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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2. 기고 1 : 2014 대입 환경 변화, 우려와 전망


특집2.
기고 1

2014 대입 환경 변화, 우려전망

안 상 진

 

최근 몇 년 사이 교육 과학 기술부(이하 교과부)는 많은 교육의 변화들을 시도하고 있다. 그 변화들 중 고등학교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2009 개정 교육 과정, 고등학교 평가 제도의 개선, 2014년 대학 수학 능력 시험 제도 개선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변화 모두가 2014년 완성과 적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글에서는 각각의 변화에 대해 교과부의 의도와 추진 방향을 분석해 보고, 2014년 이 정책들이 교육 현장에 적용되었을 때 고등학교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을지 미리 예측해 보고자 한다.


2009 개정 교육 과정

2009 개정 교육 과정은 2011년 고등학교 1학년 적용을 시작하여 2013년에 3학년이 적용되면 완성이 된다. 그 내용을 보면 학기당 이수 과목 축소(8과목 이내)를 통한 학습의 효율성 제고, 창의적 체험 활동 도입을 통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인성 교육 추구(고등학교의 경우 재량•특별 활동을 통해 주당 평균 4시간 확보), 고교 교과 재구조화를 통한 학생의 핵심 역량 강화(고교 전 과정 선택 교육 과정으로 확대 및 학교의 과목 편성권 확대), 교육 과정 자율화를 통한 학교의 다양화 유도(교과목별 20% 이내 자율 증감 허용, 교과군, 학년군 도입으로 자율권 확대, 학교 교육 과정 특성화, 지역별 거점 학교 운영을 통한 소수 선택 과목 학습 기회 보장)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교과부의 취지와는 달리 2009 개정 교육 과정을 적용하면서 일선 교육 현장은 많은 혼란을 겪고 있고 더 많은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다.

첫째, 교육 과정에서 학생의 선택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오히려 국영수 편중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현재 주요 대학들의 대입 전형을 보면 국어, 영어,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학생부나 수능 구별 없이 모두 높다. 그리고 2014년 수능 개편안에서도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였고 각 대학들의 반영률에서도 탐구 과목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교에 교육 과정 자율성의 비율을 높여 준다면 학교는 더욱 국영수 중심의 교육 과정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국영수 중심의 교육 과정으로 인한 탐구영역의 축소 이외에도 총 이수 단위의 축소(210단위에서 204단위로), 창의적 체험 활동의 강화와 같은 요인은 학생 선택의 폭을 좁혀 오히려 더 경직되고 획일화된 교육 과정을 운영하게 한다. 선택 교과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교원 수급 등 제반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 단위 학교의 문화와 여건을 고려할 때 학기 당 최대 8과목 이내의 이수 과목 수 제한, 집중 이수제 실시 등은 오히려 경직된 교육 과정 운영으로 귀결되면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둘째, 고교 수준, 학생 수준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규 교과에서 다양한 교육 과정 편성이 어려워지면서, 일선 고교는 기존의 수준별 수업과 방과 후 수업 등을 통해 상위권 학생을 중심으로 심화 과정 개설을 도입하거나 지원하는 방향으로 다양성 확대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학생 수준에 따른 양극화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경향은 고교 선택제에 따른 상위권 대학 입시 결과의 중요성 증대, 입학 사정관제를 통한 심화 과정 및 대학 과목 선 이수제(UP) 등 차별화된 고교 교육 과정 이수 결과의 우대 가능성 확대, 수능에서 차지하는 국영수(특히 수학) 비중의 증가 등과 맞물리면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위권 학생을 위한 이와 같은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특목고의 강세로 이어지면서 학교 수준의 양극화 현상 역시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학생의 학습 부담을 증가시키고 관련 사교육비 부담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셋째, 창의적 체험 활동의 부실한 운영과 학생의 부담 증가 현상이다. 올 해 대학 입시 전형에서도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수시 전형(입학 사정관제 포함)의 비율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나 교과부의 공언처럼 이런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학생들은 비교과 영역의 다양한 경험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이를 개인과 외부 사교육 시장에 맡기지 않으려는 교과부의 방안으로 교육 과정에서 창의적 체험 활동이 도입되고 이를 종합 지원하는 시스템인 에듀팟이 설계되었다. 이를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으나 문제는 일선의 학교들이 이 급격한 변화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경험도 없어 이 시간들이 시수를 조절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대했던 비교과 영역의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려면 학교 현장에서는 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대다수 학교 현장은 이런 프로그램이 부족하거나 프로그램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기존에도 재량 활동 시간을 시수가 남는 교사가 맡으면서 자습 시간으로 운영된 사례가 많았는데, 창의적 체험 활동 역시 이러한 전철을 반복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그 부분을 메우기 위해 외부 활동을 이용하고 에듀팟을 통해 담임 교사의 승인을 요청한다면 담임 교사의 입장에서는 거절할 수가 없다. 그러면 학생들의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내신 평가 제도의 개선 및 절대 평가의 도입

내신 평가 제도 개선과 관련해 정부는 서술형 평가의 비중 확대 및 질 제고(2013년까지 40%로 확대), 수업과 연계한 수행 평가 내실화, 석차 9등급 상대 평가를 절대 평가(ABCDEF 6단계 성취 평가)로 변환(성적 부풀리기 방지를 위해 석차ㆍ재적수 및 원점수ㆍ평균ㆍ표준 편차는 현행대로 기재), 교과목 재이수제 도입, 교과 교실제와 진로 진학 상담 교사 도입을 통한 학생 맞춤형 교육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현행의 일제식 9등급 상대 평가 제도는 적성과 진로(전공) 탐색을 위한 학생 선택(진로 집중형) 교육 과정의 실현, 학생의 능력을 고려한 기초 및 심화 교육 과정(영어, 수학 등)의 도입, 교수-학습 방법 및 평가의 다양화 확대 등을 가로막는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하는 비교육적 제도이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한 제도다. 그러나 그 시행에 있어서 우려되는 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첫째, 대입 전형에서 내신 비중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 9단계 상대 평가 제도가 비교육적임에도 이 제도가 유지된 것은 대학 입시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가장 중시했기 때문이다. 내신 평가 제도가 6단계의 절대 평가 제도로 전환되면 대학들은 변별력을 근거로 내신 반영 비율을 낮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는 반영 비율은 유지하되 실질 반영률을 낮추는 방법으로 내신의 영향력을 낮출 수도 있다. 

둘째, 대학 수학 능력 시험 또는 대학별 교사 비중이 강화될 우려가 있다. 대학 입시 제도에서 내신 영향력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다른 요소의 영향력 증가로 연결된다. 특히 중상위권 대학은 논술이나 본고사와 같은 대학별 고사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고 중하위권 대학은 수능의 반영을 높이려 할 것이다. 이는 고등학교 공교육의 정상화를 통하여 사교육 없이 학교 교육만으로 대학 진학이 이루어지도록 추구하는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다.

셋째, 특수 목적 고등학교(이하 특목고) 우대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현재 많은 대학들이 입학 사정관제로 대표되는 수시 전형에서 특목고를 직간접적으로 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학생과 학부모들이 특목고 대신 일반고를 선택하는 이유가 내신 제도의 불리함이었다. 그런데 상대 평가 제도가 절대 평가 제도로 전환된다면 특목고의 대다수 학생들이 높은 성적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를 대학들이 인정하여 내신 제도의 불리함을 상쇄할 수 있다. 대학들은 특목고에 대한 선호 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넷째, 교사의 부담이 지나치게 강화될 우려가 있다. 교수 활동이 교사의 본분임에 분명하지만 지금 교사는 각종 행정 업무에 많은 부담을 갖고 있다. 절대 평가로의 전환은 단지 시험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수업의 개선과 평가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의 행정 업무를 경감시켜서 교사가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외적 환경의 변화없이 평가 제도를 개선한다면 근본적인 변화없이 단지 평가의 형태만 바꾸게 될 수 있다.


대학 수학 능력 시험 제도 개선

2014학년도 수능 시험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수준별 수능 시험 도입이다. 그동안 수학을 제외하고 국어와 영어는 모든 수험생에게 동일한 수준의 수능이 제공되었고 이로 인해 일부 수험생은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어와 영어 과목도 수학과 같이 두 가지 수준, A형과 B형 시험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둘째, 사회 및 과학 탐구 과목 축소다. 사회 및 과학 탐구는 2009 개정 교육 과정에서 변경된 과목을 수능 시험 과목에 반영하였으며 시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대 선택 과목 수를 3과목에서 2과목으로 축소하였다.

수능을 쉽게 내고 시험 부담을 줄이겠다는 교과부의 목표는 그 방향에서 옳다고 본다. 문제는 그 실현 가능성이다. 우선 대입에서 수능의 비중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교과부는 입학 사정관제로 대표될 수 있는 수시 비율을 앞으로도 계속 높여서 2014년 수능 개편안이 실시될 때에는 정시의 비율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 공언하고 그에 따라 수능의 비율도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절대 평가로 대입 내신 평가 제도가 변화되고 변별력과 객관성에 의문이 생기고 입학 사정관제가 환경적으로 급격히 늘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시의 비율이 계속 증가하리라 예상하기는 어렵다.

이미 올해 입시에서부터 정시 모집에서 수능의 영향력은 꾸준히 강화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이 수능 반영 비율을 높였으며 올해 고려대와 연세대도 정시 모집의 수능 우선 선발 인원을 70%까지 늘렸다. 수능의 영향력은 정시뿐 아니라 수시에서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상위권 대학에서 수시 모집의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상위권 대학의 경우 의학 계열 모집 단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수능 4개 영역 가운데 2개 영역 2등급 이내’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주요 대학 인문 계열 모집 단위를 살펴보면 ‘수능 4개 영역 가운데 3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를 요구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이렇듯 수능의 영향력이 줄지 않는다면 수능 시험이 학생의 과목 선택과 학교의 수업과 평가 방식을 실질적으로 규정하는 현재의 상황을 개선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둘째, 국영수 중심의 수능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대학 입학 전형이 모집 단위와 상관없이 국영수 중심으로 선발되는 현재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영수 중심의 수능 준비 부담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특히 수리 영역은 2007년 개정 교육 과정에 따라 출제 범위가 변경되면서 그 난이도와 중요성이 더욱 커지리라 예상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학교와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는 2009 개정 교육 과정의 취지를 반영하거나, 학습 부담 및 사교육 부담을 완화한다는 정책 목표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안상진

해성여자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좋은교사운동 정책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orlif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