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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행복아, 얼른얼른 쑥쑥 커야 해


작은 학교, 큰 이야기 9

행복아, 얼른얼른 쑥쑥 커야 해

 

 

 

빼빼로를 찾아낸 과학 수사

점심 식사 후에 교실에 갔더니 한 아이가 나에게 와서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빼빼로를 가방에 넣어 두었는데 없어졌다는 것이다.

나와 분교장님은 과학 수사를 모방하여, ‘증거 자료 1’이라고 적은 위생 봉투에 빼빼로와 과자 봉지를 담고, 과학실에서 시험관들과 현미경을 가져다 놓은 후 실험용 장갑을 끼고 제법 그럴듯하게 수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 놓으니, 마음속에 거리낌이 있는 누군가는 지레 겁을 먹은 모양이다. 민감한 사안인지라 매우 조심스럽게 조사를 진행했는데, 오래 가지 않아 결국 사건의 실마리가 모두 풀렸다. 물론 누군가가 수북이 쌓인 낙엽들 속에서 숨겨 두었던 빼빼로를 다시 찾아왔다.

그러나 사건을 해결한 개운함보다는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에 마음이 더 아팠다. 누구보다 순수하고 착한 아이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잘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깊은 반성과 함께 다시는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사건이 일단락되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다른 사람이 소유한 것에 대한 욕심보다는 자신의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기도해야겠다.

 

단풍잎 내가 따 줄게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교문 밖 시골길을 산책하고 돌아왔다. 우리 반 아이들 중 다윗은 발목이 다쳐 깁스를 하고 있었는데 “이지민에게 이런 꼴을 보여 주기 싫은데…” 혼잣말을 하며, 교실에 남아 있겠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알록달록 물든 은행잎과 단풍잎을 간직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는데, 청소 시간에 그만 채연이의 단풍잎이 찢어지고 말았다. 단풍잎을 집에 잘 가져가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고 싶었던 채연이는 울기 시작했고, 옆자리에 앉은 다윗은 남자답게 채연이의 어깨를 다독여 주며 이야기했다.

“채연아, 내가 학교 끝나고 단풍잎 다시 따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울지 마.”

다윗은 다쳐서 깁스를 하고 있는 오른쪽 발목이 신경이 쓰였는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빨간 단풍잎 채연이 따 줘야 하는데 이 발로 어떻게 가지? 그래도 이따 자전거 타고 꼭 단풍잎 따 줘야지!”

자전거를 타고 힘겹게 시골길을 달리는 다윗의 모습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돼지 저금통 행복이

바른 생활 수업에 통일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같은 말을 쓰고 있는 한민족이면서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북한 사람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나 보다. 나와 아이들은 부족함 없이 사는 우리들의 모든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고, 우리보다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생각해 보았다.

“다른 나라에는 아직도 먹을 것이 없어서 굶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선생님, 우리가 용돈을 모아서 그곳에 보내 줘요.”

말로만 듣고 배우던 배려와 나눔을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 나는 내 방에 있는 돼지 저금통을 교실로 당장 가져왔다. 돼지 저금통의 이름은 행복이로 정했다.

“자, 우리 반에 귀여운 돼지가 한 마리 생겼네. 이 행복이에게 우리가 조금씩 밥을 나누어 주자. 행복이가 배가 부르면 우리보다 어렵게 사는 나라에 보내 줄 거야. 그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가 모은 돈으로 밥을 굶지 않고 먹을 것을 사 먹을 수 있게 될 거야!”

아이들은 자신들의 작은 정성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기뻐했고, 지금도 행복이는 우리 반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북한과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난 후, 가까이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웃 나라 일본이 최근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이야기해 주자 반장인 하나가 눈물을 글썽이며 이야기한다.

“선생님 일본에 지진이 일어나서 사람들이 많이 죽고 다쳤어요. 일본 사람들이 불쌍해요. 우리가 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야 해요!”

그리고 두 손을 모으고 두 눈을 꼭 감고 간절한 모습으로 기도한다.

“여호와께서는 자기에게 간구하는 모든 자 곧 진실하게 간구하는 모든 자에게 가까이 하시는도다”는 말씀처럼 하나님께서 아이의 기도를 기쁘게 들으시고 응답해 주실 거라 믿는다. 우리가 넘치는 풍요로움 속에 살수록 우리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더욱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의 양식과 육의 양식에 갈급해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누리고 있는 귀한 보물들을 함께 나누는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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