부산에서 세계개발원조총회가 열렸습니다. 각종 매스컴에서 보도한 것처럼 우리.. 더보기
행복아, 얼른얼른 쑥쑥 커야 해 작은 학교, 큰 이야기 9 행복아, 얼른얼른 쑥쑥 커야 해 빼빼로를 찾아낸 과학 수사 점심 식사 후에 교실에 갔더니 한 아이가 나에게 와서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빼빼로를 가방에 넣어 두었는데 없어졌다는 것이다. 나와 분교장님은 과학 수사를 모방하여, ‘증거 자료 1’이라고 적은 위생 봉투에 빼빼로와 과자 봉지를 담고, 과학실에서 시험관들과 현미경을 가져다 놓은 후 실험용 장갑을 끼고 제법 그럴듯하게 수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 놓으니, 마음속에 거리낌이 있는 누군가는 지레 겁을 먹은 모양이다. 민감한 사안인지라 매우 조심스럽게 조사를 진행했는데, 오래 가지 않아 결국 사건의 실마리가 모두 풀렸다. 물론 누군가가 수북이 쌓인 낙엽들 속에서 숨겨 두었던 빼빼로를 다시 찾아왔다. 그러나 사건을 해결한.. 더보기
겨울, 학교 그리고 두 마음 아줌마 쌤의 계속되는 교사도전기 21 겨울, 학교 그리고 두 마음 교사의 마음 고등학교를 시험 없이 진학하는 인천. 11월 중순이 되면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른다. 이때까지의 점수(교과, 출석, 행동 발달, 특별 활동, 봉사 활동을 모두 숫자화)를 모두 모아 석차를 매기면 특목고, 특성화고, 일반계고 갈 녀석들이 대략 정해진다. 때문에 기말이 끝나면 마음껏 누리리라의 무한 자유가 허용된다. 물론 이것은 그 녀석들의 우격다짐이다. 고등학교 들어가면 이젠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만 해야 하니까 마지막 3개월은 미친 듯 놀고 멋진 추억도 만들리라는 야심찬 계획이 무한 자유의 이유다. 그러나 알 교사는 다 안다. 이 녀석들의 고등학교 진학 후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사실 기말고사 전부터 분위기는 아수라장으.. 더보기
내 삶의 오아시스 담임 엄마의 말랑말랑 연애편지 18 내 삶의 오아시스 삶이 너무 무겁다 느껴질 때가 있어 월간 《좋은교사》에 보낼 원고를 정리하면서 작년 이맘때 12반 아이들에게 썼던 연애편지를 꺼내 다시 읽어 보았다.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들. 그때 그 느낌, 설렘, 서운함, 고마움, 다짐. 그런 것들로 문득 가슴이 짠하네. 그리고 이 글을 발견했다. 예전 편지에 실어 주었던 인디고 서원 아람 샘 글이 올해의 나에게는 겸허함을 생각하게 한다.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 참 두근거렸는데. 정말 멋있어서, 하나하나 팍팍 마음에 와 닿아서, 정말 아름답고 가치 있어서 ‘쿵쿵’ 소리가 들릴 만큼 가슴이 뛰었는데…. 오늘 나는 다시 이 글을 읽으며, 뭐랄까 참회를 하고 있다. 얘들아. 지금 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머뭇거림.. 더보기
시끌벅적 현장 학습 가던 날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천재들 2 시끌벅적 현장 학습 가던 날 사라진 모자 출근하여 교실에 들어서니 다들 현장 학습을 갈 기대에 부풀어 한껏 기분이 들떠 있는 분위기였다. 다행히 날도 화창하고, 녀석들은 각자 제 자리를 지키며 즐겁게 재잘거리고 있었다. 습관처럼 “얘들아, 좀 조용히 기다려 줘야지?”라고 주문하고는 오늘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부터 켰다. 그리고 주섬주섬 필요한 소지품을 챙겼는데. 호루라기, 장갑…. 어? 햇빛을 가려 줄 가장 중요한 모자가 보이질 않는다. 아차, 어제 인근 학교 행사에 갔다가 집으로 곧장 가는 바람에 집에다 두고 왔나 보다. 이제 모자 두 개를 모두 집에다 모셔 놨으니 어쩌지? 쩝, 할 수 없다. 즉석에서 조달하는 수밖에. 옆 반으로 모자를 꾸러 갔다. “선생님 취향은.. 더보기
이쁜 누나 사랑해요 작은 학교, 큰 이야기 #7 이쁜 누나 사랑해요 수안이 경찰서 간 날 지우개를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 반 수안이가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미 지우개가 많아 더 사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피아노 학원에 다녀온 후 어느 새 새로운 지우개가 필통 속에 있는 것을 수안이의 이모인 분교장님께서 발견하신 것이다. “이 지우개 어디서 났어?” 한참을 아무 말도 못 하던 수안이가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학원 앞에서 떨어져 있는 것을 주웠어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수안이의 변명이었지만, 그 시절을 이미 겪어 온 어른들은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몇 번의 추궁에도 수안이가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자, 결국 수안이의 어머니와 분교장님께서 수안이를 데리고 집 근처 파출소에 찾아갔다. “경찰 아저씨, 안녕.. 더보기
인간은 재밌어 인간은 재밌어 ‘관용’이라. 처용이 생각나는 것은 나의 직업병? 사람마다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생김새도, 마음도 다르다고 생각하면 조금쯤 세상살이에 너그러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순간순간 그 흥분되는 상황마다 나와 다른 생각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너그럽게 넘어가 주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인 듯하다. 아, 정말 고매한 인격을 갖고 싶다. 학교는 매해마다 새로 바뀐 무언가에 적응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인 듯하다. 해마다 선생님들이 바뀌고, 내 학생들이 바뀌고, 가르치는 내용이 달라지니까. 현실에 안주해서 살아가길 즐겨하던 내가, 교사가 된 이후로는 새로운 것을 즐기게 되었고, 새로운 수업 방법이나 새로운 학급 운영 방법에 탐닉(?).. 더보기
말, 말, 말! 아줌마 쌤의 계속되는 교사도전기 19 말, 말, 말! 말의 한계 “왜 하나님은 귀를 다르게 만드셨는지 몰라…. 똑같은 귀면 똑같이 알아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 얘기를 듣는 척하며 고개 숙여 투덜거리는 소리. 조곤조곤 감정을 다스려 가며 말하고 있는 나를 향해 던지는 딸의 말이다. 순간 입을 다물고 멍하니 쳐다보며 머리를 굴린다. ‘지금 내가 자기 얘기를 제대로 못 알아듣는다는 얘기인 거지. 이런, 이것이 십대들이 흔히 말하는 얘기가 안 통한다는 그 말? 참, 그래도 제대로 듣는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그래도 노력이란 걸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내가 국어 교사인데 못 알아듣는 엄마라는 거지? 이걸 그냥 성질대로 속사포로 말해 버려? 그래도 교양 있는 척, 지혜로운 척 일단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