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필로 그리는 천국

월간 《좋은교사》 공식 블로그

연재 종료 333

플라톤과 함께, 고전공부의 길을 찾아서(2016.8)

정병오 칼럼 플라톤과 함께, 고전공부의 길을 찾아서 누구나 자기만의 ‘로망’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지금당장 이루는 건 불가능하지만 최소한의 여건만 갖추어진다면 꼭 한 번 해 보고 싶은 꿈같은 것 말이다. 로망은 현실에 대한 불만이 클수록 더 커지게 마련이다. 교과서를 넘어, 고전을 활용하기교사로 살아오는 동안 교과서라는 존재가 늘 답답했다. 원론적으로 교과서는 수많은 교육 자료 중 하나에 불과한데, 실제 교실 수업에서 마치 성경처럼 사용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가급적 교과서 활용을 최소화하려고 애를 썼다. 교과서에 나오는 주제를 가르치되 그 주제와 관련하여 아이들의 삶과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양한 자료나 사례를 활용하려 했고, 꼭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교과서에 있는 주제를 빼기도 ..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2016.7)

정병오 칼럼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어떤 잡지든 표지를 보면 잡지의 ‘제호’가 있고, ‘제호’를 꾸며주는 간단한 문구가 나온다. 예를 들어 월간 에는 “내가 만드는 행복, 함께 나누는 기쁨”이라는 말이, 월간 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밝고 따뜻한 이야기”라는 말이 제호 바로 위나 옆에 붙어있다. 그러니까 이 꾸미는 말은 잡지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물론 이 문구는 잡지의 생명과 함께 지속되기도 하지만 잡지의 편집 방향이나 추구하는 철학이 변하면 함께 변하기도 한다. 단 한 호만에 사라진 구호그렇다면 월간 의 제호 옆에는 어떤 말이 붙어있을까? 당장 표지를 들춰보면 알 수 있겠지만, “교육을 새롭게 하는 힘”이다. 거의 10년 이상 잡지와 함께 한 말이다. 처음부터 이 말이 사..

걸어서 바다까지(2016.6)

정병오 칼럼걸어서 바다까지 작년부터 오디세이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학교의 한 그룹인 ‘오디세이 하자’ 학생들과 교사들이 지난 4월 말, 9박 10일 동안 도보 여행을 다녀왔다. “걸어서 바다까지”라는 구호 아래 영등포에서 출발하여 강원도 낙산 바다까지 하루 평균 30km 이상을 걷는 일정이었다. 저녁을 먹고 몸을 씻은 후에는 하루 일정에 대한 소감을 나누었다. 여행 중에 발생했던 많은 문제에 대해 이유를 묻고 의견을 교환하며 해결책을 찾는 회의도 가졌다. 이 시간은 짧게는 2시간, 길게는 3~4시간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나는 다른 일정 때문에 하반기 4박 5일간만 동행했다. 여행을 통한 변화여행 전, 우리가 여행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서로 지켜야 할 약속은 무엇인지 교육했고 회의도..

몸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2016.5)

정병오 칼럼 몸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작년 말부터 오십견이 왔는지 왼쪽 어깨와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게으름 때문도 있고 웬만해서는 병원을 찾지 않고 스스로 병을 이겨보자는 고집이 있어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면서 낫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낮에는 괜찮다가도 밤이 오면 팔이 아프기 시작하고, 통증 때문에 새벽에 잠을 깨는 날이 반복되었다. 지금은 내 고집이 쓸데없다는 것을 깨닫고 한의원 신세를 지며 언제 나을지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생 동안 거의 자각하지 못했던 내 팔과 어깨의 존재를 순간순간 자각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몸은 영혼의 감옥인가? 하나님은 인간을 천사와 같은 영적인 존재로 만들지 않으시고 영혼과 육체가 결합된 존재로 만드셨다. 영으로 계셨던 하나..

하고 싶은 일, 주어진 일(2016.4)

정병오 칼럼하고 싶은 일, 주어진 일10년 전쯤인 것 같다. 한국성서유니온 초대 총무로 15년(1972~1986)을 일했고 한국 교회 성경묵상 훈련의 토대를 닦은 윤종하 총무가 소천 했다. 그가 장로로 섬기던 광야교회 주최로 조촐한 추모예배가 열렸는데 그 때 손봉호 교수의 조사 가운데 한 구절이 지금도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있다. “저는 단호하지가 못해서 제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제게 주어진 일을 하고 살았지만, 윤 선배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윤 선배님이 부럽습니다.” 위대한 성경 교사 윤종하와 그 영향력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고 윤종하 총무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목회자가 되려 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신학대학원 진학이 좌절되었다. 이..

기술사회, 민주주의, 영성(2016.3)

정병오 칼럼 기술사회, 민주주의, 영성 최근 핸드폰을 바꿨다. 7~8년 정도 썼던 2G폰의 액정 화면이 잘 보이지가 않아 더 이상 사용할 수가 없어 고민 끝에 우체국 알뜰 폰으로 바꿨더니 요금이 1/2 이하로 내려갔다. 그동안 거센 스마트폰의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고집하던 2G폰이 더 이상 생산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결국 3G폰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정들었던 019 번호도 010으로 바꾸게 되었다. 나도 나름 early adopter 나는 기계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 당연히 자동차든 핸드폰이든 새로운 기계에 대한 욕망도 거의 없는 편이다. 그렇지만 최소한 핸드폰과 관련해서는 비교적 early adopter의 길을 걸어왔다. 우선 개인 휴대 전화기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삐삐가 1990년대 초에 처음 ..

세월의 절기, 신앙교육의 계기(2016.2)

정병오 칼럼 세월의 절기, 신앙교육의 계기 새해 첫 날 학교에서 뭐하고 있지? 5~6년 전 즈음부터 우리 가족이 새해를 맞으며 하는 연례행사가 있다. 송구영신 예배를 드린 후 맞는 새해 첫 날 아침은 충분히 늦잠을 자고 아침과 점심을 겸하여 먹는다. 그리고 각자 새해 계획을 세우고 그 내용을 서로 나눈다. 그 다음에는 차를 타고 아이들의 학교를 차례로 방문한다. 학교에 도착하면 운동장이나 캠퍼스를 한 바퀴 둘러본 후 학교와 아이를 위해 합심해서 기도를 한다. 처음에 아이들은 추운 날씨에 썰렁한 학교의 운동장과 캠퍼스를 방문하는 것을 싫어하고 그곳에서 기도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도 했지만, 몇 년 반복되면서 이제는 당연한 가정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는 고2로 올라가는 막내 아들의 고등학교를 들른 후 ..

배움의 욕구와 자발성에 근거한 공부(2016.1)

정병오 칼럼 배움의 욕구와 자발성에 근거한 공부 얼마 전 새물결플러스 출판사에서 헤르만 바빙크의 을 존 볼트 교수가 축약한 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즉각 구입을 했다. 축약을 했다고는 하지만 한글 번역판 기준으로 1,412쪽이나 되고 가격도 70,000원이나 되는 그것도 전문 신학책을 내가 구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뿐 아니라 그 전 2011년에 헤르만 바빙크의 전문이 번역본이 나왔을 때도 주저함 없이 구입을 했다. 이 책은 한글번역판 기준으로 권당 850~900쪽 분량의 4권의 책이니, 색인까지 합해 총 3,616쪽 분량이다.(구입 당시 의욕을 가지고 이 책에 달려들었으나 1권 절반 정도 읽다가 실력부족 반 시간부족 반으로 접은 이후로 아직 손을 못대고 있다.) 대학 시절, 동아리 회보를 만들던 ..

성경, 역사, 교육(2015.12)

정병오 칼럼 성경, 역사, 교육 왜 번역의 틀을 활용하셨을까? 나는 성경을 읽을 때 여러 개의 번역본을 펼쳐놓고 읽는 것을 좋아한다. 개역개정을 기본으로 하되, 새번역과 공동번역 성경을 대조해서 읽다 보면 개역개정만 볼 때는 잘 보지 못했던 부분이 보이고,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풍성함에 조금 더 다가서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리고 한글 번역들만 대조해서는 메시지가 정확히 잡히지 않을 때는 부족한 영어지만 영어 번역본을 대조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성경의 원어인 헬라어나 히브리어를 배우지 않은 것을 한탄하게 된다. 생각이 헬라어와 히브리어까지 미치게 되면 이와 관련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하나님이 인간들에게 정확무오한 말씀을 전해주고자 했다면 각 나라 백성에게 각 나라 ..

내가 만난 하나님, 나를 만나주시는 하나님(2015.11)

정병오 칼럼 내가 만난 하나님, 나를 만나주시는 하나님 하나님을 아는 지식 “당신이 믿는 하나님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하시겠어요?” 이 질문 앞에서 내 머리는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우선 이 천지만물을 만드시고 지금도 다스리고 계신 전능하신 창조주가 떠오르고, 다음으로 우리 인생의 세밀한 부분까지 다 아시고 모든 인간의 생사화복과 모든 역사를 섭리로 주관하시는 주님이 겹쳐진다. 자신을 반역한 인간을 위해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인간의 몸으로 보내시고 죽기까지 복종하게 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떠오르고, 부활의 능력으로 사탄의 계략을 파하시고 죄와 사망의 권세를 깨뜨린 그 모든 것 위에 뛰어나신 하나님의 지혜가 떠오른다. 그리고 부름받은 당신의 백성과 교회를 통해 이 세상을 회복하시고 우주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