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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위한 기도

다시 부르심 앞에서 (2010년 2월)

다시 부르심 앞에서

 

하나님, 1년 동안 씨름했던 아이들을 한 학년씩 올려 보내고 텅 빈 교실에서 홀로 당신의 면전에 섰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아이들과 있었던 모든 기쁨과 아픔을 추억 가운데 남기고, 지난 1년 교육 활동에 대해 아이들이나 학부모, 동료, 관리자들로부터 받았던 모든 평가들을 뒤로하고, 오직 나를 교사로 불러 이 학교 이 아이들 앞에 서게 했던 하나님의 그 부르심 앞에 벌거벗은 모습으로 나아갑니다.


하나님, 먼저 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지난 1년간의 허물과 죄악의 짐들을 벗겨 주십시오. 때로 잘 몰라서, 때로 너무 지치고 감당하기 벅차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고 방치했습니다. 사실은 더 사랑해 달라는 외침임을, 조금만 더 인내하면서 잃어버렸던 어른들에 대한 신뢰를 극복하고자 시험하는 행동임을 그때는 잘 몰라서 매몰차게 대함으로 그들의 호소에 응답하지 못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불신의 벽을 더 두텁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하나님의 일하심에는 후회함이 없음을 믿습니다. 비록 지난 1년 나타난 모습만을 볼 때 ‘잘못된 만남’이라고 칭할 수밖에 없지만, 하나님은 제가 알지 못하는 비밀한 뜻 가운데서 저와 그 아이들을 만나게 하셨고, 그 아이들과 저 사이에 서로를 아프게 했던 수많은 충돌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함께 계셨고 주인이셨음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저와 아이들 사이에 인간적 허물과 죄악된 본성으로 인해 서로를 아프게 했던 그 충돌마저도 주의 손에 온전히 의탁될 때 주께서 서로의 성장을 위한 소중한 도구로 만들어 가실 것을 믿습니다. 이 믿음으로 온전케 나아가오니 하나님, 나에게 지난 1년의 아픔으로부터 자유함을 허락하옵시고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아이들 앞에서 새 마음을 허락하옵소서.


동일하게 하나님, 지난 한 해 제게 있었던 교육적 성취와 주변의 칭찬과 제 속의 자부심을 주의 은혜 앞에 내려놓기를 원합니다. 혹 제가 주께서 은혜로 주셨던 것을 나의 능력과 성취로 착각하지 않게 하시고 주님이 마땅히 받아야 할 영광의 자리를 내가 취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하옵소서.

그러므로 하나님, 저로 지난해의 실패의 그 무거운 짐으로부터의 자유함을 허락하시되, 동시에 지난해 얻었던 성취와 자부심도 벗고 오직 주의 자비하심을 구하는 자리로 나아가게 하옵소서. 지난해 내게 있었던 작은 교육적 성취들이 오직 주의 은혜에 근거했듯이 새 학기 새 아이들과의 교육적 만남 역시 주의 은혜가 아니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음을 철저하게 고백하며 새 은혜를 간절히 소망할 수 있는 겸손한 마음을 허락하소서.


새 학기 새 아이들을 향한 이 교육의 행진에 앞서 하나님 저를 다시 불러 주십시오. 제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저를 찾아오셔서 ‘내가 너의 주인이다’, ‘내가 너를 불렀다’, ‘내가 너와 함께하겠다’라고 말씀하셨던 하나님, 이제도 저를 다시 불러 주십시오. 이전에 저를 교사로 부르셨던 그 부르심에 근거해서는 갑절로 악해지고 갑절로 힘겨워지는 이 교육의 현실과 이 아이들을 감당할 수 없으니 오! 하나님, 당신의 그 음성을 다시 들려주십시오.

하나님, 제가 얍복강 가에 선 야곱처럼 오직 당신 앞에 섰습니다. 그 동안 저를 짓누르던 모든 무거운 짐도 내려놓고, 새 학기 어떤 아이들, 어떤 일을 만날지 모르는 이 모든 두려움도 내려놓고, 내가 의지하기 원하는 모든 경험과 관계들도 다 내려놓고 오직 한 가지만 소원하며 당신과 씨름합니다. 오직 ‘내가 너와 함께 가겠다’는 이 한 말씀을 해 주십시오. ‘내가 너를 축복하겠다’는 이 한 약속을 들려주십시오. 제가 하나님의 이 한 말씀 한 약속만 붙들고 새 학기에도 믿음의 선한 싸움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