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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위한 기도

우리가 서 있는 이 곳, 이 자리에서


하나님,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굽어 살피소서. 지난 해부터 밀려오기 시작한 경제위기의 한파로 인해 가난하고 약한 이웃부터 기초적인 생활고를 호소하고, 이 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 종합부동산세 폐지로 대표되는 각종 부자들에 대한 감세와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 철폐 등 양극화를 부추기는 정책으로 인해 가난한 자들에 대한 복지가 축소되고 빈부격차가 도무지 넘을 수 없는 벽으로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 가운데서 희망을 발견할 수 없는 백성들의 신음소리는 깊어만 가고 남북 관계의 악화로 인한 분쟁의 위험은 우리를 위태롭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거저 걱정만 할 뿐 우리의 직장이 안정된 신분임을 위로하는 자리에만 머물러 있었음을 용서하소서. 나의 진정한 관심이 가난한 이웃이나 이 땅의 신음하는 백성들에게 있지 않고, 내가 살고 있는 집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까 내가 받은 대출 이율이 오르지 않을까 내 연금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부분에 더 머물러 있었음을 회개합니다.


하나님, 지난 해와 올해 초 실시되었던 일제고사 관련 교사 해임과 성적 공개 및 조작 파문은 교육당국이 학교 현장과 아이들에 대한 섬세한 애정 없이 단기간에 눈에 드러나는 성과에 집착을 하는지, 교사들의 권위에 대해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는지, 승진과 인사를 매개로 학교와 교사를 휘두르려고 하는 행태가 얼마나 우리 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는지 그대로 다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어찌 이 뿐입니까? 정부는 그렇지 않아도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더 극심한 경쟁으로 내몰고, 더 어린 나이부터 입시 경쟁에 뛰어들게 만드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우리의 무능을 용서하소서. 우리가 부름받고 우리가 속한 교육과 학교 가운데서 일어나는 이 모든 불의한 일에 대해서 때로 분노하고 항의를 하지만, 우리의 소리는 허공을 칠 뿐 이 교육을 지배하는 권력을 이길 수가 없으며, 이들의 잘못된 정책들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막아낼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 우리가 무균질 진공의 상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고, 이 불의한 사회 현실과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치닫는 교육 구조 하에서 기독 교사로 서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하나님, 내가 이 땅의 사회 경제적 모순을 막아낼 수가 없고, 잘못된 교육정책을 고쳐낼 힘이 없긴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다고 힘없이 무릎 꿇고 순응만 하는 교사가 되지 않게 하소서. 주께서 내게 힘과 용기를 주시사, 내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이 땅의 모순된 현실과 교육적 환경을 내 등으로 밀어붙이면서, 최소한 내가 가르치는 이 아이들을 보호하며, 내가 믿는 교육의 본질을 지켜내며, 온 몸으로 모든 삶으로 하나님께 울부짖는 자의 삶을 살 수 있게 하소서. 

그렇지만 하나님 나는 두렵습니다. 혹 내가 이 땅의 모순과 잘못된 교육 구조 가운데서 나도 작은 권력이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나도 모르게 잘못된 기존 관행이 몸에 익어 나보다 더 후배된 자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누르는 자가 되고, 내 기득권을 주장하려는 자가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어느덧 아이들이 교육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나의 편리함 중심으로 판단을 하는 자리에 서 있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이 땅의 교육과 아이들을 위해 눈물 흘리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갖지 못하고 그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메마른 한 사람의 교육공무원의 관료적 마인드를 체질화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오늘도 나를 쳐 복종시킵니다. 힘들지만 날마다 기도 시간을 확보해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기를 원하며,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해 아이들을 깊이 이해하고 학부모와 소통하기를 원합니다.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며 부모의 마음으로 그들을 돕기 위해 애쓰게 하소서. 입시 교육의 한계 내에서 내가 가르치는 교과의 본질을 붙들고 연구하며 아이들을 진리의 세계로 이끌어가기를 힘쓰게 하소서. 모든 아이들 속에 있는 아픔을 공감하고, 각자에게 주어진 은사를 발견하고 성장 가능성을 열어주며, 나아가 그 영혼이 주님을 만나도록 이끌어 주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