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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필로 그리는 천국

난로 (2010년 1월의 노래창) 난로 난로가 불을 뿜는다. 위에 있는 고구마가 쪼그라든다. 아이들이 하나 둘 난로에 모인다. 고구마가 쭈그러들수록 아이들도 늘어난다. 1999년 삼척초등학교 6학년 김형규 ------------------------------------------------- 이야기 : 권일한 난로가 사라지고 냉온풍기가 들어왔죠. 고구마 대신 피자, 햄버거를 먹죠. 난로가 아니라 닌텐도에 모이고 방과 후엔 운동장에 아무도 안 남죠. 너무나 좋은 것들은 그리움과 추억으로 남고 너무나 나쁜 것들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네요. 피조물들이 하나님의 아들이 나타나기만 고대하는 지금, 아이들을 불러 모을 난로 위 고구마 같은 구수하고 맛깔스러운 교사로 거듭나게 해 주세요. 더보기
하늘에 속한 교사로 살아가게 하소서 (2010년 6월) 하늘에 속한 교사로 살아가게 하소서 하나님, 오늘 학교로 부름받은 우리의 이중적 신분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이 눈에 보이는 현실의 질서 가운데서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혹은 사학 이사장으로 대표되는 국가 혹은 재단에 의해 교사로 임명받고 아이들 앞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이것이 우리의 전부가 아니며 우리가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으로부터 교사로 부름을 받았음을 한시도 잊지 않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우리가 국가가 정해 준 교육과정의 틀과 학교장의 지도를 따라서, 국가가 위임해 준 교사로서의 권위와 자율성을 가지고 가르치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법과 하나님의 말씀 앞에 상대화되어야 할 것임을 기억하게 하옵소서. 이 세상을 다스리시되 하나님이 세우신 제도와 하나님이 위임하신 권위를 따라 질서 있게.. 더보기
공교육의 거듭남을 위한 비전과 능력을 주소서 (2010년 5월) 공교육의 거듭남을 위한 비전과 능력을 주소서 하나님, 오늘도 정신없는 하루의 일과를 보냈습니다. 아침 출근부터 저녁 퇴근까지 정규 수업은 물론이고 보충 수업까지 해치우고, 내 앞으로 주어진 공문과 보고 문서를 만들고, 각종 회의까지 초인적으로 다 해치웠지만, 정작 중요한 아이들은 내 곁에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바쁘니 다음에 오라고, 시끄러우니 저리 가라고, 이것도 안 했느냐고 타박했을 뿐 정작 눈 한 번 마주치지 못하고, 무슨 일이 있는지 안색 한번 살피지 못하고, 마음을 담은 따뜻한 말 한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것이 과연 교사로서 합당한 삶인가요? 이 모든 것이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며 끝없이 내모는 업무의 홍수 속에서 기한 내에 일을 다 처리하는 데만 급급해.. 더보기
믿음으로 달려가는 이 길을 축복하소서. (2010년 4월) 믿음으로 달려가는 이 길을 축복하소서. 하나님, 아이들이 쓴 자기 소개서, 학기 초 학부모님들에게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 그리고 이전 학년 생활기록부를 읽으며, 무엇보다 교실과 수업에서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아이 한 명 한 명을 파악해 가고 있습니다. 올 한 해 이 귀한 아이들을 선물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하지만 단지 서류를 통해서만, 교실에서 잠시 만나는 모습으로만 다 파악할 수 없는 아이의 더 깊은 실체와 만나기 위해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하려고 합니다. 밀려드는 업무로 정신을 차리기 어렵지만 가정 방문을 통해 아이들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 하나님이 올 1년 동안 저를 통해 그 아이에게 하시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첫걸음.. 더보기
내게 주신 자 중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게 하소서 (2010년 3월) 내게 주신 자 중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게 하소서 하나님, 새 학기 내게 주신 아이들을 축복합니다. 내게 주신 아이들 가운데는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닌 아이도 있고, 내가 감당하기에는 벅차 보이는 아이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아이라는 것을 먼저 믿음으로 고백합니다. 나의 인간적인 판단과는 달리 이 아이들은 나의 필요로 하는 아이들일 것입니다. 이 아이들은 나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 부르신 아이들이고, 동시에 이 아이들을 통해서 나를 다루기를 원하시는 그 무엇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내게 주신 이 아이들을 붙들고 하나님의 보좌로 깊이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 어떠한 어려움이 온다 하더라도 나와 그 아이의 만남 가운데.. 더보기
다시 부르심 앞에서 (2010년 2월) 다시 부르심 앞에서 하나님, 1년 동안 씨름했던 아이들을 한 학년씩 올려 보내고 텅 빈 교실에서 홀로 당신의 면전에 섰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아이들과 있었던 모든 기쁨과 아픔을 추억 가운데 남기고, 지난 1년 교육 활동에 대해 아이들이나 학부모, 동료, 관리자들로부터 받았던 모든 평가들을 뒤로하고, 오직 나를 교사로 불러 이 학교 이 아이들 앞에 서게 했던 하나님의 그 부르심 앞에 벌거벗은 모습으로 나아갑니다. 하나님, 먼저 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지난 1년간의 허물과 죄악의 짐들을 벗겨 주십시오. 때로 잘 몰라서, 때로 너무 지치고 감당하기 벅차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고 방치했습니다. 사실은 더 사랑해 달라는 외침임을, 조금만 더 인내하면서 잃어버렸던 어른들에 대한 신뢰를 .. 더보기
어둠 속에 당신의 빛을, 하나님의 나라를 (2010년 1월) 어둠 속에 당신의 빛을, 죄악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를 하나님, 지난해에는 유난히 많은 국가 지도자들과 믿음의 지도자들이 이 세상을 떠나 하나님의 심판대 앞으로 갔습니다. 새로운 해를 맞으면서 우리도 시대와 역사의 중심으로, 보다 책임 있는 위치로 한걸음 옮겨 감을 느끼며, 우리에게도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 우리가 행한 일들을 다 고백하게 될 날들이 다가옴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내 인생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과제를 보다 분명하게 보고 붙잡을 수 있는 믿음의 눈과, 그 일을 위해 내 인생의 남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집중력과, 그에 따르는 대가를 기꺼이 치르면서 나를 던질 수 있는 결단력을 허락하소서. 우리 인생이 영원하지 않고 끝이 있음을, 하나님의 때는 정해져 있고 일할 수 없는 밤이 속.. 더보기
우리에게 신학이란 무엇인가? (2010년 5월호) “야! 도대체 네 전공이 뭐냐?” 대학 시절 같은 과 친구들이 나한테 던지곤 했던 질문이다. 친구들이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내가 주로 듣는 과목이나 들고 다니며 읽는 책, 그리고 좇아 다니는 활동이 전공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전공 과목은 졸업을 위한 최소 이수 학점만 듣고 나머지 학점들은 종교학과에 개설된 신학 사상 관련 과목, 언어학과의 헬라어 과목, 철학과 과목들 가운데서 신학과 연관성이 있는 과목을 들었다. 그리고 전공 과목을 공부할 때도 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나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은 중세 철학자들, 그리고 칼 야스퍼스나 키에르케고르와 같은 유신론적 실존주의자들, 그리고 라이홀드 니버나 에밀 브루너와 같은 신정통주의 신학자들의 윤리 사상에 대해서 깊이 공부해서.. 더보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010년 4월호) “야! 정병오. 나 ○○○ 선생님이다.” 작년 이맘때쯤 중학교 시절 은사님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중학교 졸업한 지가 30년이 지났고, 그동안 한 번도 선생님을 찾아뵙지 못했는데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나니 너무 반갑고 또 죄송했다. “정병오, 너 정말 작고 조용하고 소극적인 아이였는데….” 이후 고향 방문길에 선생님을 찾아뵈었을 때 선생님께서 중학교 시절 내 모습을 추억하며 하신 말씀이다. 우리 학교에 초임으로 부임해 오셨던 그 선생님은 우리와 띠 동갑의 젊은 나이에다가 모교 출신인지라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고,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돌봐 주셨다. 선생님은 ‘인물’ 감으로 보이는 아이는 그 방향으로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채찍질하셨고, ‘돌봄’이 필요해 보이는 아이들에게는 그 방향으로 사.. 더보기
교회란 무엇인가? (2010년 3월호) 왜 할 말이 없겠는가? 그러나, “형! 우리 교회 제직 수련회에 와서 교회와 관련된 강의 한 번 해 주세요?” 대학 시절 신앙 훈련을 받았던 선교 단체 멤버이자 한 1년 정도 공동생활도 같이 했던 후배 목사의 부탁을 받고 한참 머뭇거렸다. 교회! 왜 할 말이 없겠는가? 교회는 지금까지 내 삶에 있어서 가정, 기독교사운동과 더불어 내 인생의 제일 중요한 주제였고, 지금도 그렇다. 돌아보면 교회로 인해 많이 행복하기도 했지만 교회로 인해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도 많이 겪었다. 그러기에 그 아픔을 부여잡고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씨름해야 했으며, 교회와 관련된 성경과 여러 책을 읽으며 교회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했으며, 여러 교회를 돌아다니며 여러 목사님, 성도들과 논쟁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더보기