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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수업, 교사를 뛰어넘다


수업, 교사를 뛰어넘다

『수업, 비평을 만나다』, 이혁규 외, 우리교육

『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 이혁규, 우리교육

 

  수업은 교사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수업이고 가장 잘해야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수업만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신앙을 이야기하고 믿음에서 약한 부분을 나누며 기도 부탁하는 모습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수업을 공개하고 수업에서 약점을 고치는 일은 용기를 내서 해야 하는 특별한 일로 여깁니다. 수업은 교사에게 최대 강점이면서 동시에 약점입니다.

2011년 6월 중앙일보에 ‘클릭 선생님’이란 기사가 났습니다. 초등 교사의 90%가 특정 업체의 수업 콘텐츠를 이용해서 수업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모든 학년, 과목을 차시에 따라 수업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수업 자료 사이트입니다. 동기 유발 자료부터 관련 동영상, 교과서 내용 관련 기사나 자료, 학습 정리, 심지어 교과서 정답까지 클릭만 하면 보여 줍니다. 클릭하는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수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반장이 ‘클릭’하며 수업을 대신하기도 한답니다.

우리나라 초등 교사 90%의 전문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수업 준비 거의 하지 않고 클릭과 호통으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교사 평가, 성과급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면서 가장 중요한 수업 시간에는 클릭만 하고 있다면 교사의 정체성이 어디에 있을까요? 게다가 대기업에서 만든 내용으로 공부하는 우리나라 초등학생 90%는 은연중에 같은 가치관을 주입받습니다. 교과서를 그대로 가르쳐도 문제인데 이제는 한 업체가 만든 자료에 생각이 붙들립니다.

 

‘행복한수업만들기’는 수업으로 세계관을 바꿀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수업을 바꾸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클릭은 당연히 뛰어넘어야 하고, 교과서도 뛰어넘어 재구성을 말합니다. 하지만 재구성은 좋은교사의 전매특허가 아닙니다. 우리보다 앞서서 수준 높은 재구성으로 의미 있는 가르침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업, 비평을 만나다》와 《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는 재구성한 수업 사례를 소개하고 비평한 책입니다. 《수업, 비평을 만나다》는 영어, 음악, 미술, 체육을 포함한 초․중등 수업 13개를 소개합니다. ‘우리교육’을 통해 수업 공개를 원하는 선생님을 찾아 2~4차시 정도의 수업을 보고 비평한 내용입니다. 각 과목의 전문가를 따로 모셔서 비평했으며 이혁규 교수는 사회과를 맡았습니다. 《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는 이혁규 교수가 사회과 수업만을 소개하고 비평하고 있습니다.

두 책에서 소개한 수업은 기독교 세계관을 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학습이 일어나도록 돕는 좋은 수업이 들어 있습니다. 좋은교사에서 동역하는 선생님 수업도 보입니다. 두 책의 공통점을 찾아보았습니다.

 

1. 모두 수업을 재구성했다.

두 책에 나오는 수업은 모두 재구성을 거쳤습니다. 교과서를 그대로 전하는 수업은 하나도 없습니다. 수업한 교사들 모두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내용이나 순서만으로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고 말합니다. 교과서 개발을 시작하고 1년도 되지 않아 완성되어 나오는 교과서의 결점과 답답함은 다 아실 겁니다. 당연히 재구성을 해야 합니다. 두 책에 소개되는 수업은 대부분 수업의 목표(또는 교육 과정이 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한 교사 자신의 응답)만 남기고 재구성했습니다.

가장 마음에 남는 수업은 《수업, 비평을 만나다》에 나오는 ‘게임을 통해 배우는 세계 무역’입니다. 교환 수업으로 한국에 온 캐나다 예비 교사의 수업입니다. 교과서는 아예 꺼내지도 않습니다. 종이 몇 장, 자, 칼 따위의 간단한 재료로 세계 무역의 불공정성을 드러냅니다. 이 수업 하나만으로도 책을 사 볼 가치가 있습니다. 설명을 통해 세계 무역 상황을 잘 이해하고 지식으로 간직하는 수업이 아닙니다. 아프리카가 가난한 이유를 찾는 수준을 넘어 그들이 느끼는 무력감, 분노, 슬픔을 직접 느낍니다. 수업이 이러해야 한다는 다짐을 주는 재구성이 잘된 수업입니다.

 

2. 교사가 잘 아는 내용일수록 수업을 잘한다.

수업을 공개하고 비평을 받을 용기를 낸 교사가 없었다면 한 권도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활자화되어 공개되는 수업에 교실 문을 열 마음을 먹은 교사는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에 등장하는 선생님과는 다른 마음일 겁니다.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수업에 자신이 없는 선생님이 수업 비평에 참가하긴 어렵습니다. 수업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고 비평을 받아들일 만한 식견을 가진 선생님이 수업을 공개했겠지요. 그러면 자연히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수업을 보여 줄 겁니다. 교사가 잘 아는 내용이라서 그런지 대부분의 수업이 본으로 삼을 만합니다.

《수업, 비평을 만나다》에서 이혁규 교수는 사회과에 대한 비평을 맡습니다. 《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는 모두 사회과 수업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혁규 교수가 사회과를 맡은 건 자신이 사회과에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음악과 미술 수업을 비평하라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할지 잘 모를 겁니다. 수업을 하건, 수업을 비평하건 알지 못하면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교사가 잘 아는 내용일수록 수업을 잘하게 되고 비평도 잘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수업을 잘하려면 내용을 잘 알아야겠지요. 기본입니다. 가르칠 내용에 대한 이해의 깊이에 수업 과정을 구성하고 이끌어 가는 능력이 수업의 질을 결정합니다. 저 역시 수업 공개를 해야 한다면 독서와 글쓰기를 택할 겁니다.

 

3. 교사 중심, 학생 중심, 협동 학습… 앞에 ‘(좋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어떤 수업이 좋은 수업으로 평가를 받을까요? 교사 중심보다는 학생 중심 수업이 나을까요? 협동 학습이면 모두 좋은 수업일까요? 질문할 필요도 없습니다. 수업을 훌륭하게 만드는 요인을 하나로 꼽을 수는 없습니다. 교사 중심이냐 학생 중심이냐, 협동 학습을 하느냐 일제 수업을 하느냐가 수업의 질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두 책에서 소개하는 수업 비평은 ‘좋은’ 교사 중심 수업, ‘좋은’ 학생 중심 수업, ‘좋은’ 협동 학습 수업을 말합니다.

기독 교사라고 다 ‘좋은’ 교사는 아니지요. 우리가 ‘좋은’ 기독 교사가 되기 위해 《좋은교사》를 통해 피드백 받는 것처럼 자체로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두 책은 교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방법이 중립적이냐? 방법에도 가치가 개입되지 않느냐’는 주장을 두 책에 적용해야 하는지는 제 판단 능력으로는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모임에서 이야기할 만한 논제입니다. 모든 방법을 중립 지대에 놓고 잘 골라 쓰자는 건 아닙니다. 책의 초점은 교사가 어떤 의도와 마음가짐으로 수업을 준비하느냐(이 문장을 쓰면서 ‘준비’라는 말 대신 ‘구성’이라는 말을 넣으면 딱 구성주의라는 생각이 팍 듭니다. )에 따라 달라진다는 겁니다.

 

각자 자기 일을 돌아볼뿐더러 다른 사람 일도 돌아보아 (빌 2:4)

빌립보서 2장 5절은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고 합니다. 여기서 마음은 ‘프루네오’라는 말로 ‘훈련을 하다’, ‘흥미를 가지다’, ‘애정을 두다’, ‘주목하다’, ‘생각하다’는 뜻입니다. 따뜻하고 포근한 마음을 일으키라는 뜻보다는 생각을 품으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교사인 우리는 따뜻하고 포근한 유대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동시에 수업에서는 애정을 두고 주목하며 생각하여 훈련을 해야 합니다. ‘프루네오’를 품은 교사로서, 자기 수업을 돌아보며 다른 사람 수업을 통해서 배우며 자라야겠습니다. 두 책이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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